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어느날 갑자기 생각난 20년전 전여친
diynbetter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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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3일 AM 11:47 · 수정됨(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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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클리앙

1편 원문보기 (22년 작성)


전여친중 한명이 중졸이었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부모님이 애들 집에 두고 성묘 다녀오다 교통사고로 같이 돌아가셨대요. 

그래 동생을 먹여살릴라고 그날로 봉제공장을 다녔답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참 낮았어요. 


집에는 그당시(2005년 무렵)에도 보기 드문 브라운관 TV가 있었는데

어디서 이런걸 가져다 놨냐 신기해서 물어보니.. 

동네 전파사에 있길래 지나다 물어봤더니 필요하면 그냥 가져가라 하더래요. 

이거 가져다 전기만 꽂으면 TV가 나오는거냐.. 물어보니.. 

아저씨가 2만원만 주면 가져다 설치해 주겠다 하더래요. 

걔 사는데가 옥탑방이었는데 아저씨가 2만원 받고 공청안테나를 설치하고 연결을 해놨더라고요. 


하루는 TV가 안 켜져있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엊그제부터 TV가 안나와서 버릴라 그런다는겁니다. 

그래 왜 그런가 하고 뒤를 들여다 보니.. 


새카만 키보드가 하나 있고 그게 눌러서 안테나가 빠져있더라고요. 

아니 집에 컴퓨터도 없는 애가 키보드는 뭐냐 하고 물어보니.. .


누가 버렸길래 줒어 왔댑니다. 

이걸 왜??

언제까지 봉제공장일을 할 수는 없을것 같고 사무직 일을 하고 싶은데 

가는데 마다 컴퓨터는 할줄 아냐고 묻고... 

그래서 키보드 타이핑이라도 연습하려고 가져다 뉴스 보면서 연습한답니다. 


아이고... 

너무 안타까워서 진심 컴퓨터라도 하나 사주고 싶었는데... 

당시 제 월급이나 걔월급이나 비슷한 처지라...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번은 TV보다가 부페가 나오는데 부페 한번도 가본적 없다 그래서 인당 6만원짜리 호텔부페 예약해서 데리고 갔습니다.

처음 가보는 호텔부페라고 나름 챙겨입은게 청바지에 흰티라.. 

애가 기가 죽어가지고 '내가 올곳이 아닌것 같다' 그러고 있더라고요. 


사실 호텔 부페에 드레스코드가 있는것도 아니고  옆 테이블에서는 츄리닝 입은 여자애가 장기 숙박자인지.. 

'뭐 이런데를 50만원씩이나 받냐 다른데로 옮길까봐' 그러고 있었는데 말이죠. 

걔 데리고 대학로 다니면서 소극장 콘서트도 데려가고 연극도 보여주고 

인생 한번 사는거다 기죽지 말고 살아라. 그러고 자존감 올려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아 그래 나도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현실에 눈을 뜬 그녀에게

'그러기 위해서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야겠어' 라며 차였죠. 

얼마나 벌면 되겠냐 그랬더니 '나는 내 남자친구가 300만원은 넘게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더라고요. 


당시 을지로 인쇄소 다니는 제 임금이 140이었는데 아무리 생각 해봐도 내 평생 300을 넘게 받아볼것 같지는 않아서

보내 줬습니다. 


지난달 통장에 370만원이 찍힌걸 보고 문득.. 

걔는 어디서 잘 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2편 원문보기 (어제 작성)


얘를 만날때는 참 얘도 못 살고 저도 못 살던 때라 실로 지지리 궁상이 고전수필급이었는데

한달에 한번쯤 네이트온으로 데이트 하자고 하면 가는데가 건대입구역이었습니다. 

거기서 삼겹살이나 돼지껍데기 같은거에 소주 마시고 어린이대공원쪽 모텔로 가는 루틴이었는데 (?)

그 중간에 늘 거치는 코스가 있었어요. 바로 건대입구역 앞에 있는 빵집.

앞에 노점 펼쳐놓고 구두파는 아저씨가 있었거든요. 


다양한 여성신발을 펼쳐놓고 팔았는데.. 노점이 그렇듯 사이즈가 다양할리 없고 

'발 맞으면 1만5천원' 인 그런 신발들이었어요. 


걔는 늘 거기에 쪼그리고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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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눈으로 쳐다봤고 그럼 저는 호기롭게 '아 그래 골라봐라' 하곤 했죠. 

1만5천원 없다고 어떻게 되는거 아니니까요. 


그럼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구두를 고르곤 했어요. 

그 안에는 무슨 트로트 가수나 신을것 같은 화려한 신발부터 수수한 단화같은 신발까지 다양하게 있었는데

걔가 고르는건 늘 수수한 검정 하이힐이었죠. 

(하이힐 신는걸 본적이 없는데 하이힐 좋아하나?) 

싶었지만 그런건 전혀 문제 되지 않았어요. 


이정도는 내가 사 줄 수 있다 라는 호기로운 마음과 이것저것 만져보며 구두를 고르는 

그녀의 마음이 서로 윈윈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녀의 집은 망우동에 있는 반지하였는데 허리만치 오는 자그마한 신발장이 문 밖(!)에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녀의 집에 벨을 누르고 인기척이 들려오는 그 짧은 시간에 신발장을 살포시 열어보면 그 안에는 늘

꽤재재한 운동화 몇켤레와 슬리퍼만 있었습니다. 


내가 족히 10켤레 이상 사줬을 그 하이힐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아 그래요 하이힐이 발이 편한 신발이 아니죠. 

꼭 그거를 신어야 할 일이 없다면 굳이 신고 싶은 신발은 아니예요. 


얘는 나와 함께 신발을 고르는 그 순간만을 위해 내게 사달라고 하는것일 수도 있어요. 

그깟 만5천원짜리 신발따위 별로 중요한게 아니죠. 


그렇게 떠오르는 물음표를 내색하지 않고 마음속 깊은곳 어느곳에 묻어놨습니다. 


20년이 지나고 

헤어지고 나서도 5년정도는 연락하고 지냈던것 같은데

이제는 어디서 뭐 하는지도 모르는 그녀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하이힐을 신은채 달리는 여자를 보다가 어처구니 없이 생각이 나버렸습니다.

Aㅏ....

걔는.. 

봉제공장이 아닌 정장에 하이힐 신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싶었나보다. 


이게 왜 20년이 지나 이제서야 불현듯 생각이 나버린걸까요.. 센치해지는 밤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원글의 댓글에 보면 

어린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소녀 가장이 되야했던 그녀의 삶을 이해하는 분도 계시고

사려깊은 글쓴님을 버린 그녀를 비난하는 분도 계신데


저는 두 분 모두의 삶을 응원합니다. 그저 행복하시길 바래요.


어제 아이가 만화방에서 밤을 새보고 싶다고 하여

미리 만화방에 전화해서 '아빠랑 중딩 아이랑 같이 밤을 새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가능한가' 문의하고

미성년자니까 가족관계증명서? 같은거 보여달라고 하니 미리 준비해서 

캠핑용 베개랑 새로 빨은 깨끗한 담요랑 준비해가서 밤을 새고, 아침에 돌아오는 길에

제가 픽업을 가니 돌아오는 차 안에서 뭐 먹고 싶냐고.. 소금빵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 할인 쿠폰 쓸 수 있는건 케잌이야

ㅎ_ㅎ (소금빵과 케잌은 맛이 완전 다른데..) 그럼 케잌..

🥸 비오니까 내가 사올게 


답정너 신랑이 케잌 상단에 있는 '러브유'를 떼서 제 입에 넣어주네요. 신랑하고 반쪽씩 나눠먹었어요. 

제 인생을 급격히 틀 만큼, 나 아니면 가족이 굶어죽을만큼 큰 격변과 고난이 없었어서 다행이고

오늘 제 옆의 사람들이 더 소중해 지게 하는 글입니다.


각자의 고난을 겪으며 살아내고 계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댓글 (16)

  • L

    lioncats Lv.1

    25.10.03 · 122.♡.172.80

    좋은 글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 비사이로막가

    비사이로막가 Lv.1

    25.10.03 · 180.♡.230.127

    먹먹해지는 글입니다
  • DAVICHI

    DAVICHI Lv.1

    25.10.03 · 1.♡.82.118

    동네만화방 초등 조카랑 같이갈까하다가 미성년자는 못가는게 아닌가 하고 말았는데 갈 수 있군요...

    본문글 감동적입니다.
  • diynbetterlife

    diynbetterlife Lv.1 → DAVICHI 작성자

    25.10.03 · 220.♡.37.28

    밤을 새려면 전화 문의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 DAVICHI

    DAVICHI Lv.1 → diynbetterlife

    25.10.03 · 1.♡.82.118

    밤은 나이가 있어서 제가 힘들어서요...
    시도조차 못해봤는데 조카한테 미안해지네요...
  • 마이너스아이

    마이너스아이 Lv.1

    25.10.03 · 61.♡.139.51

    저도 10년 전인가 5년 전인가...
    애 둘 낳아서 잘 사는 전 여친이 전화와서 보자고 하던데 칼같이 짤랐습니다.
    궁금한건 잘살고 있다는 거였지 보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 채게바라

    채게바라 Lv.1

    25.10.03 · 36.♡.184.203

    2005년이면 우리가 글케 빈곤하게 살지 않은 시절이라 생각했는데도, 쉬이 살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는게 먹먹하기도 하고, 누군들 이런 저런 이유로 떠나보낸 사랑했던 이가 없을까 싶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과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글입니다.
  • queensryche

    queensryche Lv.1

    25.10.03 · 185.♡.234.208

    .. , “신랑이 케잌 상단에 있는 '러브유'를 떼서 제 입에 넣어주네요. 신랑하고 반쪽씩 나눠먹었어요.” <== 인용 글과 접점이 없는 이부분이 아주 불편합니다!!!
  • diynbetterlife

    diynbetterlife Lv.1 → queensryche 작성자

    25.10.03 · 220.♡.37.28

    은근 답정너지만 신랑이 옆에 다정히 있는게 새삼 좋더라고요. 저 글을 읽고 나니까요. 이렇게 좋은 사람을 전 떠나보낼 일이 없어서 다행이니까요.
  • 푸르른별

    푸르른별 Lv.1

    25.10.03 · 58.♡.113.136

    지나보면 추억인데 기억나면 씁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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