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하반신 마취 받아 보신 앙님 계실까요?

Lv.1 귀리 (110.♡.161.111)

2025년 10월 7일 PM 05:00 · 수정됨(22:33)

조회 1,744 공감 0

호레이쇼 넬슨은 해전 중 적탄을 팔에 맞아, 괴사 위험 때문에 팔을 절단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넬슨은 잘린 팔이 여전히 제자리에 붙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되죠.

넬슨은 이것이 영혼이 존재하는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팬텀 림'이라는 뇌의 착각입니다.

자, 그러면 이제는 그와 어쩌면 비슷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엉뚱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앙님은 혹시 마취를 받아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라면, 운이 아주 좋으신 겁니다. 

추석날 음식상에 큰절한 보상을 오버해서 받으셨다고 봐도 됩니다.

헌금을 달란트 따위가 아닌 진짜 가호로 돌려 받으셨다고 생각하셔도 될 겁니다.

100년 전이었다면 온전하게 다시 서기도 힘들었을 테니까요.


저는 전신마취는 두 번, 하반신 마취는 세 번을 겪어봤습니다. 

내시경 검사를 위한 진정이나, 간단한 국부 마취는 건건을 모두 기억할 수 없어 세지 않습니다.

마취 횟수는 그냥 평범한 제 또래 정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맥락을 벗어난 잡설이 길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죠.

앙님은 혹시 하반신 마취를 겪어 보신 적이 있나요?


웅크린 자세로 척수에 주사바늘을 꽂고 마취약을 주입 받으면,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가락들이 내 인식의 영역에서 사라집니다.

그 느낌이 발바닥, 발등, 발목, 종아리 그리고, 무릎을 타고 허벅지까지 천천히 올라오죠.

문제는 그 느낌이 생식기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제 물건은 PX에서 팔았던 고기 순대처럼 우람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귀엽다는 말을 배우자에게 들어온 사람입니다. (이 대목은 당신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집니다. 레드 썬)

아무튼, 저는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걸 인생의 대부분에 걸쳐 잊고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발가락에서부터 시작된 무감각이 생식기에 도달했을 때 이상한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 여기에 뭐가 있었어."

인생에서 한 번도 무언가를 잃어보신 적이 없는 분이라면, 하반신 마취를 추천 드립니다.


신기한 일이죠. 한 평생을 신경 써본 적 없는 기관의 존재를 그렇게 인식하게 된다는 게.


다모앙의 글들에 뻘함이 부족하다 느껴져서 뻘소리 한 번 해 봤습니다.

여러분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댓글 (47)

  • 코쿠

    코쿠 Lv.1

    25.10.07 · 112.♡.121.165

    하반신 4번..전신마취 한 번 해봤습니다. 모두 수술..
    쩝...별로 유쾌한 기분 아니죠. 특히 하반신 마취하고 깨어날때 머리 들지 말고 8시간 누워있는거 곤욕..ㅠ
  • 귀리 Lv.1 → 코쿠 작성자

    25.10.07 · 110.♡.161.111

    허리 세우면 척수액 새어 나와서 위험하다더군요.
    안 그래도 부족한 뇌에서 뭐가 더 빠져 나올까 봐 의료진 말씀 잘 새겨 들었습니다.
  • 물이끼

    물이끼 Lv.1 → 귀리

    25.10.07 · 106.♡.136.95

    애 낳을 때 마취 하고 2주일 동안 엄청난 두통에 시달렸는데 척수액이 새서 그렇다더군요.
  • 귀리 Lv.1 → 물이끼 작성자

    25.10.07 · 110.♡.161.111

    허윽. 그 고통이 2주씩도 가는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 돌오징어

    돌오징어 Lv.1 → 코쿠

    25.10.07 · 121.♡.122.144

    제가 응꼬 수술때문에 하반신 마취하고 머리 들었다가 정말 죽는줄 알았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두통때문에 앉아 있질 못했네요.
  • 귀리 Lv.1 → 돌오징어 작성자

    25.10.07 · 110.♡.161.111

    그래도 뇌가 주사 바늘 구멍으로 빠져나온 것 같진 않으니 다행입니다.
    이런 뻘글 읽고 댓글까지 달아주시잖아요.
  • 영자A

    영자A Lv.1

    25.10.07 · 210.♡.27.1

    하반신 마취하면 소변이 문제더라고요... 허리를 못올리니
  • 귀리 Lv.1 → 영자A 작성자

    25.10.07 · 110.♡.161.111

    헉, 저는 그런 문제는 못 겪어 봤네요.
    힘드셨겠어요.
  • 주먹먼저

    주먹먼저 Lv.1

    25.10.07 · 1.♡.12.111

    다시 수술 때문에 하반신 마취를 했었습니다.
    글 내용처럼 똑같은 감정을 느끼죠.
    마취과정의 괴로움도 생각나네요.
    2주동안의 휠체어 생활과 답답했던 병실도 주마등처럼 다시 기억나고 있어요.
    지금 살뺀다고 달리기 하는 모습을 보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 모습이 되었습니다.
  • 귀리 Lv.1 → 주먹먼저 작성자

    25.10.07 · 110.♡.161.111

    지금은 잘 회복하고 계시죠?
    잘 될 겁니다. 잘 하고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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