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학년 남학생과의 학교폭력 상담

Lv.1 바다사이 (1.♡.126.94)

2025년 9월 23일 PM 01:15 · 수정됨(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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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6학년이야?"

"네"

"엄마한테는 이야기했어?"

"아니요"

"왜?"

"걱정하실까 봐요"

"음... 그렇구나, 아이들이 놀릴 때마다 00 이는 어떻게 대응했어?"

"최대한 화내지 않고, 웃어 넘기려고 했는데......"

"괴롭히는 아이랑은 원래 사이가 안 좋았어?"

"아니요, 원래 친했던 아이인데, 방학 끝나고 나서 갑자기, 저를 놀리기 시작했어요"

"음, 그렇구나"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음, 그 아이가 놀리는 것은 00이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그런 거야, 네가 짜증 내는 모습을 보이거나, 화내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그 반응이 재미있어서 더 놀리는 경우가 많거든. 일단, 이렇게 해보자. 또다시 그 아이가 너를 놀리면 그때는 단호하게 이야기해 봐"

"어떻게요?"

"네가 이렇게 놀리는 것이 난 기분이 정말 나쁘다, 너랑 다시 잘 지내고 싶은데, 나를 왜 자꾸 놀리냐, 오해가 있으면 서로 풀고 잘 지내자, 이렇게 이야기해 봐"

"음... 네..."

"대신에 말이야, 이야기를 할 때는 아주 단호한 표정을 지어야 돼"

"어떻게요?"

"웃지 말고, 눈은 똑바로 뜨고, 목은 당기고, 단호하게 이야기해 봐, 이제껏 00이가 보여준 모습하고는 다르게 말이야"

"네, 한번 해볼게요"

"그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쫄면 안돼, 졸지 마"

"네"

"위축되거나, 쫄 필요 없어 자신 있게 이야기해야 돼"

"네"

"그리고, 소장님하고 대화 끝나면, 엄마한테 꼭 이 사실을 이야기해야 돼, 엄마 아빠는 네 편이잖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되면, 다시 소장님한테 이야기해 알았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안녕히 주무세요"


늦은 밤에 보통 네이버 톡톡으로 상담 신청을 하시는 분들은 학교폭력 피해 부모들입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되고 나서 당장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들이 급한 마음에 네이버 톡톡으로 상담 문의를 하곤 합니다. 보통, 네이버 톡톡으로 요청하는 상담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상담은 발생된 사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녀의 성향, 부모와의 관계, 양육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파악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네이버 톡톡으로 요청하는 상담은 전화 상담 전환하여 진행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사안은 학교폭력 피해 부모가 아닌, 피해 학생이 직접 저에게 상담 요청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는 상대 학생의 언어폭력으로 며칠 간은 괴로웠을 것이고 고민했을 겁니다. 이제 고작 초등 6학년 남학생의 고민을 외면할 수 없었고, 다른 사안과 달리 아주 오래 시간 동안 톡톡으로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생된 학교폭력 사안이 초등학생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사안이었고, 다행히 심각한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엄마 아빠와의 사이는 좋아 보였습니다. 지금이야 혼자 고민하며 끙끙 앓고는 있지만, 이 사안을 부모가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면 부모와 자녀의 사이는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알려준 방법이 해결책이 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외로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피해 학생이 자신의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단호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나오는 현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놀림에 대해서 피해 학생이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면 그게 빌미가 되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보다 상대 학생에게 자신의 감정을 단호하게 표현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놀림이 지속된다면 그때 가서는 학교 담임 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1차적으로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한, 과정 없이 자녀의 이야기만 듣고 무조건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

과정에서 직면하는 여러 경우의 수들이 오히려 피해 가족 모두에게 상처와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초등 6학년 남학생에게는 일단 방법을 알려주었으니, 추후에 연락이 다시 온다면 그때 가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려고 합니다.


그 친구가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 상담을 요청했다는 것은 그만큼 절실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그 아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하고 나서 그 친구가 저에게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인사를 하더군요.

예의 바른 아이인듯싶어서, 상담이 끝나고 나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폭력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그 경계선을 넘나들며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지도 모릅니다.

부디, 자녀들을 잘 살피기 바랍니다.

댓글 (8)

  • 404page

    404page Lv.1

    25.09.23 · 112.♡.233.73

    생각보다 언어폭력이 무서워요.
    저도 겪었던 일 같네요
  • 개굴개굴이

    개굴개굴이 Lv.1

    25.09.23 · 61.♡.184.34

    잘 해결되어서 저 아이의 마음에 응어리가 풀리면 좋겠습니다...!
  • 또좋은날 Lv.1

    25.09.23 · 175.♡.110.10

    저 아이는 나름 영리한 편이어서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은 것 같은데
    동일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네요.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도 중요할 듯 합니다
  • BLACK

    BLACK Lv.1

    25.09.23 · 58.♡.69.35

    후일담이 궁금해지는군요....
    참 바른 아이같은데 잘 해결되었길....
  • MoonKnight

    MoonKnight Lv.1

    25.09.23 · 211.♡.188.41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5학년 남자아이들끼리 대화 하는걸 듣다가 대화방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가관이더군요

    끌고 그 친구네 가서 사과 하게 하고 철저하게 말조심하도록 교육을 했습니다만 요즘 아이들 말투 자체가 다 그렇더군요

    노~ 써대고 애미 애비 찾아대고 솔직히 좀 걱정입니다
    일방적으로 그런게 아니라 친구들끼리 서로 하는 말이라 사과하러 갔더니 상대 부모도 좀 어리둥절해 하시더군요

    암튼 많이 걱정되는데 빨리 알게 되서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건지...

    하긴 좀 더 큰 중학교때 이긴 하지만 한때 저도 입이 욕을 달고 산적이 있긴 했죠
    느끼는게 있으면 차츰 나아지리라 보고 있습니다
  • 타로

    타로 Lv.1

    25.09.23 · 106.♡.249.248

    예전 같으면 한 한급에만 수십명이 있다 보니 이런 저런 이유가 생겨도 몇명은 맘에 맞는 친구를 사귀기 쉬웠는데
    이제 학급당 인원수가 적어지니 어찌보면 이런 사소한 일에도 아이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와 버렸군요
  • 흑과백의경계

    흑과백의경계 Lv.1

    25.09.23 · 121.♡.219.145

    저도 아이들 어릴 때 부터 "싫다, 기분 나쁘다"는 이야기는 꼭 하라고 가르쳤습니다.
  • 밤의테라스

    밤의테라스 Lv.1

    25.09.23 · 14.♡.8.12

    글로써 전달되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밟히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가 매우 바르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같아서,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대견해보입니다. 부디 잘 극복했으면 하네요. 괜찮으시다면 나중에 후기도 공유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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