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살아간다는건 서로 물들어가는것 같아요.
큐리스

Lv.1 큐리스 (115.♡.31.45)

2025년 10월 2일 AM 08:53 · 수정됨(14:50)

조회 2,519 공감 0

아침,출근준비를 위해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낯익은 냄새가 흘러들어왔습니다.

캠핑장에서 맡았던 장작 타는 냄새 같기도 하고, 가을 산속 어디쯤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냄새 같기도 한, 그런 은은한 향이었습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찬 공기와 함께 들어온 그 냄새에 문득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향기라는 것이 참 묘하다고.

어떤 냄새는 우리를 특정한 순간으로, 특정한 사람에게로 데려가버리니까요.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아내만의 향이 참 좋아졌습니다. 향수가 아닌, 그 사람 고유의 체취 같은 것 말이에요.

집에서 편하게 입고 있는 원피스에서 나는 그 특유의 향도 좋고, 심지어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풍기는 술 냄새조차 귀엽게 느껴집니다.

어제도 팔베개를 해주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어느새 아내의 머리 냄새를 맡고 있는 제 모습을요.


마치 가을이 오면 어디선가 가을 냄새가 나는 것처럼, 아내의 향은 이제 제게 그런 계절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나 봅니다.

이 향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부부란 어쩌면 낙엽처럼 서로에게 물드는 존재가 아닐까요.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서로의 색을 닮아가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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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Java

    Java Lv.1

    25.10.02 · 116.♡.70.94

    아~ 부러운분!
    미리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큐리스

    큐리스 Lv.1 → Java 작성자

    25.10.02 · 115.♡.31.45

    ㅋㅋㅋ 와이프 향이 중독성이 강합니다~~ 명절 잘 보내세요.
  • 레오야사랑해

    레오야사랑해 Lv.1

    25.10.02 · 118.♡.10.160

    아름다운 글입니다
    {emo:onion-021.gif:100}
  • Rania

    Rania Lv.1

    25.10.02 · 211.♡.22.149

    아내분이 이 글을 보면 행복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emo:damoang-lala-001.webp:150}
  • 꼬릴라아빠

    꼬릴라아빠 Lv.1 → Rania

    25.10.02 · 121.♡.68.159

    글 쓸 때 옆에 서 계셨을꺼에요 ^^
  • 큐리스

    큐리스 Lv.1 → 꼬릴라아빠 작성자

    25.10.02 · 115.♡.31.45

    ㅋㅋㅋㅋ 와이프는 자고 있었어요
  • 풋콜패리티

    풋콜패리티 Lv.1

    25.10.02 · 122.♡.230.26

    오감 중에 가장 기억력이 좋은 게 후각이라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좀 뜬금없는 소리지만 고양이도 시각이 아니라 냄새로 집사를 알아본다 하더군요. ㅎㅎ
  • 상추엄마

    상추엄마 Lv.1

    25.10.02 · 118.♡.43.76

    어머나! 낭만적이에요! 이렇게 시적인 감성이 풍부하신 남편을 두신분은 얼마나 행복하실까요!
  • SIM_Lady

    SIM_Lady Lv.1

    25.10.02 · 220.♡.172.6

    혹시나 세로로 읽어야 하나 하고 읽어본 저란사람 나쁜사람..ㅋㅋ
  • 큐리스

    큐리스 Lv.1 → SIM_Lady 작성자

    25.10.02 · 115.♡.31.45

    ㅋㅋㅋㅋ 제가 그걸 미쳐 생각못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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