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랜 (220.♡.233.219)
2025년 9월 26일 PM 04:38 · 수정됨(09. 28. 15:16)
스포 만땅이니 안보신 분들은 뒤로 가세요...
.
.
.
.
.
.
.
.
.
.
.
.
.
.
1. 살해 대상에 투영된 만수의 가능성들
살해 대상인 세 명은 만수가 처할 수 있었던 다양한 상황들을 보여주는 인물들로 해석됩니다. 제지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절망에 빠진 범모, 다른 업종에 취업했으나 잘 되지 않는 시조, 제지업에서 살아남았으나 가족도 없이 과로에 시달리는 선출이 그러합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만수가 살해 대상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2. 마트에서의 굴욕적 상황과 절망의 은유
만수가 마트에서 일하다가 작업복, 신발, 장갑을 빼앗기고 속옷 차림으로 쫓겨나는 장면은 표면적으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그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남겨진 신발과 장갑만을 비추는 장면은 극단적 선택을 은유하며 만수의 극한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3. 범모에 대한 질책 속 만수 자신의 모순
범모에게 총을 들이대며 내뱉은 질책들이 사실 만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마트에서 짐 나르는 일이라도 하지 그러냐'고 하지만 본인도 그 일을 하다가 내팽개쳤고, '아내의 의견에 따라 음악카페라도 하지 그러냐'고 하지만 본인도 아내 의견에 따라 분재업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4. 시조의 선량함과 만수의 시선 회피
시조는 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선택을 한 인물이며, 분량은 짧지만 정말 선량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만수가 시조를 살해하려 할 때 살해 무기가 똑바로 쳐다봐야 하는 총임에도 불구하고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이는 현실과 선함으로부터 이미 눈을 돌리고 있으며, 시조를 살해함으로써 선을 완전히 넘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됩니다.
5. 아내와 만수의 '어쩔 수 없다'는 선택들
아들의 절도 사건을 아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몸이라도 바쳐서 합의하려 했으나, 이런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은 만수였습니다. 하지만 만수 역시 자신의 일자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해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6. 선출과의 동질감과 선택의 갈림길
선출을 만나 술을 마시며 서로의 동질감을 확인하고, 선출이 과로에 시달리며 같은 급의 관리자를 필요로 하고 있어 회사에 잘 얘기해보겠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둘이 꽤나 잘 맞는 듯 보였으나 이미 선을 넘어버린 만수는 계획을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어쩔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7. 앓던 이를 뽑는 장면의 상징성
영화 내내 만수가 앓던 이를 선출이 준 폭탄주를 마신 직후에 직접 뽑아버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앓던 이는 심각한 고민 등의 상징으로 흔히 사용되는데, 선출을 살해함으로써 만수가 영화 내내 하던 고민은 사라졌지만 그 동기나 방법이 정상적이지 않고 결국 상처를 남긴다는 은유로 해석됩니다.
8. 가족과 집의 불완전성
영화 내내 만수는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가족은 사실 혈연도 아니고 집도 할아버지가 자살한 곳으로 어찌 보면 완벽하다고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마지막에 가족들도 만수의 범행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침묵하고 지내게 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9. 딸의 숨겨진 재능과 시각의 차이
딸은 영화 전반에 걸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것처럼 묘사되고 첼로에 재능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부모들도 의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낙서처럼 보였던 것이 실은 본인 나름의 악보였고, 부모 앞이 아닌 강아지들 앞에서는 정상적인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로는 '어쩔 수 없다'라고 단정지어지는 여러 문제들이 시각이 다를 뿐 그렇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0.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
결국 '어쩔 수 없다'라고 단정지어지는 문제들은 소통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더 나은 해결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드러내고 나눌 수 있는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있다는 점을, 남편의 범행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딸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침묵하는 아내를 통해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11. 막힌 도로의 은유
결국 일자리를 얻어 새로운 공장으로 출근하는 만수 앞에 나무를 잔뜩 실은 트럭을 배치하고 꽉 막힌 도로를 비추는 장면으로, 자신의 일이지만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그저 주변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맞춰 살아가는 모습을 은유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12. 기계 대체와 미래의 불확실성
공장에 도착해서도 영화 초반 정리해고 당시 같이 해고당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여러분 없이 어떻게 일해요'라고 말한 것과는 정반대로 혼자 일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많은 일들이 인력에서 기계로 대체된 화면을 비추는 가운데, 만수가 하는 업무마저도 기계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상기시킵니다.
13. 제목의 의미심장함
영화의 제목인 '어쩔수가없다'는 영화 내내 여러 상황을 설명해주는 말이고, 실제로 영화 내에서 혼잣말로 등장합니다. 특히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서 어쩔 수가 없다고 비도덕적인 선택을 할 때 계속 반복됩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배우들 연기를 봐서도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하는 영화라는겁니다.
기왕이면 할인 쿠폰도 정부에서 뿌리고 있으니 한번쯤 보시기 바랍니다.
댓글 (6)
-
이이렇게라도살자
25.09.26 · 118.♡.144.221
-
페페퍼로니피자
25.09.26 · 106.♡.192.226
영화보고 나와서 와이프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그래 어쩔수가 없는거야 어차피 나중엔 다 AI가 대체하게 될거니까.. -
__놀이터
25.09.26 · 104.♡.68.24
공장에 들어선 인물이 환호하지만 기계소음에 묻히고
공장씬의 마지막은 암전이죠.
다음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기계를 죽일 수도 없고 ...
소음 이야기 하다보니 첫번째 대상자 집에 침입했던 씬 자체가 얼마나 상호소통이 안되는가를 보여주기도 하네요.
”눈치 챘으면 말을 해야지!!“ -
지지읗
25.09.26 · 211.♡.138.58
멋진 해석 감사합니다.
영화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네요.
내일 2회차 보러 가는데 참고하며 보겠습니다 ㅎ -
급급시우
25.09.27 · 223.♡.79.121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볼륨을 올린채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박희순과 이병헌의 음주 배틀을 보며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요.
모처럼 영화관에서 영화 잘보고 돌아왔습니다. -
무무루도구
25.09.28 · 119.♡.30.110
같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구체적인 생각을 할 수 엤는거군요. 대단합니다. 👍👍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전 그냥 잼있게 즐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