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IL (222.♡.210.170)
2025년 8월 30일 PM 06:16 · 수정됨(20:22)
안녕하세요. 이제 여름도 끝나가는거 같은데 여전히 덥네요.
2000년대 중반에 군대를 전역하고 3월 복학까지 기간이 좀 많이 남아서
그나마 할 줄 아는게 컴퓨터 조립이라 용산 전자상가에 소비자를 상대하는
컴퓨터 조립 매장에 소개로 가서 일을 좀 하게되었습니다.
중학교때 부터 컴퓨터 게임을 위해 포멧하고 윈도우 깔고 돈모아서 부품사고 해봐서
조립은 문제 없었는데 고객응대 견적내기 A/S처리 등은 처음 겪어봤습니다.
지금도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예전에는 다나와, 컴퓨존이 막 초창기 시절이라
좀 아는 친구들은 다 인터넷으로 사고 매장에 오는 사람은 다 컴퓨터 잘 모르더군요.
컴퓨터 좀 안다고 친구와 같이 와도 컴퓨터 모르는건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그래도 제가 일한 매장은 사장님이 좀 착한?편이어서 마진율이 높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층에 좀 재미있는 매장이 있었는데 오늘의 본론 입니다.
이 매장은 20대로 구성된 5명 정도의 매장입니다. 사장과 3명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상담 업무를 주로 합니다.
당연히 이 4명은 조립과 윈도우 설치도 못하고 컴퓨터 잘 모릅니다.
나머지 1명이 조립, A/S 등 모든 것을 다 하는데 문제는 마진율입니다.
대략 30만원으로 컴퓨터 조립하고 대략 8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진행합니다.
나이대가 비슷해서 잠깐씩 놀러가면 현금이 쌓여 있습니다. 현금 할인으로
현금을 많이 받더군요. 대충 상상이 가는 도덕적으로 괜찮지 않아 보이는 매장이었습니다.
가끔씩 이 매장에는 이벤트가 생기는데 80만원으로 조립해간 컴퓨터를 매장에 던지며
30만원 짜리를 80만원에 팔다니 하고 화를 내는 고객이 와서 소란이 일어나는데
그 사람을 잘 구슬려서 30만원 더 받고 보내는 걸 보면서 실소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 마진율에는 법적 문제는 크게 없었습니다. 상담과 서비스에 책정된
금액이 상식과는 조금 멀지만 매장에서 제공한 서비스의 단가를 정할 순 없거든요.
그래서 상식선에서는 황당하지만 마진의 퍼센티지는 업체가 정하니깐요.
탈세나 뭐 기타 호객행위는 문제가 되겠지만요.
요즘도 가끔 이 매장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 이후 20년 정도 살면서 비슷한걸 많이 겼어서 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에서 오는 갑과 을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죠.
컴퓨터 모르면 원가의 3배를 주고 사고도 화를 내면서 갔다가도
또 결재를 하고 나올수 밖에 없는 참담한 상황을 보게 됩니다.
결국 일상에서도 소위 전문가가 도덕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과도한 약처방, 금융보험 상품, 부동산 거래, 중고차 등등 수없이 많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공부를 한다고 해도 전문가들이나 그 시장에 속한 사람보다 전문적이기 힘듭니다.
정치도 마찬가지 입니다. 행정부의 정책 집행, 정치인의 의도와 배경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언론을 통해 공부하려 해도, 이미 편집된 정보 속에 더 큰 정보 불균형이 생길 뿐이죠.
그래서 시민의 정치 참여는 때로 신앙처럼 되어 갑니다.
80만원 주고 산 컴퓨터는 가서 항의해서 30더 결재하며 나오는 고객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면 정치인들은 그보다 더한 방식으로 시민들을 다룰 겁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는데 배워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배우기 쉽지 않다는 거죠.
컴퓨터를 너무 비싸게 주고 샀지만 컴퓨터 배우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 입니다.
당장 도움이 되지도 않는 정치, 제도, 법률, 절차, 행정은 누가 배웁니까.
결국 세상은 모르는 쪽이 늘 손해를 보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죠. 정치인이라고 나보다 더 똑똑해서 권력을 쥐는게 아니라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도 하고 전문가 처럼 보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문명이 발전해서 정보가 부족한 세상이 아니라, 오히려 넘치는 세상입니다.
AI 챗팅에서만 물어봐도 잘 대답해 주는 정보 사회가 되었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인 세상에서 정보를 잘 가려 조금이라도 배우고, 경험을 나누고
틈틈히 의심하며 확인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정치에 과몰입 하시는 분들 보면 정작 정보의 습득이 편집된 언론과 의도화된 이슈에만
몰입하는 경우가 많아 보여서 참 안타깝습니다.
각자가 스트레스를 좀 이겨내고 기득권과 싸울수 있는 정보를 알아보는게 좋아 보입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런게 아닐까 감히 추측해 봅니다.
글은 이렇게 썼지만 저도 사실 성인이 되어서도 민주주의? 자본주의? 자세한 원리는
예를 들어 삼권분립에서 권력의 집중을 막는 제도적 원리와 방법 같은건 몰랐어도
사는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도 모르고 정치이야기 하는건 모래위에 쌓는 성 같았습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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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라
25.08.30 · 223.♡.5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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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율이네파파
25.08.30 · 220.♡.142.236
제 친구가 20년째 하고 있는데요... 제가 사기꾼이라고 맨날 욕합니다. 20년 전에는 매장에서 일할 때 혼자 수익으로만 1000만원 찍고 인센 탑 가져가더만 지 가게 차려버리더라구요.... 돈 잘 벌어서 아파트 사고 유유자적 잘 삽니다. ㅋㅋㅋ
근데 저한테도 알바하래서 했는데 저는 장사로 돈 벌 사람이 아니다라고 느낀 계기였습니다.
그것도 하는 사람이나 잘 하지 저같은 사람은 안되겠더라구요 ㅎㅎ -
HHAPIL
→ 율이네파파 작성자
25.08.30 · 222.♡.210.170
더 맞는 일이 있으시면 된거죠.
그 친구분께 구입하신 분들도 만족하셨겠죠? ㅎㅎ -
까까망꼬망
25.08.30 · 61.♡.120.114
이거보니..대학교 들어가면서 컴 맞추는데 아버님 친구분 자제가 컴 장사한다고 해서 갔더랬죠
그런데 가격을 너무 눈탱이 치더군요. 지인이라고 싸게 해주는것도 아니고 부산에선 보통 명륜동에서
PC 맞추는 편인데 거기보다 조립 부품가가 50만원은 더 비싸게 받는겁니다...-.-...
그때 기억이 가물가물한데...다른곳에 비해 거의 3~40%이상은 비싸게 붙였던거죠...
그래서 다른 곳에서 맞췄는데....문제는 그냥 비싸서 안사고 말았던터라 이 일은 그냥 그렇게 끝났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어머니께서 전에 저보고 왜 그 가게에서 안사냐고 물으신적 있었죠...
너무 비싸게 불러서 안샀다고 했더니...그래도 왠만하면 사지 그랬냐...라고 하시면서
이 인간이 싸게 잘 맞춰주려고 했는데 건방지게 비싸다고 하면서 안샀다고 지 애비되는 인간한테 그렇게
이야길 했더라구요..그 인간은 또 지 자식이 비싸게 사기치는건 생각않고 저희 아버지한테 제가 PC 사기안당한걸
잘못인것처럼 이야기한거고...아버님은 그걸 저한테 계속 이야기안하시다 돌아가셨는데...이게 뭐랄까
은근 한이 되더라구요..
부산역 맞은편 앞쪽 고가다리 밑에서 PC가게 하면서 사기치며 바가지 씌우던 그 멍멍이 놈이 이 글을 볼일이 없겠지만
정말 그놈은 지 자식도 그렇게 대대손손 사기당했음 싶습니다...-.-... -
HHAPIL
→ 까망꼬망 작성자
25.08.30 · 222.♡.210.170
저도 PC 관련해서 오해를 사고 인간관계 문제가 생긴적도 있지만
정보 비대칭과 다른 문제로 설명해줘도 나만 나쁜사람 되는게 참 뭐랄까. 한이 되더군요.
마진도 적당히 해야지 비싼것도 문제인데 저런식의 태도는 인성이 문제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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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많이 줄어 들었져 인터넷 만세
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