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Zealot (125.♡.52.19)
2025년 10월 9일 AM 03:22 · 수정됨(11:12)
10년여전에 EBS에서 방영된 강대국의 비밀 네덜란드 편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네덜란드는 16세기만 하여도 합스부르크가가 지배하는 스페인의 북해연안 속령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2세가 개신교를 탄압하는 등 불관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자 네덜란드는 스페인과 1568년 독립 전쟁(80년 전쟁)을 벌이게 되고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독립하게 됩니다.
네덜란드는 스페인, 프랑스 및 바다건너 영국으로 둘러싸인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나라였습니다. 인구 규모도 주변 강국에 비해서는 보잘것 없었죠. 네덜란드는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아래와 같이 역으로 이용하였습니다.
- 한쪽에 종속되지 않고, 스페인·프랑스·영국 사이의 균형을 이용해 실용적 동맹을 맺었습니다. 특히 영국과의 경쟁·협력 관계를 능숙히 활용했습니다
- 지정학적 협소함을 이용하여 조선과 해운업을 발전시켜 해상 무역망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네덜란드는 운영비가 저렴하고 대량운송이 가능한 ‘플뤼트(Fluyt)’ 선박을 개발하여 곡물·원자재를 유럽 전역으로 실어 날랐으며 아시아·아메리카까지 무역로를 확대시킵니다. 이를 바탕으로 17세기 중반 네덜란드는 사실상 전 세계 해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유럽 최대의 재수출·금융 허브가 되었습니다.
- 종교적 개방성을 어느정도 유지하여 가톨릭 스페인의 탄압을 피해 온 개신교 상인·장인·지식인(특히 유대계와 플랑드르 출신)의 이주를 받아드렸습니다. 이들은 자본과 기술, 네트워크를 제공했고, 이러한 상대적 종교 관용이 출판·과학·철학의 황금기를 열었습니다. 데카르트, 스피노자, 레이우엔훅 같은 인물이 이 환경에서 활동했습니다.
- 세계적인 상품무역으로 축적된 자본과 유대인 이주자들의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네덜란드는 여러가지 금융혁신의 발상지가 되었습니다. 암스테르담 은행은 금·은을 표준화해 안정적 결제 수단을 제공, 환거래와 신용을 혁신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1602)와 서인도회사(1621)가 설립되었고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를 설립 운영함으로서 근대적 경제 시스템의 시초가 됩니다. 당시 네덜란드에는 오늘날의 주식브로커, 펀드매니저와 유사한 직업이 생겨났으며 스톡옵션, 선물거래 등 현대적인 금융상품과 유사한 것들도 존재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이러한 발달된 금융업을 바탕으로 런던이 부상하는 18세기 말까지 유럽의 금융 중심지였습니다.
네덜란드는 지형적으로 취약하고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던 본질적으로 위험한 위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을 해군·해운·금융 중심의 전략, 실용적 외교, 개방적인 이민과 경제정책 덕분에 잠시나마 해상 패권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은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불리한 지정학도 제도·전략·외교에 따라 “약점을 오히려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전형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불관용적인 정책으로 개신교 및 유대인 인재를 쫓아내는 등 국력을 쇠퇴시키는데 일조한 스페인과 이들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국력을 강화시키는데 활용한 네덜란드의 사례는 혐중정서에 빠진 극우와 이를 활용하는 보수야당에게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
댓글 (11)
-
JJava
25.10.09 · 116.♡.70.94
-
RREZealot
→ Java 작성자
25.10.09 · 125.♡.52.19
물론 이 당시 네덜란드의 제국주의적인 정책까지 답습할 필요는 없죠. 침략과 식민지는 금융과 무역의 발달의 전제조건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의 복잡한 지정학적인 상황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대한민국을 약자로서만 바라보거나 구한말 한반도 상황에 빗대는 등 국민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담론만 눈에 띄어서 과거의 다른 나라들의 역사적 사례를 참고하려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예측불허의 정책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기회에 우리 사회가 미국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스스로 길을 찾는 방법을 좀 더 고민했으면 하는 것도 있습니다. -
JJava
→ REZealot
25.10.09 · 147.♡.195.73
그 취지를 이해 못한것은 아닌데요.
네덜란드는 결국 동인도회사의 식민지 착취로 일어선 나라라서요.
배경이 많이 달라요.
그리고 동북아 균형론은 민주정부에서 매번 했던 이야기에요.
굳이 네덜란드를 모델삼지 않아도 이미 방법은 다 구상된 이야기라고 봅니다.
매국내란좀비들이 처절하게 막고 있어서 못할 뿐이죠. -
RREZealot
→ Java 작성자
25.10.09 · 125.♡.52.19
"서구는 오직 식민지 착취 때문에 부유해진 것"이라는 과장된 신화에 너무 빠지신 것은 아닌가요? 서구 열강이 식민지를 이용하여 자국 발전에 활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네덜란드 보다 더 많은 식민지를 보유한 스페인과 포르투칼은 네덜란드 처럼 부를 축적하지도 금융중심지가 되지도 못하였습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 무역·착취 시스템이 그들의 발전에 어느정도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해상 네트워크·금융·제도적 혁신이 뒷받침 된 것이죠. 제 의견은 후자를 참고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정부의 "동북아 균형론"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대한민국의 인구와 국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식의 회의적인 반응이 일반적이지 않았나요? 제가 하고자하는 얘기는 오래전 유럽에 경상도만한 나라도 주변 정세를 잘 활용하여 세계적인 강국으로 성장한 사례를 보고 그러한 고정관념을 깨자는 것이지 제국주의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징기스칸의 군사전략을 역사적으로 참고한다고 하면 몽고군의 대량학살을 정당화려는 것이 아닌 것 처럼요. -
JJava
→ REZealot
25.10.09 · 116.♡.70.94
과장된 신화가 아니라 현실이고 역사이죠.
오로지라고 한적 없구요.
빠진적도 없구요.
"그 취지를 이해 못한것은 아닌데요." 라고도 했습니다.
님이야말로 지극히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저의 의도를 너무 호도하시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건요.
그리고 동북아 균형론은 민주정부에서 매번 했던 이야기에요.
굳이 네덜란드를 모델삼지 않아도 이미 방법은 다 구상된 이야기라고 봅니다.
매국내란좀비들이 처절하게 막고 있어서 못할 뿐이죠.
이미 이재명 대통령님도 북극항로라던가 여러 구상이 있으시고 실현 중일 것이고요. -
RREZealot
→ Java 작성자
25.10.09 · 125.♡.52.19
다시 읽어보니 댓글이 조금 시비조 인 것 같습니다. 불쾌하게 느끼게 해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새벽에 글을 써거 그런 것 같습니다. 님 주장의 취지를 잘 이해합니다. 저는 네덜란드의 역사적 사례를 이상적이라거나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모델로 보지 않습니다. 제국주의 정책의 문제점도 잘 알구요. 제 취지는 과거 여러 나라의 역사적 사례를 보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시 새롭게 조명해 보자는 것이지 그들이 저지른 과오까지 미화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네덜란드는 하나의 예일 뿐 다른 사례를 찾아봐도 되구요. 외교나 국방정책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알아서 잘 구상하시겠지만 대통령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우리 같은 지지자 뿐만 아니라 유동적인 중도층까지 동참케 하고 설득할 수 있는 담론이 필요합니다. 보수 언론에 민주당이 집권하면 한미동맹이 흔들린다는 프레임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구요. 그런데 "동북아 균형외교"나 "실용외교"를 제시하면 우리는 "약소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 편에 서거나 굴복해야 한다"는 늘 등장하는 반론에 대해서까지 "매국내란좀비"라고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동북아 균형외교"가 왜 합리적인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그아이디가알고싶다
25.10.09 · 208.♡.223.10
지금은 ASML로 전세계를 호령하는… -
휘휘소
→ 그아이디가알고싶다
25.10.09 · 210.♡.27.154
저 장비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면서요?
실리콘 금광 앞에서 채굴장비파는 느낌... -
디디즈니랜드
25.10.09 · 97.♡.245.32
히딩크 감독님이 괜히 나온것이 아니죠. 철저한 실용주의 나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내에서는(도덕 X)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는 스타일이죠. -
BBearCAT
25.10.09 · 118.♡.10.16
한 발 더 나아가 네덜란드가 어떻게 쇠락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영국과의 무리한 드잡이가 블라블라...
... 라고 하려다 생각해 보니, 네덜란드는 지금도 충분히 튼실한 나라지요 참 ㅎㅎ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동인도회사는 말이 회사지 제국주의 침략 그 자체였을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