어쩔수가없다, Variety 리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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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30일 PM 02:14 · 수정됨(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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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리뷰: 박찬욱의 눈부신 살인 코미디, 통제된 혼돈의 마스터클래스

‘올드보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한국 감독이 베네치아 경쟁 섹션을 암울하게 밝힌다.

정리해고에 미친 사회를 유쾌하게 풍자한 신작이다.

글 | 제시카 키앙


해고당했다. 하찮은 일자리를 구해 가족 생계를 겨우 이어간다, 음식, 주택 담보, 넷플릭스 계정까지. 그런데 잠깐! 이제 자신이 완벽하게 자격 있는 일자리에 지원 중이다! 게다가 사장의 가장 까다로운 면접 질문에 대한 힌트도 미리 들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당신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에 있고 감독은 신랄하게 유쾌한 상태다. 마침 반대편 마천루에서 번쩍이는 햇살이 시야를 방해한다. 아무리 자세를 바꿔 앉아봐도 그 눈부심을 피할 수 없다. 면접관들 앞에서 너무 크게 미소 지으며 이빨마저 다 드러낸다. 당신은 만수(대체불가한 이병헌)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어둡고도 맛깔난 코미디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이다. 바로 박찬욱이 현존 최고의 세련된 감독임을 증명할 최신작이다.

처음에 만수는 모든 걸 가졌다. 가족(아내 미리(손예진), 10대 아들 시원(김우승), 어린 딸 리원(최소율), 그리고 두 마리의 골든 리트리버)을 모아, 잘 가꾼 집 마당에서 ‘1분 허그’를 하자고 한다. 만수는 꽃잎이 공중을 예쁘게 날릴 때 “난 모든 걸 가졌어”라고 한숨 쉬며 말한다. 이 과한 행복은 의도된 장치이지만 효과적이다. 사람은 누릴 수 있을 만큼만 축복을 받아야 하며, 만수는 그 모든 것을 진심으로 누린다. 관객은 곧장 만수 편이 되고, 이후 만수가 겪을, 명백히 끔찍하고 어이없고 때론 끔찍한 일들에도 곁을 떠나지 않는다.

만수는 수십 년 동안 일한 제지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다. 집에서는 씩씩한 미리가 적극적으로 지출을 줄인다. 테니스 레슨, 부부 댄스 수업을 끊고, 개들도 처가에 보낸다. 무엇이든 팔아야 하지만, 기발한 딸 리원의 첼로 레슨만은 예외다. 그리고 가장 힘든 결정, 만수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집을 팔기로 한다. 어릴 적 살던 집(류성희 미술감독의 독창적인 세트, 독특한 구조와 좁은 구석, 옥상 전망대까지)인데, 만수가 직접 만든 온실이 있다. 이 집은 ‘기생충’ 집과는 다르지만, 반(反)자본주의 메시지와 분노 어린 유머, 날카로운 구조라는 점에서는 봉준호의 작품과도 유사하다.

만수의 퇴직금이 바닥나자, 미리는 치과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젊고 잘생긴 치과의사는 곧바로 만수의 질투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요즘 만수의 질투는 온 사방을 향한다. 특히, 만수를 비웃던 라이벌 제지회사 매니저 최선철(박희순)에게는 더하다. 소파에 누워 SNS에 집착하는 남편에게 미리는 농담처럼 말한다. “쟤 번개 맞으면 좋겠네.” 그리고 이 농담이 만수에게 갑자기 떨어진 아이디어가 된다.

물론 설령 최선철이 사라진다 해도 자리를 보장받을 순 없다. 그래서 만수는 자신보다 앞선 후보들을 직접 파악해 그들까지 제거하려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후보는 두 명뿐이다. 실직 후 매일 술에 취한 구범모(이성민)와 그의 연극같이 오버하는 아내 아라(염혜란), 그리고 가족을 사랑하는 신사 고시조(차승원)다. 신사는 슈즈매장이지만 종이산업에 열정적이다. 대사엔 제지업계 전문 용어가 촘촘히 녹아 있고, 고시조가 지폐, 복권, 생리대 흡습 시트까지 각종 종이의 역사에 관해 들려주는 독백은 진솔하고 슬프다.

하지만 만수의 살인은 단 한 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무능하고 자주 방해받는 살인범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만수는 어쩌다 늘 진흙 둑으로 굴러떨어지고, 미리는 ‘최적 타이밍’에 영상통화를 건다(박찬욱은 ‘헤어질 결심’ 이후로도 신기하게 테크놀로지의 미학을 잘 살려낸다). 게다가 피해자들 역시 단순한 들러리가 아니고 뾰족하고 기묘한 개성으로 사건의 전개를 예측불허로 만든다.

혼돈이 심해질수록, 박찬욱의 연출은 더욱 정밀해진다. ‘리틀 드러머 걸’의 촬영감독 김우형과의 눈부신 협업으로, 거의 모든 장면이 박찬욱이 직접 연출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을 장면처럼 느껴진다. 가파른 언덕길, 볼록 거울 두 개에 비친 추격 신, 그네 타는 딸의 노란 장화가 프레임에 반복해서 들어오는 정원 신, 밤길 옆 넓은 테라코타색 도로와 푸른 바다가 선명하게 대조되는 장면 등.

‘어쩔수가없다’는 1997년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소설 ‘도끼(The Ax)’가 원작이다. 2005년 코스타 가브라스에 의해 한 번 영화화된 바 있다. 박찬욱은 20년간 이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이번 작품을 코스타 가브라스에게 헌정한다(가브라스의 아내와 아들이 프로듀서로 참여). 즉, 이 미국 소설은 미국 외에서 두 번이나 영화화됐고, 이번엔 박찬욱 전성기의 손을 거쳐 한국 사회만의 기업 위계, 남성 가장 중심 가족 구조, 그리고 2025년이라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시기에 맞는 새로운 두려움과 웃음을 담았다. 마치 평생 금주하던 만수가 술을 다시 마시던 그 장면처럼(잔이 비는 걸 고정된 카메라로 가만 지켜본다), 결국 ‘어쩔수가없다’ 역시 우리가 세상이 기울어 무너지는 듯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감정 자체를 표현하는 영화인지도 모른다.

https://variety.com/2025/film/reviews/no-other-choice-review-park-chan-wook-1236500993/

댓글 (2)

  • 뽀로로

    뽀로로 Lv.1

    25.08.30 · 125.♡.205.92

    평들이 대부분 좋은 것 같더라구요.
    이번 작품으로 트로피 하나 가져오실 듯요.
  • 베티 Lv.1

    25.08.30 · 125.♡.107.155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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