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106.♡.231.242)
2024년 5월 3일 PM 02:07 · 수정됨(15:16)
어린 시절에 신문 읽기가 좋다고 장려될 때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작은 형님이 신문을 돌렸었는데,
덕분에 아침마다 방금 인쇄된 신문이 한 부 정도는 집으로 가져오셨습니다.
'만물상'이라는 짧은 토막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이기도 하고,
매일 매일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
어쩌면 저의 첫 번째 글잡이 선생님 역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가 읽으라고 해서 읽게 된 게 아니고, 흥미롭게 제가 먼저 다가가서 읽게된 것이라
상당히 오랜 기간 '만물상'을 즐겨 봤었습니다.
국민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짧은 글을 써서 돌아가며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웅변도 모르고, 발성도 개미소리 같아서 반 아이들에게는 별로 호응은 없었지만,
선생님이 제가 쓴 글을 보시고는 '이거 너가 쓴 거니?'라고 여쭤보셨습니다.
당연히 '네..' 라고 말씀드렸더니, 글을 다시금 읽어보시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글을 잘 쓴다, 잘 썼다 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마 이 칭찬은 '만물상'을 즐겨하며 머릿 속에 정립된 글을 쓰는 방식이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무언가를 잘 한다'라는 칭찬을 들었으니까요.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라는 걸 그렇게 처음 알게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성큼 나이를 먹고,
나, 가족, 우리, 사회를 알게 될 즈음, 다시금 '만물상'을 보게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 다시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별한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건 그리 즐겁지 않다고 하던데,
딱 그 느낌이더군요.
'만물상'은 '조선일보'의 겉의 지면에 있는 짧은 글 섹션입니다.
턱에 수염이 자랄 즈음에 다시금 봤던 '만물상'에는
그 짧은 글에도 '조선일보'가 전하고자 하는 음습한 저의가 깔려 있더군요.
그 당시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었는지, 정부의 방침에 딴지를 거는,
뭔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얘기를 그 짧은 지면에 실어놓았더군요.
하.. 저의 즐거웠던 '만물상'은 그렇게 떠나보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저는 특별한, 정말 꼭 봐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조선일보'의 기사를 읽어보지 않습니다.
씁쓸하고, 기분 나쁘고, 저의 머릿 속에 x을 뿌려놓으려는 그런 기운을 느끼거든요.
굳이 시간을 내어 내 머릿 속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아예 멀리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냥.. 뻘글 이었습니다.
끝.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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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콰이
24.05.03 · 58.♡.9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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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도시몬
24.05.03 · 211.♡.26.253
아버지가 보시던 조선일보 만물상은 꼭 본 기억이 나네요.
저는 지금은 조중동은 안 보지만... -
벽벽오동심은뜻은
24.05.03 · 128.♡.187.153
옛날엔 만물상일지도 모릅니다만
지금은 개진상일 뿐입니다
반박은 반박합니다
ㄷㄷㄷㄷㄷ -
왁왁스천사
24.05.03 · 125.♡.210.135
고등학교 때 신문 사설이나 이런게 읽을거리로 주어지고는 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그당시 생각해도 아무리 이해가 안가서 출처를 기억하고 있었죠. "한국논단"
ㅋㅋㅋ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상검증" 하던 그 곳 맞습니다. -
망망각
24.05.03 · 71.♡.253.178
그러고 보면 예전에 학생들 코 묻은 돈 뺏어서 강제로 소년조선일보, 소년동아일보 보게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악랄한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하려는... -
Lled형광등
24.05.03 · 106.♡.131.96
요즘 신문은 너무 해로운 존재들이라 애들이 읽으면 큰일나죠. -
돈돈쥬앙
24.05.03 · 211.♡.39.9
사설에 나오는 한문을 외우게하고 시험봐서 빠따맞던 기억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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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면 세뇌시키는 거랑 다름이 없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