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 (211.♡.2.238)
2025년 10월 5일 AM 04:37 · 수정됨(10. 06. 05:56)
어제 가족 선산에서 벌초를 했습니다.
지난주 비로 인해 한 주 미뤘다가 어제 진행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 산소 근처에 수령(樹齡: 나무의 나이)이 꽤 된 밤나무 한 그루가 넘어져 있었습니다. 저와 동생, 아버지 셋이 톱으로 가지를 잘라내며 치우느라 고생했죠.
같이 온 사촌 형님들은 힘든 작업임이 예상되어 이쪽으로 오지 않으셨습니다. 형님들이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서운하지는 않았지만, 셋이서 하는 작업은 정말 고됐습니다. 나무를 치우고 나서는 봉분의 벌초 작업도 마무리했어요.
벌초를 끝내고 식당에 갔을 때는 다들 손이 떨려 숟가락 들 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기운은 없었지만 밥먹으면서 벌초에 참여한 데이터센터에서 일하는 동갑내기 사촌이 걱정되어 며칠 전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앞으로의 복구 일정의 어려움과 몇 년 전 발생했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화재(카카오톡 서비스 마비) 사건을 비교하며, 윤석열 정부의 중요 데이터 자원 보호 정책 실패를 주제로 둘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때 사촌 형님 한 분이 “그거 중국 애들 밀입국시키려고 직원이 일부러 불낸 거래”라며 끼어드셨습니다. 형님의 눈을 보니 자신감 없이 풀린 눈으로 끝없이 음모론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시더군요. 저와 데이터센터에 현업으로 근무중인 사촌은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식사 후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촌 형이 가짜 뉴스를 이야기한 일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 고령임에도 열심히 벌초하는 자신과 작은아버지 옆에서 맨날 농땡이만 부리고, 벌초가 끝난 뒤 가족들이 식사할 때 밥값 한 번 내본 적도 없으면서(대부분 아버지와 제가 냄), 식사 메뉴 정할 때만 열심인 사람과는 뭐하러 말을 섞냐고 하시며 앞으로는 형님이 무슨 말을 해도 대꾸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왜 굳이 그런 형님과 말을 섞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가위에 극우 커뮤니티와 단톡방을 중심으로 가짜뉴스 선동 지령이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다모앙에서 보긴 했지만,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한가위는 제 손에 힘이 풀리고, 사촌 형님은 눈이 풀린, 서로 힘든 명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벌초 후유증으로 온몸에 근육통이 와 자다 깨다 하며 적어본 푸념입니다.
비록 제가 불쾌한 경험을 했더라도, 앙님들 모두 평화롭고 즐거운 한가위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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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일두유
25.10.05 · 219.♡.171.27
{emo:moon-emo-005.gif:120} 저는 여동생이 그... 심적 고통 이해합니다... -
설설중매
→ 매일두유 작성자
25.10.05 · 220.♡.235.240
그래도 즐거운 한가위가 되셨으면 합니다 ㅠㅠ -
시시커먼사각
25.10.05 · 49.♡.218.16
총공세더군요. 이번 추석연휴에 있었던 모든 모임에서 똑같은 얘기,똑같은 불쾌함을 맛봤습니다. 다음주까지 남은 모임들을 어떻게 견디나 싶군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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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설중매
→ 시커먼사각 작성자
25.10.05 · 220.♡.235.240
다모앙 으르신들 모두 화이팅 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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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커먼사각
→ 설중매
25.10.05 · 49.♡.218.16
하루이틀, 한두번 겪은 일도 아니니 이또한 지나가겠죠. 메리추석되셔요 -
HHJ아는목수
25.10.05 · 182.♡.183.168
ㅋㅋㅋㅋㅋㅋ 그런거였어요??? ㅋㅋㅋㅋㅋㅋ 라고하면 더이상 말 안나오던데요 -
설설중매
→ HJ아는목수 작성자
25.10.05 · 220.♡.235.240
뭐 노친네가 그런갑다라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동생들과 조카도 있으니까요. 가문의 품격은 지켜야죠 ㅎ -
HHJ아는목수
→ 설중매
25.10.05 · 182.♡.183.168
진지한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냥 놀리는거죠 ㅋㅋㅋ진실여부보다는 상대가 날 설득하는걸 실패했을때 이긴기분을 즐기더라구요. -
설설중매
→ HJ아는목수 작성자
25.10.05 · 220.♡.235.240
사촌형님이 사패는 아니세요. 그래도 자기 주장을 말씀하실때 나름 진지 하시더라구요. -
엔엔알이일년만
25.10.05 · 210.♡.127.239
중/초 딸래미들에게
중국관련 음모론 이야기 해보니
그게 뭐야? 우리 친구들 그런데 관심 없어
하는데 다행이다고 생각했네요...
극우에 물드는 것보다 관심없는게 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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