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케팔로 (218.♡.166.9)
2025년 9월 9일 PM 05:14 · 수정됨(17:59)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2n년 전 파릇파릇하던 대딩시절..
맹장수술을 하게 되었읍니다.
지금은 복강경으로 수술해서 당일에도 퇴원하지만, 그 때만해도 배째고 끄집어내서 짤르고 집어넣고 꼬메고 하느라 며칠 입원 했어야 했어요.
마침 그 때 추석연휴가 딱~ 걸려서 꼴랑 맹장으로 일주일 넘게 입원 생활을 했었읍니다.
제가 입원한 병원이 한전 산하 병원이어서, 작업하다가 전신주 같은데서 떨어져 뿌러진 분이나 전기 감전으로 화상을 입으신 분이 많으셨어요. 다들 팔다리 하나씩은 없거나 못움직이거나 하셨죠.
병실에서 움직일수 있는 환자는 저 혼자였고, '맹장은 움직일 수록 빨리 낫는다' 라는 환우 아조씨들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기쁜 마음으로 인간 리모콘이 되었읍니다.
같은 병실에 저보다 어린 친구가 있었어요.
이 친구는 교통사고 환자였는데.. 사고를 심하게 당해서 몇년째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친구였어요. 가끔씩 욕창 관리 때문에 몸을 돌리거나 할 때 많이 괴로운 신음이 나올 정도였어요. 안타까웠죠.
하루는 그 친구가 저에게 자기 업고 병원 앞에 잠깐만 나가줄 수 있겠냐며 물어보더라고요.
다른 아저씨들도 모두 팔다리 하나씩 없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저는 멀쩡한 팔다리로 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니.
그 친구가 보기에 인간 리모콘 짓을 하는 제가 얼마나 좋아보였겠어요..
그래도 선배 입원했다고 이쁜 여자후배들이 병문안 찾아오는 제가 얼마나 좋아보였겠어요.
물론, 저도 그땐 배를 꼬맨 터라.. 힘주거나 그러면 안됬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안되겠다 미안하다 소리를 못하겠는거에요.
우물쭈물 하고 있으니 같은 병실에서 병간호 하던 아주머니께서
'아이구.. 이 형아도 환자야.. 누구 업거나 그러면 안돼..' 해주셨습니다.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이윽고 저 퇴원하던날.. 짐챙기고 나가면서
어차피 검사하러 병원 다시 와야 하니 그땐 내가 너 한번 업고 나가주겠다.. 고 했어요.
그치만 그 친구는 '여기 뭐하러 와요. 아픈사람이나 병원에 오는거지 멀쩡한 사람이 여길 왜 와. 잘가요' 하면서 훽 돌아누웠어요.
그래도 맘에 걸려 나중에 검사하러 병원 다시 왔을 때 그 병실 갔는데.. 병실을 바꿨는지 그 병실엔 그 친구가 없더라구요.
입원했을 당시 이야길 들어보니, 그 친구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더라구요.
치료비 때문일지 합의를 해줬는데, 그 사람 또 음주운전해서 결국 사람을 죽였다는..
평소에는 아버님께서 그 친구 간호했는데, 가끔씩 환자복 입은 아주머니가 오셔서 그 친구 간호하시더라구요.
알고보니 그 어머니도 신부전으로 같은 병원 입원하셨다고..
가끔씩 음주운전 이야기나 산재 이야기.. 입원환자 가족 이야기 들을 때마다 그때 생각납니다.
잘들 계실까..
불행이 찾아오지 않게 기도나 해야겠어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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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va
25.09.09 · 116.♡.70.94
진짜 음주운전은 강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
사사진하는
25.09.09 · 14.♡.225.140
음주운전은 살인예비입니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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