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183.♡.150.137)
2025년 9월 28일 PM 10:35 · 수정됨(09. 29. 09:30)

약자를 말살한다.
신중하지 못한 질문이지만 의문스럽게 생각했던 것이라 답변해주셨으면 합니다.
자연계에는 약육강식이라는 단어대로 약자가 강자에게 포식당합니다.
하지만 인간사회에서는 왜 그게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문명이 이루어질 무렵에는 종족끼리의 싸움이 이루어지고 약자는 죽임을 당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에서 약자는 세금이다 뭐다해서 살려둡니다.
뛰어난 유전자가 살아남는 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요.
지금의 인간사회는 이치에 맞지 않는 건 아닐까요.
인권 등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는 제외하고 해주셨으면 합니다.

으음....흔히 하는 착각입니다만 자연계는 '약육강식'이 아닙니다.
약하다고 반드시 잡아먹힌다고 할 수 없고, 강하다고 꼭 잡아먹는 쪽은 아닙니다.
호랑이는 토끼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하지만 토끼는 전세계에서 번영하고 있으며 호랑이는 멸종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
자연계의 법칙은 개체 레벨에서는 '전육전식'이고 종레벨에서는 '적자생존'입니다.
개체 레벨에서는 최종적으로 모든 개체가 '먹힙'니다.
모든 개체는 다소 수명의 차는 있지만 반드시 죽습니다.
개체간의 수명 차이는 자연계 전체에서 본다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개가 2년을 살고, 다른 개가 10년을 산다고 해도 그건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은 아무래도 좋은 차이입니다.
종 레벨에서는 '적자생존'입니다.
이 말은 오해받은 상태로 널리 퍼져있지만 결코 '약육강식'의 의미가 아닙니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자'가 살아남는 것입니다.
('살아남는'다는 의미는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이어진다'는 의미라는 것에 주의)
그리고 자연이라는 것의 특징은 '무한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환경적응법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꼭 활발하다고 살아남는다고 할 수 없고, 나무늘보나 심해생물처럼 극단적으로 대사를 떨어트린 생존전략도 있습니다.
다산하는 생물, 소산하는 생물, 빠른 것도 느린 것도, 강한 것, 약한 것, 큰 것, 작은 것...
여러 형태의 생물이 존재하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적응'만 되어있다면 강하든 약하든 관계없습니다.
그리고 '적자생존'의 의미가 '개체가 살아남는 것' 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유전자가 다음세대에 이어진다' 라는 의미인 이상
어느 특정 개체가 외적에게 잡아먹히든 아니든 관계없습니다.
10년을 살면서 자손을 1마리만 남기지 못한 개체와
1년밖에 못살면서 자손을 10마리 낳은 개체의 경우
후자쪽이 보다 '적자'로서 '생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존'이 '자손을 남기는 것'이며 '적응'의 방법이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것인 이상
어떤 방법으로 '적응'을 하는 가는 그 생물의 생존전략 나름이라는 말입니다.
인간의 생존전략은...'사회성'
고도로 기능적인 사회를 만들어 그 상조작용으로 개체를 보호합니다.
개별적으로는 장기생존이 불가능한 개체(=즉, 질문자가 말하는 "약자"입니다)도 살아남게 하면서 자손의 번영 가능성을 최대화한다...
라는 것이 전략입니다.
얼마나 많은 개체를 살아남길 것인지, 어느 정도의 "약자"를 살릴 수 있을지는 그 사회가 지닌 힘에 비례합니다.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이전 시대에는 살릴 수 없었던 개체도 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물의 생존전략으로서는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이 자손을 늘리는 건 근원적인 것이며 그 것 자체의 가치를 물어봐도 무의미합니다.
'이렇게 수를 많이 늘릴 필요가 있는가?' 라는 의문은 자연계에 입각해서 말하는 이상 의미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우수한 유전자'라는 건 없습니다.
있는 것은 '어느 특정 환경에서 유효할지도 모르는 유전자'입니다.
유전자에 따라 발현되는 그러한 "형질"이 어떤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계산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현대사회의 인류에게 '장애'로밖에 보이지 않는 형질도 장래에는 '유효한 형질'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패턴의 '장애(=요컨대 형질적인 이레귤러입니다만)'를 품어두는 편이 생존전략상 '보험'이 됩니다.
('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 유리한가?' 라는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것이야말로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자연이란, 무수한 가능성의 덩어리입니다.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는 건 신이 아닌 인간에게는 불가능하니까요)
아마존의 정글에서 혼자 방치되어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인은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사회'라는 것이 없이 자연상태 그대로에 놓일 경우 인간은 전원 '약자'가 됩니다.
그 '약자'들이 모여서 가능한한 많은 '약자'를 살리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생존전략입니다.
그래서 사회과학에서는 '투쟁'도 '협동'도 인간사회의 구성요소지만 '인간사회'의 본질로 보자면 '협동'이 더 정답에 근접한다고 합니다.
'투쟁'이 아무리 활발화되더라도 마지막에는 '협동'해야만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전원이 '약자'이며 '약자'를 살리는 것이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감사 댓글 (베스트 채택)
'모든 답변들이 좋았지만 이분이 쓰신 답변이 가장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이유가 협력입니다.
물론 약자를 도태 시키면 더 강한 무리가 될 순 있는데 그건 일순간일 뿐입니다.
그 약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적용 시킬까요?
예로 처음엔 장애인을 도태 시키면 다음은 만성질환자, 다음은 돈 없는 사람, 그러다가 결국 최상급인 한두명만 남기고 다 죽여야 할걸요?
왜냐면 높은 곳위 애들이 보면 그 아래는 결국 도태 된 애들과 오십보백보라 살려줄 이유를 못 느끼니까요.
그렇게 극소수만 남은 종족은 사소한 재해나 사고로도 전멸해서 멸종되는 겁니다.
결국 그래서 상호부조를 택해야 하는 것이죠.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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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후추
25.09.28 · 220.♡.119.101
내일 출근이에요... - S
SoWhat
25.09.28 · 121.♡.167.24
당연하지만 잊고 있던 좋은 글이네요. -
BBlizz
25.09.28 · 108.♡.134.4
뛰어난 유전자랑 없다라는 걸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 전 미래에 유전자 조작 기술의 발달로 점점 더 "뛰어난"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만들게 되면 언젠가 다양성의 부족으로 인류 대멸종의 위혐에 처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
코코미
→ Blizz 작성자
25.09.28 · 183.♡.150.137
그걸 의외로 잘 보여주는게 건담 시드 시리즈죠.
유전자 조작으로 일반적인 인간이 12년 공부할 걸 2~3년만에 끝내고 중학생 수준이면 성인 이상의 지성과 육체를 가지는 코디네이터라는 신 인류가 등장하는데, 정작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출산율이 낮아져서 점차 숫자가 줄어들 위기에 처하죠. - 우
우유삐깔아조씨
25.09.28 · 125.♡.219.131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감사합니다. ^^ - 떡
떡갈나무
25.09.28 · 1.♡.2.244
밑바닥 깔아주며 생산해주는 존재가 없으면 인간의 현 세계는 영속 할 수 없습니다.
동물들은 본능대로 다 먹다가 멸종 하기도 하죠.
인간은 멸종을 피할 지능을 가지고 있구요. -
RRanomA
25.09.29 · 125.♡.92.52
"예를 들어 현대사회의 인류에게 '장애'로밖에 보이지 않는 형질도 장래에는 '유효한 형질'이 될지도 모릅니다." 겸형 적혈구 케이스가 생각나네요. -
롱롱숏
25.09.29 · 58.♡.148.15
잘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Bbooknbeer
25.09.29 · 61.♡.162.10
인간사회는 동물과 달라서 개인이 개인을 핍박할 수는 있지만 이게 사회적으로 문제가되면 집단대응을 합니다
피흘리며 이룩한 우리 국민들의 모든 권리처럼요 권력이나 돈이 있다고해서 영원할수없고 결국 선을 넘으면 사회적으로 보복당하게되어 있습니다 네팔처럼요 -
MMoonKnight
25.09.29 · 211.♡.188.41
이 글은 "협력"을 한다는 전제하에 작성이 된듯 한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약한개체를 살려놓으면 그것을 인지하고 협력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것을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을 하게 되죠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의"적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맞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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