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글판 가을편, 아슬아슬한 존재의 아름다움
이상향초

Lv.1 이상향초 (175.♡.155.202)

2025년 9월 1일 PM 05:13 · 수정됨(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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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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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인의 시 중에 일부라네요.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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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주먹먼저

    주먹먼저 Lv.1

    25.09.01 · 182.♡.221.25

    20년 후에, 지芝에게 /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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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네 눈빛이 닿으면 유리창은 숨을 쉰다.
    지금 네가 그린 파란 물고기는 하늘 물 속에서 뛰어놀고
    풀밭에선 네 작은 종아리가 바람에 날아다니고,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빈 벌판에서 차갑고도 따스한 비를 맞고 있는 것 같지.
    눈만 뜨면 신기로운 것들이
    네 눈의 수정체 속으로 헤엄쳐 들어오고
    때로 너는 두 팔을 벌려, 환한 빗물을 받으며 미소짓고……
    이윽고 어느 날 너는 새로운 눈眼을 달고
    세상으로출근하라라.

    많은 사람들을 너는 만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네 눈물의 외줄기 길을 타고 떠나가리라.
    강물은 흘러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너는 네 스스로 강을 이뤄 흘러가야만 한다.

    그러나 나의 몫은 이제 깊이깊이 가라앉는 일. 봐라.
    저 많은 세월의 개떼들이 나를 향해 몰려오잖니,
    흰 이빨과 흰 꼬리를 치켜들고
    푸른 파도를 타고 달려오잖니.
    물려 죽지 않기 위해, 하지만 끝내 물려 죽으면서,
    나는 깊이깊이 추락해야 해.
    발바닥부터 서서히 꺼져들어가며, 참으로
    연극적으로 죽어가는 게 실은 나의 사랑인 까닭에.

    그리하여 21세기의 어느 하오,
    거리에 비 내리듯
    내 무덤에 술 내리고
    나는 알지

    어느 알지 못할 꿈의 어귀에서
    잠시 울고 서 있을 네 모습을,
    이윽고 네가 찾아 헤맬 모든 길들을,
    ㅡ 가다가 아름답고 슬픈 사람들을 마난면
    그들의 동냥바가지에 너의 소중한 은화 한 닢도
    기쁘게 던져 주며
    마침내 네가 이르게 될 모든 끝의

    시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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