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에 나온 김밥이 재미교포를 울린 이유.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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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7일 AM 12:59 · 수정됨(09. 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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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들은 왜 그렇게 김밥에 유독 과몰입 했을까?]


K팝 데몬 헌터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음식은 단연 김밥일 것이다.

오프닝 장면에서부터 공연 전 칼로리를 충전해야 한다며 익살스러운 얼굴로 한 줄을 통째로 입에 넣는 장면이나, 공연 후 간식, 휴식 때 먹는 음식 등 여러 장면에서 등장했으니. 또 비교적 최근 냉동 김밥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이후인지라 더욱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국에서도 반가운 현상으로 보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식의 후토마키 영향을 받은 것 같긴 하지만, 어쨌거나 한식으로 인정해 주고 한식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데 일조하고 있으니 반갑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단순한 음식에 대한 관심 외에도, 미국 교포들에겐 이것이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한국에서는 그저 소풍 때, 간단한 식사로 쉽게 먹는 음식이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고 기분 좋은 일이기는 하겠지만 교포들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포들에겐 의외로, 김밥에는 실망감, 배신감, 당혹감 등의 여러 감정이 녹아있으니까. 여러 애환과 감정이 영화의 장면들을 통해서 치유받는 경험은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면, 음식 냄새에 대해 여러 경고성 이야기를 듣게 된다. 김치는 냄새가 나니 몰래 먹어야 하는 음식이고, 마늘이 들어간 음식은 몸에서 냄새가 나게 하니 먹는 음식에도 마늘을 줄이거나 없애야 하고, 미국 사람들이 쓰는 비누, 미국 사람들이 쓰는 데오도란트를 써야 한다는 말도 듣곤 했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치 냄새, 마늘 냄새, 생선비린내는 한국 사람에게도 똑같은 악취니까. 한국인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는 "배려" 자체야 이상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아를 지우고, 가리고, 숨기는 연습이 시작된다.

그리고 학생 때 부모님들이 점심 도시락을 싸면서, 냄새가 나지 않는,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이 놀릴 것 같지 않은 음식을 해주신다. 미국 사람들이 스시를 먹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자기 검열을 거쳐 선택한 메뉴, 김밥을 만든다.

아침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도시락을 가지고 나가는 학생은 아침 일찍부터 정성스레 김밥을 싸고, 차곡차곡 도시락에 담아 들려주던 엄마의 모습을 뒤로 하고, 학교로 나선다. 그리고 오전 수업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아이들과 학교 식당 테이블에 앉아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열어본다. 김밥이다. 햄, 단무지, 오이, 맛살 등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재료들이다.

하지만 아뿔싸. 주위의 친구들은 누가 방귀를 뀌었냐며, 어디서 스컹크 냄새가 나지 않냐며 코를 쥐어 막고 고개를 돌린다. 김치도 아니고 마늘도 아닌데, 왜 그러는 것일까. 이미 충분히 "자기 검열"을 거쳤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럴까. 김밥을 싸준 엄마가 원망스럽지만, 원망할 수도 없다. 나도 이럴 줄 몰랐으니까. 엄마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아침부터 정성스럽게 김밥을 싸준 엄마의 모습을 봤으니까.

그리고 잠시나마 가졌던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김치 냄새, 마늘 냄새를 가리고 없애면 이 나라에 스며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대가라면, 어쩔 수 없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미 무색무취의 자아를 빚어내어, 이 사람들이 삼킬만한 것의 성질로 바꿔낸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니었다. 가리고, 없애고, 자기 검열을 거친 내 모습도 결국엔 이상한 것이다. 냄새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자신을 더욱더 무미 무색무취의 자아로 몰아붙여, 완전한 "미국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이 나라와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들은 과감하게 도려내어, 자신을 지워낸다. 어떤 이들은 자아를 버리지 못하고, 한인 이민자 사회에 "고립"되어 살아간다. 하지만 누구도 완벽히 행복한 삶을 살지 않는다. 아무리 자아를 도려내더라도 피부색은 바꿀 수 없고, 아무리 고립되어 살아간다 하더라도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니까.

2025년 여름,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수많은 역사적인 성공 기록을 깨부수며 가장 성공적인 영화 중 하나로 떠올랐다. 화려한 화면, 가슴을 울리는 노래. 멋지고 모두가 동경할 만한 매력이 있는, 내 얼굴과 닮은 주인공들이 이 나라의 사람들을 매혹한다.

그리고 그들은 얼굴이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김밥의 냄새를 깊게 맡는다. 참기름 냄새, 단무지 냄새. 학교 식당의 냄새.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던 아침의 냄새. 그러고는 그런 모습을 보는 이 나라의 관객들은 아무도 코를 쥐어 막고 고개를 틀지 않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모습에 열광한다.

주인공 일행인 미라의 노래를 부른 가수 오드리 누나는 인터뷰에서 처음 영화를 보는 내내 울면서 보았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 놀림의 대상이었던 한국 음식이 애니메이션으로 화면에 나오는 것이 와닿았다면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화면에 나와서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는 그런 가슴을 울리는 반응은 없었을 것이다.

김밥을 통해 다가오는 과거의 상실감, 당혹감, 설움 등이 모두 한 덩어리로 찾아와 흩어지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한국인 제작진, 노래를 부르고 목소리를 내었던 연기자들, 관객들 모두 하나의 마음으로 묶인다. 그렇게 참기름에 비빈 밥, 김, 단무지, 시금치, 우엉, 맛살, 햄으로 하나가 된 김밥은 우리를 묶고, 과거를 치유한다. 눈을 감고 김밥을 상상하며 큰 숨을 들이쉰다. 맛있는 냄새다.

- Sungwookiewookie 님의 글

https://www.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0161828748532335&id=539897334&mibextid=wwXIfr&rdid=4WcHHfAGwtYDNPZ0#


제가 2년전에 코로나 종료선언 직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장차 한번 갔었는데,

시내 관광을 하다가 배고파서 뭘 먹을까 둘러보는데 김밥과 만두,치킨을 파는 분식점이 있더라고요.

(7년전에 갔을때는 없었던..그리고 아쉽게도 떡볶이는 메뉴에 없었..)

주인은 확인 못했는데 김밥과 만두를 주문받고 서빙하는 직원은 확실히 네덜란드계 같았습니다.

메뉴판은 확실히 Sushi, Dumpling 이 아닌 Kimbop, Mandu 라고 적혀 있었는데,

한글로 '김밥' 이라고 쓰여지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세계에서 온 온갖 젊은이들이 여행중 출출한 배를 달래느라 김밥을 시켜먹는 것 보고

5년새 한국음식 진출이 어마어마하네 하고 신기했었습니다.

가격도 8쪽 한줄 5유로로 상당히 비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긴 외식은 다 비싸서 우리나라에 비교해 비싼거지 그 동네에서는 평범한 수준)

유럽은 문화가 포용적이다보니 김밥도 진출한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미국은 오히려 보수적이라

김밥집이 개점한곳은 대도시 제외하면 드물고 대신 작년에 마트용 냉동김밥 수출이 잘된다는 뉴스가 있었죠.


김밥, 순대, 튀김, 오뎅이 케데헌 인트로부터 대대적으로 부각된 것은

캐나다와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제작진이 어릴 때 어머니가 새벽부터 싸 준 김밥을

학교에 가져갔다가 놀림받은 설움을 한풀이하고 한인교포들을 위로하는 장면이었던 것입니다.


김밥은 평범한 한식을 넘어 현실 세계 1위 팝스타도 즐겨먹는,

영양도 칼로리도 맛도 풍부하면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한국의 선물이니

앞으로 세계인들은 김밥을 영접하면 황송해하면서 먹기 바랍니다.

집에서 아침에 도시락으로 김밥 재료 준비하고 만드는 게 얼마나 수고로운 일인데..


(근데 미라 가수 오드리 누나는 왜 이렇게 생긴 게 미라를 닮았대요)

댓글 (10)

  • 夏雨

    夏雨 Lv.1

    25.09.07 · 142.♡.32.162

    제 아들놈이 정확하게 그랬습니다.
    사춘기 쯤, 애가 갑자기 한국애들이랑 멀리하고, 그 잘 먹던 한식을 처다 보지도 않더라고요.
    대학생이 되고 난 후에 우연히 너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집에서 조미 김에 밥을 혼자서도 잘 먹고 즐겨해서 엄마가 점심 도시락으로 싸줬었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상에 펼쳤는데, 애들이 갑자기 정색하면서 놀리기 시작했답니다.
    그 트라우마로 그랬다면서,
    지금은 여기 애들이 한국이름 지어달라고 할 정도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10년전 이야기네요.
  • HTTR

    HTTR Lv.1 → 夏雨 작성자

    25.09.07 · 222.♡.176.229

    그렇게 교포분들이 김밥 트라우마를 치료하였으나
    이제는 역으로 김밥 싸달라는 아우성에 골머리를 앓게 되는데(...)
  • Hellosunshine

    Hellosunshine Lv.1 → 夏雨

    25.09.07 · 172.♡.210.36

    그런데 그 트라우마를 막 힌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쏟아내서 internalized discrimination많이 했죠. 뭐 양쪽에 슬픈 이야기이긴 합니다. 전에는 한국인 아닌척 한국어 모르는척 백인들에 붙어, 한국서 온 사람들 모른척/ 따돌리던 교포들이,갑자기 한국인으로 변신하는거 ... 모르겠네요
  • 호그와트머글

    호그와트머글 Lv.1

    25.09.07 · 58.♡.140.127

    해외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신 분들은 공감할겁니다. 저 또한 저거보고 울컥했어요. 어릴적 엄마가 싸준 김밥 들고 갔다가 '까맣고 더러운거' 먹는다고 놀림 당했던 기억이 평생 트라우마처럼 남았었는데 이런 날이 올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 HTTR

    HTTR Lv.1 → 호그와트머글 작성자

    25.09.07 · 222.♡.176.229

    사실 김밥은 케데헌 이전부터도 살살 미국에서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케데헌이 힙한 나라 KPOP국의 상징으로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봐요. 한국계 제작진이 이렇게 독하니 아마 속편에서는 젓가락질도 가르쳐 주고 집 안에서 신발 벗는 것도 가르쳐 줄 거 같아요. 그 잘난 중국도 일본도 못 했던..
  • 1

    12시30분 Lv.1

    25.09.07 · 170.♡.144.214

    불과 몇년 전에 김밥을 아무리 가르쳐 줘도, 자꾸 그 때 그 '스시' 맛있었다고 하던 미국 사람이 생각나내요. 그 사람은 본인이 김밥을 맛나게 먹어 봤었다는 것을 알랑가 모르겠어요.
  • 낭길리마 Lv.1

    25.09.07 · 110.♡.231.86

    비단 교포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만 넣은 장면은 아닐 거예요. 실제로 아이돌들이 라방할 때 김밥 포함 분식 많이 먹더라고요. 제작진이 실제 아이돌 라방 같은 것을 찾아보며 조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케이팝팬들이 그 부분에서 현실성 있다고 공감하기도 하고요. 아이돌들은 스케쥴이 바쁘다보니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배달음식이나 분식을 라방에서 많이 먹어요. 통김밥 베어 먹는 것은 bts 뷔 생일 라방에서 본 것 같습니다.
  • HTTR

    HTTR Lv.1 → 낭길리마 작성자

    25.09.07 · 222.♡.176.229

    굳이 조사해서 넣었다기보다는 한국계 제작진들이 영어도 한국어도 잘 하는 디아스포라이고 KPOP 노래 소비자여서 반영한 거라고 봅니다. 스토리보드 작가가 한국 아이돌 스트리밍 듣고 해외 콘서트 찾아다니는 돌덕이면, 내 돌이 인방하면서 김밥먹는걸 아는데 그걸 뭐 연구자까지 붙여 조사까지 해서 넣었겠어요.

    해외 거주 한국인과 한국계 외국적자들도 인터넷 통해서 한국 커뮤니티와 SNS를 상시 접하는 시대입니다. 한국에서만 유행하는 밈과 쇼츠,SNS메세지도 실시간으로 해외거주하는 한국사람들이 소비하고 한국 메가커뮤니티를 이용해 공유합니다.
    다모앙만 해도 이민갔거나 장기체류하는 해외유저 얼마나 많나요. 케데헌도 그렇게 낮에는 외국인들과 회사일을 하고 밤에는 한국문화를 소비하는 교포분들이 만든 거죠.
    다른 교포가 위로받은 부분은 제작진이 스스로의 경험으로 덕질한 것이 교포들의 과거 추억과 동기화된 것이라고 봐야 할거고요.
    케데헌이 엄청나게 한국적이면서도 묘하게 북미문화의 감성이 나타나는 게 교포적인 문화배경이 살짝 묻어나는 것도 재밌고요.
  • 낭길리마 Lv.1 → HTTR

    25.09.22 · 110.♡.231.86

    ㅎㅎㅎ 제가 댓글을 너무 애매하게 썼나요? 케대헌 연출팀에서 케이팝 아이돌 문화 조사를 실제로 했다는 인터뷰를 봤기 때문에 단 댓글이에요.
    무슨 근거로 아닐거라고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는건지요.
    그리고 교포들이라고 다 케이팝 팬이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케이팝 전혀 안 듣는 젊은 교포들도 많아요. 당연히 조사를 하고 공부를 했겠죠.
    그리고 제가 영화 연출 쪽 일 해봐서 알지만 어떤 분야 건 아무리 익숙해도 조사를 하고 자료 공유를 해야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는 겁니다. 영화는 개인 예술이 아니라 몇백명이 합을 맞추는 집단 예술이니까요.
  • 아오이토리 Lv.1

    25.09.07 · 61.♡.74.178

    사실 김밥이 식초+참기름+식용유의 조합이다보니 냄새가 좀 나는 음식이죠, 교포가 아니더라도 김밥 혹은 그냥 김+밥+간장만 해도 굉장한 타박을 서양에선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과 간장만 있으면 외국에서 밥만 구하면 식사가 가능했었죠. 그나마 유럽은 다른 음식에 대해 관대한 편이라 냄새 불만만 있었지만 미국은 왜 그런걸 먹냐부터 시작해서... 20년도 더된 기억이죠. 교포들에게 김밥은 참 힘든 음식이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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