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 (49.♡.162.148)
2025년 9월 10일 AM 11:39 · 수정됨(15:15)
어젯밤..16세 큰애와 간만에 이야기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처음에 같이 드라마 보면서 키득거리고 웃다가
조금씩 대화로 들어가면서..
뭔가 마음속에 있었던 말을 해주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뭐든 하나만 미쳐서 몰두해보면 좋겠다..
공부도 한번쯤 그렇게 해보고 아니면 다른것도 좋다.
뭐에 하나 온마음과 정성을 다 들여보는 경험을 가져보는것 좋더라.
내심 인생 멘토같은 말을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였냐면..
내가 잘못 살고 있나? 엄마는 다른 아들이 필요한가?
우리 엄마는 나를 안믿는구나..
이렇게 되더라구요. ㅜㅜ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게 아니다. 엄마는 부모님을 존경하지만 인생 멘토로써 조언을 들어보진 못해서 그게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변명할수록 상황이 뭔가 더 쌔해지고 악화가....으아....
아직 이런 이야기 받을 수 있는 뇌의 크기가 아니구나..ㅜㅜ 아차 싶더라구요.
잠시 거리를 뒀다가 아이가 물마시러 다시 거실에 나왔길래 졸졸 쫓아갔습니다. 방까지 쫓아가서 같이 침대에 누우니 애가 당황합니다. 도대체 왜이러는거냐고..
그래서 사과하고 싶다. 엄마가 한말이 너를 상처줘서 미안하다. 근데 나는 진짜 네가 첫사랑이고 죽을때까지 그럴거다(아빠는? 이러길래 그땐 내가 진짜 사랑이 뭔지 몰랐음요. 해버린..남편 미안해요 ㅎㅎ)
그러고 부비부비 하고 나왔습니다.
진지한 대화는 좀더 커서 하거나..아니면 그냥 안하는 걸로요. 그냥 같이 키득거리며 웃는 정도로만 지내야할까봐요. 가끔 종일 방에서 게임만 하며 사는 아이 보며 저 좋은나이..왜..이런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방학동안 친구도 한번 안만나고..종일 게임..
그게 좋으니 놔둬야하나. 그런데 그건 방치아닌가.아직 부모가 개입할 수 있을때 여러가지것을 시켜줘야하지 않을까. 나중에 게임만 하고 지낸 시간을 후회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은 여전히 있으나..일단 지금은 후퇴합니다.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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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EZealot
25.09.10 · 125.♡.52.19
사춘기의 특성일수도 있지만 인간은 나이와 상관없이 남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필요해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아니면 더욱 그렇구요. 저희 어머니가 하신 말씀 중에서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것도 알고 보면 젊었을 때 잔소리로 들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그게 와 닿지 않았고 나중에 제가 40이 넘어서 조금씩 이해가 되었죠. 지금은 이제 노인이 되신 어머니께 오히려 제가 잔소리를 많이 하는 입장인데 어머니께서는 듣기 싫으신 것 같아서 조금 자제하고 있습니다.^^ -
생생트
25.09.10 · 182.♡.43.43
원하지 않는 충고는 하지 않는것이 부모 자식 , 자식 부모 사이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 합니다 -
RRebirth
25.09.10 · 116.♡.148.34
제 아이도 고 1때 까지 게임만 하다가
혼자 깨닫고 뭘 해보려고 노력하더군요.
혼자 깨닫는 시기가 부모의 생각과 다르네요.
친구들, 학교, 자아, 환경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싑지 않은듯 합니다. ㅎㅎ -
지지나가던행인이
25.09.10 · 118.♡.80.114
저희도 다 그렇게 살았지 않겠습니까 ㅎㅎ 엄마말 좀 잘 들을걸 하는 후회만 있는거죠 ㅠ -
바바람직한닉네임
25.09.10 · 106.♡.86.194
저도 PC앞에만 앉아있는 16세 아들을 보고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아마도 위액)이 올라옵니다. 아까운 시간들을 버리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깝습니다. 겨울 찬바람에 술 깬 듯 혼자 깨달음을 얻는 날이 어서 오기를...(아비의 인내심이 바닥나기전에) 바라고 또 바랍니다. 🙏 - 마
마음13
25.09.10 · 59.♡.4.46
충고나 조언조차도 잔소리와 같은 범주에 두는것 같습니다. 심할땐 지적으로 받아들일때도 있구요. 나와 다른 독립된 인격체를 키운다는게 참 쉽지 않습니다. 나가라고 소리 안지르고 문잠그지 않는것만해도 훌륭합니다! -
FFV4030
25.09.10 · 210.♡.27.130
저도 그랬지만 부모의 조언과 충고는 가볍게 받는 게 자녀들의 속성인 거 같아요. ㅎㅎ. 뭔가 공부(학문)적이든 뭐든 열정에 불을 지키는 건 타인과의 만남(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이더라구요. -
끼끼융끼융
25.09.10 · 222.♡.246.58
그냥 내가 저 시기에 부모님 말씀을 어떻게 들었나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본인이 깨닫기 전까지는 그냥 다 잔소리로 들렸던게 대부분이죠. - 운
운하영웅전설A
25.09.10 · 118.♡.92.252
와 엄마랑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넌 좀 뭐 하나에 미쳐보라고 합니다.
일단 그 와중에 공부부터 미쳐보라고 하죠.. ㄷㄷㄷ
물론 다른 것도 괜찮다고는 했지만요…
접근 자체가 몰입이나 미치는 거에 대한 컨센서스가 생기고
너는 그럼 뭔가 빠져드는게 있었니? 라고 묻는게 아니고
해봐 라고 하면… 음 뭐 그랬을 것 같아요.
이거 장르 호러에요 애가 용량이 작은게 아니고요;;
진짜 무서웠을 것 같은데요? -
CCookieSsem
25.09.10 · 1.♡.143.103
자녀분 생각하시는 단아님 마음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런데 "미친 듯이 몰두해봐"라는 워딩은 찬찬히 되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고3 아들, 중1 아들, 초5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 엄마인데요..
주변에 다른 학부모님들이나 제 또래의 아이 키우는 친구들 보면,
특히 중학교 진학한 이후 시점 즈음 부터,
"죽을듯이 하면 뭐든 할 수 있다."
"힘들더라도 미친듯이 해봐라."
"하나를 하더라도 끝장을 볼 정도로 열심히 해라."
이런 워딩을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저 워딩에 담겨 있는 속 뜻은,
"요즘 세상 살기가 얼마나 힘든 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니.
그러니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너만 열심히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엄마가(아빠가) 도와줄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살아다오."
라는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아이 입장에서는,
"죽을 정도로 까지 해서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한다는 건가?"
(엄마는 성공이 나의 생존보다 중요한가?)
"미칠 정도로 뭔가를 해야만 사회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건가?"
(사회에 나가기가 너무 무섭고 두렵다.)
"끝장을 볼 정도로 하지 않으면 나 라는 존재는 영영 인정을 못 받는 건가?"
(나라는 존재가 너무 무가치하다.)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죽을듯이/미친듯이/끝장을 볼 때까지" 어떤 것에 몰두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의지와 자발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러니 하지만,
극도로 몰두할 수 있는 아이들은 부모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스스로 하게 되구요..
아이가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부모가 아무리 큰 사랑을 가지고 자녀를 대한다 하더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엄청난 강압과 압박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참 아이들 교육 문제가 정말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 둘 다에게 좋은 해결책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맞지만,
일단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말부터 하나씩 되돌아보고,
아이 입장에서 어떻게 들릴 지 한 번 생각해보시면,
이것이 아이와의 관계를 탄탄하게 쌓아나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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