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상학(철학)에 꽂혀 있습니다.
FV4030

Lv.1 FV4030 (210.♡.27.130)

2025년 9월 29일 PM 05:01 · 수정됨(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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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입문서를 보고 있는데, 세계와 주체가 구별되지만, 그렇다고 서로 아예 무관하게 독립적이지 않고 영향을 미친다는 게 마음에 듭니다. 하이데거의 '세계 속의 현 존재'라는 표현이 후설 현상학에 딱 맞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되네요.

구조주의는 이런 거 없거든요. 소쉬르 이후의 구조주의자들은 기표의 구조에 따라 의미는 결정되는 거거든요. 그 구조의 틀 안에 뭘 집어넣든, 그 구조에 의해 내용물은 설명되는 거죠. 극단적으로 보면 개별 주체는 별 의미가 없는 거죠. 구조가 의미를 주는 것이니 말입니다.

반대로,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할 때, 주체 외의 것은 주체로부터 연역되어 나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구조주의와 정반대로 가는 유아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서구 철학은 객체(타자)와 주체를 나누고, 주체인 우리가 객체를 인식하는 것이 온전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플라톤 마냥 우리가 경험하고 인식하는 그 너머에 실제로 존재하는 객체, 타자, 세계가 있다고 여겼죠. 그래서 이 실재에 접근하는 게 철학의 사명이라고 여겼고, 이것이 성공한다면 세계는 이게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상학은 20세기 초 즈음에 나왔기 때문에, 이런 서구 철학에 저항하고자 했죠. 세계는 주체인 나와 구별됩니다. 모든 의식에는 대상이 있다는 '지향성'을 통해 현상학은 이를 강조하죠. 하지만, 그 세계는 의식을 통해 다가오기 때문에 주체와 별개의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주체는 세계와 구별됩니다. 하지만, 주체는 세계 속에 녹아 있어요. 그러니 별개가 될 수 없는 것이죠.

결국 현상학은 우리가 인식하는 그 너머에 주체와 별개로 실제로 존재하는 객체가 있다고 여기진 않습니다. 끊임없이 세계는 주체인 나에 의해 피드백되고 업데이트 되고, 주체는 또 세계의 영향 가운데 있죠. 그래서 경험과학의 산물은 완전 무결한 별개의 세계를 발견한 게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현상을 피드백하고 업데이트한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거라고 봐야겠죠.

뭐 이런저런 사유를 해보니깐 재밌긴 합니다. 개똥철학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ㅋㅋㅋㅋ

댓글 (16)

  • 안시기

    안시기 Lv.1

    25.09.29 · 121.♡.220.161

    현상학 재미지죠 ㅎㅎ
  • FV4030

    FV4030 Lv.1 → 안시기 작성자

    25.09.29 · 210.♡.27.130

    그럼 이걸 어따 써먹냐 이런 물음도 나오는데요. 나름 생각이 있게 되네요.
  • 안시기

    안시기 Lv.1 → FV4030

    25.09.29 · 121.♡.220.161

    ㅎㅎ 현상학적 탐구라고 인문학에서는 좀 쓰이긴해요 ㅋㅋ
    실존주의랑 많이 연결도 되구요 ㅋㅋ
  • 오징어쥬스

    오징어쥬스 Lv.1

    25.09.29 · 119.♡.73.10

    짧게 적으신 이 글을 읽으니 저도 철학에 빠져버릴것만 같습니다 @_@
  • FV4030

    FV4030 Lv.1 → 오징어쥬스 작성자

    25.09.29 · 210.♡.27.130

    좀 말랑하게 철학을 맛보시려면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이 재밌슴다 ㅋㅋ
  • 매일두유

    매일두유 Lv.1

    25.09.29 · 219.♡.171.27

    지향성 보니 원형 생각납니다
    저는 아이온에 동시성 이론 보는데요.
    너무 신비주의 아닌가 걱정이 들면서도 종교인들이 보는 저편이 뭔가 이해해보려고 엄청 노력중요... 나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ㅠㅠ
    인과율이 아닌 다른 법칙이면서 양자역학적 법칙이라니... 뇌 개조 당하는거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FV4030

    FV4030 Lv.1 → 매일두유 작성자

    25.09.29 · 210.♡.27.130

    칼 융도 나름 흥미로운 분이긴 한데... 심리학 쪽은 건들기 어려운지라.. 나중에 기회가 닿으신다면 폴 리쾨르 쪽을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p.s. 아 착각했네요. 양자역학이군요. 즐거운 사유가 되시길 빕니다.
  • 매일두유

    매일두유 Lv.1 → FV4030

    25.09.29 · 219.♡.171.27

    "폴 리쾨르는 대화의 철학자라는 말로 유명할 정도로 다양한 철학적 경향들과 대화하고 대면하며 자신의 철학 체계를 구축하였다"
    심리학부분은 그나마 이해가 가는데 여기부터는 진짜 정신과 원형이라는 유사정신과 물질계의 현현. 천리안 이런거라 정신이 좀 아득해집니다.
    나중에 볼께요~ 키워드 감사합니다
  • 깨몽

    깨몽 Lv.1

    25.09.29 · 112.♡.217.132

    동양의 많은 스승들이 수천년 전부터 하던 얘기 아니었던가요...? (...라고 제 고양이가 오타를... ^^;;)
  • 매일두유

    매일두유 Lv.1 → 깨몽

    25.09.29 · 219.♡.171.27

    정말 동양철학이 쩔더군요 ㅠ 이런 과학기술과 이성과 니체적인 각자의 신(이상)의 시대에 공통 보편진리라니 저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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