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미르 (61.♡.29.169)
2025년 10월 7일 AM 10:35 · 수정됨(11:21)
긴 연휴 기간 중에 <어쩔 수가 없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그저 사고였을 뿐>을 보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현재 영화 개봉에 필요로 한다고 말하는 많은 것들(스타, 자본, 마케팅, CG, 기술적 테크닉 등)은 사실 부수적인 것일 뿐 카메라와 배우, 사운드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야말로 영화의 정수임을 반증하는 영화입니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절정에 오른 거장의 솜씨에 감탄이 쏟아지는데 과하거나 빼놓을 장면이 없습니다. 영화의 제작 자체가 어려운 감독의 현실적 상황에서도 이런 스타일의 완성도를 견지할 수 있는 감독의 존재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칸 영화제가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것은 단지 체제에 저항하는 예술가에 바치는 헌사가 아니라 자파르 파나히야말로 현재 영화의 본질을 증명하는 거장에 대한 예우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그저 사고였을 뿐>과 유사한 세계관이면서도 가장 극단적으로 다른 위치에 서 있는 영화가 <어쩔 수가 없다>였습니다. 항상 마이너하고 독특한 소재를 통해 보편적 주체를 이끌어내는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 기술 자본주의에서 소외당하는 가족의 모습이라는 대단히 보편적 소재를 가져와 매우 이질적인 표피로 그려냅니다.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시작하고 마무리되는 영화를 감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항변하듯 장면 곳곳에 상징과 해석의 여지를 심어놓습니다. 문제는 그 상징과 해석의 코드들이 감정 이입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기에는 제각각으로 강렬해 쉬이 섞이질 못합니다. 온갖 좋은 재료와 향신료를 다 넣었는데 정작 완성된 요리가 흡족하지 않다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전 올해 가장 창의적이고 놀라운 장면을 이 영화에서 발견했습니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최근 몇 년간의 대부분의 한국 영화들이 닿지 못한 어떤 성취를 <어쩔 수가 없다>에서 목격한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자신의 생각에 100% 확신을 갖지 못하는 남자의 고군분투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궤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드러내는 방식에 개입하는 문화적 요소와 환경들이 얼마나 다른 표현과 작품들로 우리에게 도달하는지 되새겨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두 영화 모두 사운드가 매우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두 영화 모두 필히 극장에서 관람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댓글 (6)
- 또
또좋은날
25.10.07 · 121.♡.176.158
-
휘휘소
→ 또좋은날
25.10.07 · 210.♡.27.154
한국영화 딕션이 다 그렇죠 뭐...
넷플에서도 매번 자막켜고 보다보니
자막이 왜 없나 싶었습니다. -
급급시우
→ 또좋은날
25.10.07 · 223.♡.78.112
저만 못 알아들은게 아니여서 ㅡ 영화 끝날때까지 방금 뭐라고 말 한거지?? ㅡ 참 다행입니다 ㅎ -
휘휘소
25.10.07 · 210.♡.27.154
콘텐츠 업계에 처음 발 디딛는 사람은 그저 이야기의 구조에 재미만 갖춰도 성공이죠.
거장이라는 업계에서 한 축이 되는 사람이라면 자기 이야기에 철학이나 여러가지가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여러 영화를 보고 자라면서 영상의 표현에 자신의 철학을 입힐 줄 아는 사람이 됐구요.
도서관에 갔더니 '헤어질 결심' 각본집이 있더군요.
각본집으로 영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나 생각해보니 어떤 이가 그러더군요 '그렇게 해서 영화 내용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박찬욱 감독 영화 만드는 방점이 어디에 찍히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영화라는 도구를 미학적인 부분에서 잘 표현할 수 있는 이. -
급급시우
25.10.07 · 223.♡.78.112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기억해 두겠습니다. 꾸벅 ! - C
Clara
25.10.07 · 14.♡.24.83
저도 세편 다보았어요
그저 사고였을 뿐~
마지막 앤딩 장면 ㅠㅡㅠ
추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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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드가 엉망이예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