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민희진 미감에 대하여

Lv.1 수필 (185.♡.5.18)

2024년 5월 3일 AM 11:58 · 수정됨(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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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witter.com/toojazzy25/status/1784736047097872884

먼저 이 글은 하이브와 민희진(어도어)의 갈등에 대해서 다루는 글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관련 이야기가 다소 섞일 수는 있으나 주요소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이 추구해온 것에 대한 것입니다.



케이팝 평론가로 유명한 김영대 박사가 최근에 올린 트윗으로 시작합니다. 새로 나온 뉴진스 신보 '버블껌'에 대한 그의 감상입니다. 요약하면 뮤비에서 보이는 미감은 음악과 어우러져서 남다른 완성도를 보인다는 평입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했던 그의 어휘 선택은 "전혀 다른 감정의 결"을 만들어내는 "컨셉"과 "퀄리티", "디테일의 차이"입니다. '다르다' 혹은 '차이'라는 단어는 어떤 비교 대상이 있을 때 쓰는 단어입니다. '차이가 나는' 대상과 비교할 때 뉴진스 <버블껌>이 주는 감동은 꽤 큰 차이를 보인다는 입장으로 읽힙니다. 별다른 사건이 없었던(대중의 입장에서) 약 열흘 전의 시점이었다면 그냥 넘길 수 있었던 평론입니다. 하지만 열흘 전 쯤 하-민 갈등사태가 터졌고 민희진 측이 주장하던 주요 쟁점은 '뉴진스라이크' 아일릿의 컨셉 유사성 문제였습니다. 해당 갈등이 붉어져 나온 이후, 김영대 평론가의 트윗은 다소 다르게 읽힐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아일릿의 컨셉 따라하기 문제를 깔아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해당 사건을 두고 김영대 평론가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유사하다는 것에 대한 (절대적) 가치 판단이 어렵고 한 그룹이 치고 나가면 그 그룹을 따라가는 일이(레퍼런싱) 빈번하게 일어난다. 빌리프랩(아일릿 소속사)에서 오리지널한 방식으로 갔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https://news.zum.com/articles/90227038).' 그가 언급 바와 같이 대중문화산업에서 1등 그룹을 따라가는 일은 자주 발생합니다. SES가 나온 이후 걸그룹이 그러했고, 원더걸스/소녀시대 때도 그러했고, 트와이스 때도 그랬습니다. 걸그룹 4세대에서 1등이라 평가받는 뉴진스를 따라하는 혹은 참고하는 일이 발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대중들은 뉴진스의 음악과 영상(뮤비)이 보이는 미묘한 감성과 감정선을 좋아했고 그를 레퍼런싱하는 그룹들은 그것을 본받고자 합니다. 하지만 김영대 평론가가 말한 대로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건 과연 뭘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r4u3BzM0rqo

이번 사태를 통해서 그간 민희진 씨가 작업했던 작업물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f(x)의 핑크테입을 가장 최고로 칩니다. 민희진 씨가 SM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이름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때도 이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 핑크테입 앨범 아트비디오에서 보인 미감과 감성이 민희진감성의 원형(아르케타입)이라고 감히 평합니다. 해당 앨범 아트영상을 보면 필름그레인이 잔뜩 낀 비디오에서 전해오는 아날로그 감성과 약간은 분열증적인 연출, 그리고 대칭-대조되는 두 이야기(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영상과 그 화면 안에서 역동하는 f(x) 멤버들)이 어우러집니다. 그리고 절정을 지나 결말로 이를 때는 영화필름 비율로 전환되며 스톱모션 같은 혹은 핸드헬드같은 연출을 이어갑니다. 여기서 시청자의 시점은 참여자입니다. 하지만 화면비율은 영화필름 비율입니다. 관찰자인 동시에 참여자가 되는 착각 혹은 착란을 만들어냅니다. 게다가 이를 연출하는 전환 장면은 미러볼입니다. 반짝이는 동시에 여러 거울상을 만들어내는 미러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찬란함에 또 비치는 대상의 무수함으로 관찰자를 일종의 착란적 환상에 젖게 만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t70sAYrFyY

이번엔 뉴진스의 이번 <버블껌>을 볼까요. 버블껌은 혜인이가 말을 건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때의 영상의 질은 역시나 필름 그레인이 섞인, 과거에서 건너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후 VHS 테이프를 넣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음악과 뮤비는 시작됩니다. 이 시점부터 시청자는 (이번에도) 관찰자인 동시에 참여자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중첩된 시점과 역할은 비디오 내내 이어집니다. 참여자였다가 관찰자가 되기도 하고 찰나의 순간에는 관음적 위치에도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음악의 절정에 이르면 영상은 과격한 핸드헬드로 시청자의 참여성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가 지난 다음에는 다시 관찰자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렇듯 뮤비 내내 시청자는 참여자와 관찰자 자리를 수차례 오가게 됩니다. 


이러한 영상의 연출은 영상 내내 배치된 디테일로 완성됩니다. 영상의 비율은 16:9와 4:3을 오가며, 디지털 영상과 아날로그 필름의 연출이 반복적으로 교차됩니다. 여기에 소니 샷건캠코더, 호빵맥, VHS 테이프와 그 플레이어 같은 아이템의 배치는 해당 시점이 언제인지 지금인지 2010년대인지, 2000년대인지, 90년대인지 헷갈리게 합니다. 우리가 참여하거나 관찰할 때 같이 하는 소녀들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말입니다. 마치 정신적 트랜스 상태에서 무한한 시간대에 접속한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상의 마지막에서는 다시 시청자에게 건네오는 혜인이의 말로 시청자는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데드풀처럼 제4의 벽을 깨는 동시에 팬인지 '친구'인지, 아니면 둘 다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는 연출로 영상의 이야기는 마감됩니다.


민희진 씨가 가장 잘 하는 그의 원형적 연출은 여기에 있습니다. 적절하게 배치된 디테일과 혼란을 주는 시점과 교차하는 역할, 향수를 더해주는 영상연출(가령, 필름그레인)과 아날로그성 소품들, 그리고 방점을 찍어주는 음악까지. f(x)와 뉴진스의 영상은 '보는 음악'으로써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시청자의 몰입과 자각까지 교차적으로 연출하면서 말이죠. 여기에 가장 재밌는 포인트는 이를 완성하는 스토리텔링의 주인공, 걸그룹 멤버들입니다. 이토록 시공간이 교차하는 이야기의 곳곳에는 f(x)와 뉴진스 멤버들이 자리하고 있고 그들의 나이는 기껏해야 스무살 전후입니다. 어린 세대에게는 신선한 느낌을, 나이든 세대에게는 향수를 주는 주인공의 나이가 야기하는 역설로 모든 이야기가 완성되는 겁니다.


제가 보는 민희진 미감의 완성과 디테일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뉴진스는 민희진이 원해왔던 페르소나 그 자체입니다. 자신의 미감을 완성시키고 있는 그대로 연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말이죠. 그래서 저는 뉴진스 뮤비를 볼 때 민희진이라는 이름을 이제 지울 수가 없습니다. 뉴진스가 처음 나왔을 때 마침내 민희진 씨가 원하던 완성품을 냈다는 느낌이 왔었지만, 이제는 뉴진스 멤버들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 커 보입니다. 사태가 터지고 끝까지 보지 못했던 뮤비를 이제는 다 봤습니다. 분석도 하고 이렇게 평론도 쓸 수 있게 됐습니다만, 그래서 저는 이 사태가 더 아쉽습니다. 당분간 지우질 못할 깊은 그림자를 남긴 것 같아서요.


아마 민희진의 감성을 따라하고 뉴진스라이크하게 연출할 수는 있어도 김영대 평론가가 말한 대로 민희진의 "차이나는" 미감을 가져가긴 어려울 겁니다. 민희진 씨는 평생 그걸 추구했던 사람이고 자신의 원형을 완성했으니까요. 민희진이라는 디렉터가 가진 미감과 감성은 꽤나 맘에 듭니다만 동시에 아쉽습니다. 이제는 그 미감과 감성에 다른 무언가가 겹쳐 보이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그림자가 지워지기를 희망합니다.



댓글 (32)

  • 눈사람 Lv.1

    24.05.03 · 223.♡.42.221

    좋은글 다시 읽어봐야지
  • SomedayPoet

    SomedayPoet Lv.1

    24.05.03 · 1.♡.149.194

    와우 글 감탄했습니다 :D
  • GENIUS

    GENIUS Lv.1

    24.05.03 · 121.♡.78.36

    버블검 너무 좋던데...아직 정식 음원은 안나온거죠?
    앞으로 민희진이 어도어를 떠나게 된다면 많이 아쉬울 거 같아요
  • 수필 Lv.1 → GENIUS 작성자

    24.05.03 · 185.♡.5.18

    5월 말에 미니앨범이 나오면 그 때 정식음원이 나올 겁니다.
  • 화두firehead

    화두firehead Lv.1

    24.05.03 · 223.♡.241.8

    백화점 와서 깍아달라고 욕하고 소리지르는데 알고보니 VIP였던 진상아주머니 같은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어요. ㅠㅠ

    민희진 이름 나올때마다 그생각 날듯. ㅠㅠ
  • 복영신 Lv.1

    24.05.03 · 211.♡.238.29

    잘 읽었습니다. ~~
  • ASTERISK

    ASTERISK Lv.1

    24.05.03 · 221.♡.211.119

    그녀가 다른 걸그룹에 카피,아류 라는 표현 대신 따라한다고 뉴진스가 될수는 없다라는 자신감을 보여주는게 더 그녀다웠을겁니다. 오히려 저런 카피,아류 발언은 그녀의 계획이 그냥 상상만은 아니였구나 하는 의구심만 더 키웠습니다.
  • 날아라고양이 Lv.1

    24.05.03 · 218.♡.207.181

    민희진씨 보면 능력은 참 좋은데... 아일릿은 굳이 언급할필요가 없었는데요.
    어떤 그룹이 뜨면 비슷한 그룹이 나오는건 당연한거고
    오리지널이 진짜 망하지 않는 이상 팔로워들이 오리지널을 뛰어 넘기는 힘든데요.

    뉴진스가 민희진의 페르소나라는건 알겠는데 프로듀서가 너무 앞으로 나오다보니
    뉴진스에 민희진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지경까지 와버렸습니다.
    요즘 아이돌 중에 뉴진스 좋아했는데 이번 사태이후 뉴진스 음악 들으면 민희진 기자회견이 연상되서 오히려 잘 안듣게 되더군요.
  • moxx

    moxx Lv.1 → 날아라고양이

    24.05.03 · 122.♡.240.213

    뉴진스 하면 민희진이 바로 연상되어서 이번 신곡도 아직도 들을 생각이 안드네요. 아이브 신곡은 벌써 여러번 들었는데 말이죠.
  • INCHAEIM

    INCHAEIM Lv.1

    24.05.03 · 117.♡.28.40

    민희진의 미감을 부정하는건 아니지만 민희진은 창작자가 아니가 프로듀서이고 작곡도 촬영도 안하죠 너무 오글거리는 글인듯
    한동훈 빨아주는 기사 보는 느낌의 당혹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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