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겐 (211.♡.74.210)
2024년 5월 2일 AM 10:30 · 수정됨(05. 20. 23:43)
아들이 여름에 군대를 가게 되어서 그 전에 가족여행 한 번 다녀오자 하는 마음으로 대만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3박 4일 정도로 다녀온 4월말의 대만 여행 소감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데이터 통신은 제가 예전 SK7Mobile 대란 때 탑승한터라 로밍은 못하고 말톡이라는 판매자(유명하더군요)에게서 현지 유심을 구매하여 사용했습니다. 하루 5G 3기가 4일 동안 9,700원짜리 구매하였고 4일 동안 넉넉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데이터 품질은... 솔직히 한국에 비하면 끊기거나 응답이 느린 곳이 상당히 많았네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썼는데 제 아들은 유튜브 보다가 버퍼링 많이 걸린다고 엄청 투덜거리더군요. ㅎㅎ
타이페이 시먼딩(우리로 치면 명동 정도)에 숙박을 구하게 되어 타오위안 공항에서 고속열차 MRT를 타고 타이페이 시내까지 이동했습니다. 우리처럼 e게이트라고 해서 입국심사 절차를 전산 관리하여 간소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용하는 이용객 대부분이 한국인들이더군요. ㅎㅎ e게이트를 이용하니 한산해서 좋았는데요. 다른 분들은 입국심사 줄에서 한참 걸리더라구요. 혹시 대만 여행을 준비하신다면 미리 온라인 입국심사 작성하시고 e게이트 이용을 추천합니다.
MRT를 통해 타이페이 메인까지 이동은 쾌적했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바깥 풍경을 보았는데 시내와 가까워지면서 건물들이 많아졌지만 대체로 건물들 색상이 거무튀튀한 회색빛들이 많았네요.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었는데 대만 기후가 워낙 습해서 밝은 색상으로 칠해놓으면 곰팡이가 감당이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어두운 색상으로 건물을 짓는다고 하네요.
1. 음식
대만 여행에서 먹은 음식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마라훠궈, 딘타이펑 샤오롱바오, 곱창국수, 연어초밥, 흑당버블티 정도였습니다.

[시먼 마라훠궈]
사실 마라... 라는 이름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맵찔이라.. ㅜㅜ 아들과 마눌님이 워낙 좋아하셔서 일단 아들 위주로 고른 첫번째 메뉴였네요. 대략 태극형태의 칸막이 2개로 분리된 냄비에 2가지 육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매운맛, 순한맛으로 나눠먹을 수 있었네요. ㅋ
이곳은 뷔페식이었습니다. 고기는 주문하면 그 때 그 때 가져다 주었구요. 해산물(조개 완자, 전복 등), 야채 같은 건 그냥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으면 되었습니다. 맥주도 무제한 음료도 무제한이었습니다. 덕분에 아들과 마눌님이 종류별로 맥주를 다 드셨.... (저는 술도 못마시는지라... ㅜㅜ) 카레도 있었는데 솔직히 너무 달아서 저는 별로였네요. 밥은 고슬해서 좋았지만 두 숟가락 이상 먹기 힘들었습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아이스크림이 무려 하겐다즈!! 생각 같아서는 마구 퍼먹고 싶었는데 이미 훠궈로 배를 너무 많이 채웠던터라 쪼금 밖에 못먹었습니다....
[딘타이펑]
솔직히 맛은 한국과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기 시간이 어마어마해서 오픈런을 하는게 아니라면 2시간 이상은 기본으로 대기해야하더군요. 건물에 전망타워가 있어서 시간을 떼우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만 야경은 그닥 볼만하지는 않더라구요.
들어가보니 규모가 어마어마하군요. 이렇게 규모가 큰데도 손님이 바글바글하다니.... 역시 딘타이펑이구나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비스는 홍콩보다 대만이 훨씬 나았던것 같네요.

[곱창국수]
아마도 호불호가 많이 갈릴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현지인, 관광객할 것 없이 엄청 인기더군요. 저렇게 생겼는데 젓가락이 아닌 수저로 떠먹습니다. 진짜 그냥 떠먹어요. 중국계 음식 특유의 향이 존재하고 곱창까지 있어서 솔직히 좀 기름집니다. 첫 맛은 상당히 불호였는데 이게 먹다보니 뭔가 계속 먹게 되는 그런 매력?이 존재하더군요. 향신료 매우 싫어하는데도 결국 다 먹게 되었습니다. 한 번 정도는 먹을만 하다고 봐요.

[삼미식당 연어초밥]
이곳도 현지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그런가 진짜 대기줄이 어마어마 합니다. 여기도 한국인이 바글바글... 좀 유명하다 싶은 곳은 역시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네요. 솔직히 건물은 너무 허름해서 영 별로였구요. 그냥 현지 가이드가 강추하길래 가봤습니다. 사진처럼 초밥 위의 연어가 밥을 완전히 다 덮어 버립니다. 상당히 두툼하기도 하구요. 대략 2알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 맛도 나쁘지 않은데 역시나 식당은 청결하지도 않고 그냥 그랬습니다. 역시나 한 번 정도는 가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흑당버블티]
자기들이 이 버블티의 원조라고 엄청 강조하더군요. 언제가도 항상 대기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펄을 바로 만들어 넣어줘서 그런가 먹어보면 펄에서 온기가 느껴지더군요. ㅎㅎ 개인적으로 꽤 맛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만 하다 싶었네요. 매일 생각날 정도로 제게는 호감이었습니다. ^^
2. 관광 여행지
일단 한국인들이 거의 공식처럼 간다는 예.스.폭.(진)지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저도 예스폭지, 예스진지 등의 이름을 들으면서 이게 뭔 말인가 했더니 관광지의 앞글자만 따서 말하는 것이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비추입니다. 사람들은 정말 바글바글한데 이런걸 보러 이렇게까지 와야하나 싶을 정도로 관광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대만이라는 나라의 수준을 생각해서 더 깔끔하고 준비된 관광지를 예상했는데 이건 그냥 좀 더 낙후된 동남아 느낌이었네요. 제게는 그나마 마지막에 갔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지우펀이 제일 나았습니다. 나머지는 왜 가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 다만 지우펀은 타이페이에서 거리가 제법 멀고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터라 그냥 투어를 이용하는게 낫겠다 싶더라구요. 대략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타이페이 시내를 돌아다녔습니다. 워낙 비가 많이 오는 곳(한달에 절반은 비가 내린다고 하더군요)이라 그런가 건물 옆의 인도는 대부분 지붕이 있었습니다. 비가 안올 때는 햇빛이 워낙 따가워서 지붕이 없으면 안되겠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엄청 습하고 더운 날씨였습니다. 4월도 이러니까 5, 6월은 숨막힐 것 같은 느낌이었네요. covid 시국이 지났음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시민들이 많았는데요. 가이드의 말로는 에어컨 때문에(필터에서 나오는 안좋은 공기. 역시나 곰팡이겠죠.) 병에 걸릴까봐 쓴다고 합니다.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곳이라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나보네요.
3. 지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몇 주 전에 대만 화렌에서 경도 7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이후로 계속 여진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제가 여행 중이던 기간에도 6이상의 여진이 발생했네요. 숙소에서 자고 있던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침대가 좌우로 마구 흔들리는 공포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지진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러다 진짜 큰 일 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이 흔들리더군요. 화렌이 타이페이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 그 여파가 상당히 느껴졌습니다.
지진이 발생하면서 불도 다 꺼지고 꽤나 무서웠는데 조금있으니까 불도 다 켜지고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움직였... 현지인 말로는 대만은 지진이 일상인 나라라서 건물도 다 내진설계가 되어 있고 시민들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더군요. 일본, 대만... 지진이 일상인 나라에서 산다는 건 참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세번째 밤에 겪은 지진 이후로 얼른 떠나고 싶은 생각만 들었네요. ㅜㅜ
4. 열등감
이 부분은 어쩌면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말만 듣고 느낀 감정이니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우리나라도 뭐 2찍도 있고 하니까요... ㅎㅎ
투어를 안내해준 현지 가이드에게서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본인 스스로 화교라고 소개를 했는데요. 이 사람이 가이드로서 안내를 못했냐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거의 대부분을 꼭 한국과 비교하며 말하더군요. 그리고 그 말의 결론은 대만이 더 좋지? 라는 식으로 끝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이게 가이드가 취할 태도인가? 싶었습니다. 투어를 같이 다닌 인원 전원이 한국 사람이었는데 대만이 우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게 고객을 위한 대화 방식인가? 하는 거부감이 심했네요. 제가 그 회사의 투어 대표였다면 이 가이드는 해고했겠다 싶을 정도로 별로였습니다.
여러가지 말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직장인 월급이 원화 기준 150만원 정도 수준이라고 합니다. GDP가 우리나라와 천달러 정도 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직장이 평균 월급 수준이 이렇다니... 한마디로 빈부격차가 엄청난거죠. 저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대만도 심각하구나 싶었는데 왠걸 이 가이드는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구요. 솔직히 바로 우리나라 2찍 생각 났습니다.
열등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건 바로 세계의 산업공장으로서의 대만이라는 얘기를 할 때였습니다. 대만이 한국보다 더 먼저 잘 살았는데 지금은 추월 당했다는 식의 흔히 아는 그 레파토리죠. 그럼에도 TSMC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더라구요. (윤석열... ㅂㄷㅂㄷ) 우리는 한국보다 뛰어난 공업국가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현재 우리 모습에 대한 자괴감도 좀 들었지만 이게 정말 가이드가 할 소린가 싶어서 심하게 불쾌했습니다.
대만은 전체적으로 정부가 사회 곳곳에 심하게 개입을 하더군요. 위에서 언급한 TSMC도 정보가 주도해서 만든 회사이고 여전히 정부과 관리한다고 합니다. 교육 또한 정부가 관리해서 TSMC로 입사를 유도한다고 하는 말을 듣고 대만도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서 들었던 월급 수준도 그렇고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거의 부자들이다 라는 말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좋은 나라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게는 다시 가고 싶은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오해를 하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저는 여행에서 경험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안좋은 경험도 경험이니 여행에서 뭔가를 얻으면 다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 여행이 싫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진을 경험하고... ㅜㅜ 관광지가 그다지 볼게 없다는 것 때문에 다시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동기 부여가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중국계열의 음식을 좋아하고 습하고 더운 날씨를 잘 견디신다면 나쁘지 않은 여행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불호일뿐... 간단하게 쓰려고 했다가 결국 주절주절 많이 늘어놓게 되었네요. 이제 월도 그만하고 일해야겠습니다. 앙님들 모두 즐거운 하루되시길~~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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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휘소
24.05.02 · 222.♡.3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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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겐
→ 휘소 작성자
24.05.02 · 211.♡.74.210
사실 다시 안가고 싶은 것 중에 지진이 큽니다. 겪어보니 넘 무서웠어요. ㅠㅠ -
통통만두
24.05.02 · 202.♡.209.220
몇 년 전에 가오슝에 갔을 때는 아무래도 지방이라서 낙후되었나 했는데 타이베이도 그런가요 제가 갔을 땐 사람들이 수더분하고 친절해서 나쁜 기억은 없었는데 다만 진짜 관광지라는 곳들이 딱히 볼 건 없더군요 음식은 다 맛있었습니다 -
류류겐
→ 통만두 작성자
24.05.02 · 211.♡.74.210
전반적으로 다들 친절하고 사람들에게서 나쁜 기억은 없었습니다. 딱 한 사람 그 가이드만요. ㅎㅎ - 에
에르메스
24.05.02 · 118.♡.3.102
상세한 여행기 작성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재미있게 술술~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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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류겐
→ 에르메스 작성자
24.05.02 · 211.♡.74.210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mo:damoang-emo-000.gif:50} -
SSinamehico
24.05.02 · 106.♡.128.53
나름 두번 다녀왔는데 저는 타이페이 동물원 좋았습니다. 두번째는 업무차 갔는데 사람들은 좋더라구요. 대신 그사람들 덕분에 코로나를 ㅠ.ㅠ. 작년 반응이 좋았는지 올해 또 초청받아서 가는데. 약간의 우월의식(?) 같은게 보이긴 합니다만. 우리도 그런면이 없는건 아니다라고 받아들이니 편하더라구요 -
류류겐
→ Sinamehico 작성자
24.05.02 · 211.♡.74.210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ㅎㅎ -
JJinoLee
24.05.02 · 119.♡.146.203
해외 여행 가면 어느 나라 가이드든, 현지 가이드는 전부 자국에 대한 애정이랄까, 자부심 같은게 있었습니다.
필리핀조차 마찬가지였는데요.
한국과 비교를 하면서 한국을 비하했다면 모를까, 자국에 대한 자부심에 대해서 그리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류류겐
→ JinoLee 작성자
24.05.02 · 211.♡.74.210
조금씩 비교 우월감을 비쳐서 그렇게 느껴졌나봅니다. 게다가 가이드는 관광객의 기분을 좋게 하는게 우선일텐데 저렇게 말하면 관광객들이 좋아할거라고 생각하나 싶었네요. 딱 한 명 겪고 적는 편향적인 기분이 맞기 때문에 그냥 적당히 흘려들으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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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가보고 싶던 곳인데, 지진이 일상이라니...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