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가 멸종했으면 좋겠다는 과일가게 아저씨
diynbetterlife

Lv.1 diynbetterlife (220.♡.37.28)

2025년 9월 1일 AM 08:54 · 수정됨(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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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음 소희> 스포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



평산책방주인님의 추천사를 읽고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비치해놓고 빌린 책 <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입니다.

제가 신청하면 다른 분들도 볼 수 있으니까 겸사겸사 좋아요. 저쪽 당 시장 이후 인당 구매 권수도 절반으로 줄고, 그나마도 1년 지나기 전에 신청 마감되긴 하지만요.



먼저 책 표지를 보고,

표지 안쪽의 날개에 써진 저자와 책 소개를,

다음으로 목차를 읽습니다.


저자인 공씨아저씨는 과일 한 품목 당 한 농가와만 거래하며 '낭만이 있는 과일가게'를 추구합니다.

다름이 우열이 되지 않는 과일, 크고 예쁜 과일보다 자연 본연의 모습과 맛과 향이 살아있는 과일을 판매합니다.

최소한의 포장으로 쓰레기를 줄이며 지구와 동행합니다.


'낭만'을 지키기 위해 판매하는 과일 수는 많지 않고 여는 날보다 닫는 날이 더 많습니다 (온라인 몰이니 판매가 안 되는 날이 더 많다는 뜻이겠죠).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과일 유통업계에서 자연, 농민, 소비자의 공생을 꿈꾸는 이상과 낭만을 지키기 위해 그도, 농민도, 소비자도 함께 불편을 감당해야 할 것이 많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목차를 보고 가장 먼저 펼친 챕터는 '지구에서 복숭아가 멸종했으면 좋겠다 | 과일장수의 처절한 고증기' 입니다.

기후 위기로 복숭아 재배가 훨씬 어려워 진데다 어찌저찌 수확을 해도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물러지지 않게 가기가 참 어렵습니다.


갓 따서 바로 포장할 수 없고 수확 후 예냉 과정을 거쳐 열기와 습기를 식혀야 합니다.

작은 흠집 하나라도 있으면 버려야 합니다. 그 흠집에서 부패가 퍼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식히고 작은 흠집도 찾아서 버려내도 여름철 고온 다습한 날씨에는 배송 과정에서 무르고 부패합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는 과즙이 질질 흐릅니다.

택배 차의 내부 온도도 높습니다 (아무래도 대기업처럼 냉동차량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아닐까요. 1인 과일가게가 1인 농가들과 협업해서 1인 소비자에게 배송하니까요). 


이런 복숭아를 받은 회원들 입에선 험한 말이 쏟아집니다. 정말 아무 이상 없던 복숭아였다고, 출고 전 상자에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해도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변하냐고 합니다. 


십여년 동안 농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 무른 복숭아는 꼭 나옵니다. 
예냉, 선별 외에도 문제있는 복숭아 만큼 환산해서 부분 환불도 합니다. 

돈을 벌자고 하는 일인지, 버리고자 하는 일인지 헷갈리지만 매년 겪어야 하는 일입니다. 


복숭아에 대한 고객만족 서비스를 하면서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립니다.

평소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울지 않는 성격이지만 영화 <다음 소희>를 보고 추운 겨울 맨발에 저수지로 향하는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온라인 회원 가입을 받을 때 소비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공씨아저씨네의 운영 방식에 대한 공지와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회원이 수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입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의 전환은 복숭아 때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처음에는 '맛있는 과일'을 찾아온 과일 덕후들이 많았지만 그 중 가치 소비, 녹색 소비, 상생 추구로 변화하는 분들이 나오면 과일장수로서 벅차오릅니다.


여름을 복숭아와 맞바꾼 덕에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끝나가고 휴가도 잊고 살았습니다. 아이는 어느 덧 성인이 되었고 가족에게 미안함이 큽니다.

올 여름에도 복숭아 판매 전에 소주 한 잔의 제를 올리며 복숭아가 멸종하기를, 진심 아닌 소원을 빌어봅니다.


과일과 함께 장바구니에 질소충전으로 빵빵하지만 양은 부실한 대량생산 과자를 담을때면, 생산 과정에서의 들이는 노고나 자원의 투입 대비 농산물에 비해 너무나 비싸다는 생각을 항상 하거든요. 


농가보다는 유통과정을 독점하는 몇개의 기업이 과일 값을 올리고 수익을 대부분 가져간다는 기사도 본 것 같습니다. 사실상 독과점 구조가 40년 이어졌다고요. 이른바 가락시장 5대 청과 도매법인. 농산물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평균 20%대의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라고요.


기후 위기를 늦추고 사람과 자연의 상생을 위해 생산자∙ 과일가게∙소비자가 나서서 희생하는 부분이 있듯이, 기업에서도 정부에서도 함께 연대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낭만'에는 '희생과 이해'가 필요하지만 소수 개인이 다 감당한다면 '낭만'은 지속되기 어렵겠죠.




댓글 (6)

  • xinx

    xinx Lv.1

    25.09.01 · 121.♡.28.203

    도시 생활을 하다보면 과일을 나무에서 드랍되는 먹는 아이템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 마이바흐

    마이바흐 Lv.1

    25.09.01 · 210.♡.20.243

    낭만에 치르는 비용은 비싸지요.
    그 낭만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서 라도 기꺼이 그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 될까? 그 낭만에 치르는 비용이 비싸다는 것, 그래서 그 낭만이 더 멋지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불만이 먼저겠지요!!!
  • mtrz

    mtrz Lv.1

    25.09.01 · 106.♡.128.157

    복숭아는 천상의 과일입니다.
    감히 아무나 먹으려다 보니 이런 사단이 나는군요.
    아쉽게도 어차피 과일은 농약을 엄청나게 쳐야 해요.
    병 걸리고 벌레 먹고 농약없이 비료없이 텃밭에 키운 복숭아, 포도 나무를 보면서 깨닫습니다.
    '이거 어렵네.'
  • 삼냥이

    삼냥이 Lv.1

    25.09.01 · 211.♡.202.46

    [https://s3.damoang.net/data/editor/2509/comment_3555379758_4zyVZd6k_f380c468f36c57114155c32bbd1869b555e0ab9e.jpeg]

    식구들 먹으려고 복숭아를 6그루 심었습니다
    신비 2, 백도 2, 황도 2

    봉지도 안 씌우고 대충 키워서 먹고, 남는 건 직거래로 좀 팔기도 하구요
    복숭아는 추위에 약한데 요즘은 꽃 필때 냉해를 많이 입어서 한해걸러 피해를 입습니다
    너무 일찍 따뜻하고 그러면 급히 꽃이 피고
    다시 추워지면 그게 그냥 얼어버리는 거죠

    여러 농사가 힘들지만
    열매 맺는 과일 농사는 급격한 날씨 변화에 들쭉날쭉합니다
    올해도 냉해가 있었어요

    과일은 예뻐야 한다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과일 농사엔 예뻐지게 하는데 너무 많은 공이 들어가요

    사과는 빨갛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동이 들어갑니다 이걸 나만 안하기 힘들죠
    이 노력을 줄이고 과일 값을 낮추는게 서로 좋은데 말이죠
  • sunSHINE

    sunSHINE Lv.1

    25.09.01 · 223.♡.203.231

    아버지가 복숭아 농사를 짓습니다. 퇴직 후 시작한거라 몇년되지 않았지만 소비자에게 직판매를 못하고 있습니다. 박스에 적힌 번호로 연락와서 택배로 보내달라는분도 계셨지만 유통과정에서 어떤일이 벌어질지 몰라 아직 직판매는 못하고있습니다.
  • 소주생각

    소주생각 Lv.1

    25.09.01 · 223.♡.194.219

    무른 복숭아는 절대 택배보내면 안되지만 보통 많이 먹는 복숭아는 따서 바로 택배보내도 큰문제 없습니다. 대신 점같은 정도로도 썩은게 있으면 안되고 잘 골라내야해요. 박스안에서 복숭아가 굴러다니도록해서도 안되구요. 조금 더 담더라도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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