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종이 (211.♡.65.132)
2025년 9월 5일 AM 01:48 · 수정됨(08:33)
얼마전 일입니다. 아들녀석이 알바갔다가 먹으려고 한건데 안먹고 가져왔다면서 이걸 꺼네더라구요.

(이 회사 이미지는 잠시 잊어주세요)
보자마자 이게 아직도 나오는구나... 하고 '이거 아빠 먹어도되?' 했더니 그러라고 하네요.
그래서 가방에 집어넣어 두었지요.
어느날 점심도 못먹고 바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가, 문뜩 빵이 있다는게 떠올라서 한입물고 일을 다시 시작했죠.
타닥타닥... 자판을 두들기며 화면에 집중하다가 제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밥도 못먹고 일해서가 아니라, 뭔가 기억을 끄집어내는 맛이었거든요.
아주 어릴적으로 잠시 돌아가봅니다.
국민학생일 때, 어머니가 어려워진 가정형편을 극복해보신다며 잠시 집을 떠나신적이 있습니다.
엄마가 없어졌다는걸 한동안 몰랐다가 점심도시락을 못먹는 시간이 길어지며 뭔가 어린맘에 얄궂은 자존심만 가득해졌어요.
만화에서나 나오던 운동장 수돗가에 물배채우던, 네, 제가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거짓말처럼 엄마가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복도에서 서성이던 엄마가 제게 천원권 지폐한장 쥐어주며 미안하다 하시곤 바로 가셨어요. 그래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도벽도 생겨 문방구나 가게에서 슬쩍슬쩍 나쁜짓을 하곤 했는데
들키지 않았던 희열을 즐겼나, 뭐 그랬을거에요. 나중엔 큰 경을 치렀지만.
여튼, 현금이 생기니 점심시간에 학교앞으로 뛰어나가 크림빵 하나를 샀습니다. 200원? 300원? 그정도 했던것 같아요.
정말 눈물겹게 맜났어요. 세상에 이런 맛이란.
다음날은 남은 돈으로 사치를 부렸습니다. 당시 최강 사라다빵에 500원을 투자했어요.
어느 커뮤니티에선가 빽다방 사라다빵 먹고 슬펐다는 글을 쓴적 있어요.
이제 남은 동전 한두개... 한봉지에 길쭉이빵 2개든건 사서 이틀에 걸쳐 나눠먹었습니다. 핫도그빵처럼 생겼었어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일상처럼 점심은 당연히 운동장으로 갔구요, 중학생 한참지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만 다시 돌아올께요. 그분이 멜랑꼴리해져서요 하하핳
평소에도 울지 않는데, 왜 갑자기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맛나지도 않는데, 감격할 맛도 아닌데, 그냥 나이가 들어 호르몬이 바뀌고, 이성이 감성에 지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아들녀석에게 이야기해준다고 이해해줄거 같지 않고,
마눌신님에겐 별로 이야기해주고 싶지 않은 과거 같지만,
왠지 여기에는 일기처럼 쓸수 있을것 같었어요.
도대체 스믈스믈 이런 저런 예전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허허헛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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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파니코피나
25.09.05 · 211.♡.210.215
[https://media.tenor.com/vNHQHuYlmS4AAAAC/pat-on-the-back-dr-frasier-crane.gif] -
고고창달맞이꽃
25.09.05 · 121.♡.15.131
크림빵 맛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더군요.
저는 옥수수빵에 흰우유 먹는걸 최고로 좋아했었어요.
물론 어느정도 나이가 든 고등학교 시절이였는데 200원짜리 옥수수빵은 크기도 크고 고소하고 달달한 그 맛이 정말 최고였어요.
지금은 크림빵도 옥수수빵도 비슷한 느낌이 들긴하는데 가격이 올라서 뭔가 그 예전의 애뜻함? 그런 감성이 없더라구요 ㅎㅎ
물론 가격자체는 물가상승을 생각하면 절대적인 금액으로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아직도 짜장면을 5백원에 먹었던 그 감성은 다른걸 다 떠난 그 자체로 추억의 한 부분인거죠.
크림빵 글 하나에 저도 추억여행 떠나보네요 ㅎㅎ -
푸푸하하
25.09.05 · 218.♡.126.232
옛날 맛 난다고 우리와이프도 크림빵 좋아합니다.
요즘의 맛난 것 보다 가끔 옛날 맛이 좋다고 하는게, 예전의 기억이 떠 오르는 맛이 있어서겠죠..
고등학교, 대학 때 노래가 아련해지고 좋은게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 귀
귀찮아서
25.09.05 · 211.♡.140.199
그후 이야기도 궁금해지네요.. 어머니는 이후에 다시 만니셨는지 안 계실때 씩씩하게 잘 사셨는지.. 글을 읽다보니 그냥 아련한 옛날이 떠올라서 그렇지 너무 개인적인 옛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러는건 아닙니다;; 어린시절의 색종이님을 웬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
초초보아찌
25.09.05 · 220.♡.123.131
맛은 익숙한게 최고다라고 하죠.
그 시절의 아련함이 느껴집니다.
'토닥토닥' -
치치미추리
25.09.05 · 106.♡.0.189
오랜만에 까까웨뜨를 먹으니 이게 아직도 나오나 싶으면서도 예전 생각이 나더군요. 고3이라는 이유로 엄마한테서 얻어 먹을 수 있었던 그 빵, 이젠 열개도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지만 왠지 헛헛한 마음이었어요. 글쓴 앙님, 폭싹 속았수다. -
CCrossFit
25.09.05 · 118.♡.113.252
그래서 보름달이 그렇게 맛있었구나... (어린 시절 운동장 물 좀 마셔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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