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olemongole (112.♡.33.238)
2025년 9월 16일 PM 12:29

표지가 이쁘네요. 표지 그림 제목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는가?'입니다. 그때문인지는 몰라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김애란 소설은 많이 읽진 않았지만 읽을 때마다 감흥이 없었어요. 흘리듯 읽고 흘러가는 그대로 내버려둬서 마음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동진도 그렇고 이동진 방송에 나오는 게스트들도 자주 언급하니, 호기심이 못 이겨 집었습니다. 정보라의 <저주토끼>과 함께. <저주토끼>를 읽고 한참 후, 오늘 아침에 조금 읽었습니다.
신형철 평론가가 쓴 '김애란은 사회학자'라는 말에 십분 공감합니다. 인그룹과 경계에서 고민하는 '홈 파티', 소통의 부재와 계급 간의 미묘한 긴장감을 다루는 '숲속 작은 집'. 모두 요즘 쓴 이야기답고 시의적절합니다. 사회문제와 정치이슈는 이제 현대 사회 일상 곳곳에 있으니까요. 깨시민 다모앙 회원들도 좋아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엊그제 선배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요즘 한국 소설 이야기를 잠깐 했습니다. 선배는 '요즘 소설은 번역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어요. 저는 김영하 작가가 데뷰하고 한창이던 시절 피씨통신에서 읽은 글이 생각났습니다. '김영하 소설이 좋으면서도 뭔가 이상한데 그게 한글이 아닌 한글 같다고. 처음부터 번역을 생각해서 쓴 글 같다'면서 그에 대한 갑론을박을 했던 게시글이 스쳤습니다.
한강 소설을 읽으면서도 놀라웠던 지점이기도 했어요. 굉장히 로컬한테 온통 글로벌했습니다. 한글인데도 어떤 나라 말로 바꿔도 통할 것 같다는 느낌. '바디 호러'에 가까운 채식주의자 테마는 특히 그랬어요. 굉장히 서양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그녀', '그들' 같은 대명사도 많이 쓰던데요. 한강 작가 본인이 영어를 잘 하시니 그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선배와 전화로 주고 받았습니다.
다시 김애란 소설로 돌아와서. 위에서 말한 소설들과 비슷하게 김애란 소설도 영어로 그대로 옮겨도 무리없는 문장과 테마라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도 어휘도 쉽고 문장들이 길지 않습니다. 그중에 자주 나오는 단어가 있었어요. '입성'. 저는 이 말이 뭔지 몰라서 찾아봤어요. 사전엔 이렇게 나옵니다: 상당한 노력 끝에 선망하던 세계나 방면으로 진출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루는 말. 다른 말로 '성공'이죠. 다양한 인생의 성공이 이제는 하나밖에 없는 모양으로 굳어지는 시대입니다. 소박한 일상에서 느끼는 무료한 행복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순간 순간들을 소설 안에 잘 담아낸 것처럼 보입니다.
한강 노벨상 수상 특집 파이아키아 방송에서 이동진과 함께한 소설가 김중혁이 '요즘 작가들 정말 잘 쓴다며 세계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낙 귀가 얇은 저는 그때부터 국내소설 조금씩 읽고 있는데 꽤나 만족스러웠어요. 박상영, 김기태, 김금희, 예소연 등등. 모두들 로컬하면서 글로벌한 요즘 작가들입니다. 늦게나마 이제 김애란도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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