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마단곰탱이 (211.♡.11.111)
2025년 10월 19일 AM 02:06 · 수정됨(11:32)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네요.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느끼는 감상평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요.
영화 "One battle after another"는 낯선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라는 이름보다는 디카프리오, 델 토로 그리고 위대한 숀 펜 때문에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거의 3시간에 가까운 영화라서 하루 내내 커피와 물을 줄이며 극장에 앉았지만, 끝날때에는 "왜 이렇게 짧아?"라는 의문과 "2025년의 최고 영화"라는 생각과 "2026년 아카데미 수상작"을 보았다라는 확신이 뜨악 들었습니다. 인생을 굽이치는 롤러코스터는 마지막 부분에 위 아래로 매우 큰 낙차로 흔들리면서 "이런 큰 영화는 큰 화면에서, 그래 큰 스피커가 울리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다"라는 체험을 강조합니다.
10년전부터 준비했다는 이야기는 우연하게도 2025년 미국 국경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예측한 것처럼 들춰냅니다. 첫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미국에서도 잘 않쓰는 이름이라고 생각 들었는데, 감독이 Q&A 영상에서 밝힌 바를 듣고, 즉시 뒤로 이동해서 나오는 철자를 네이버 사전에 입력하고 스페인어 사전 부분에서 이마를 쳤습니다. 고유명사를 의미와 동일하게 만들면서도 언어로 비틀었기에 영화의 한 축이되는 멕시코나 스페인어권에서는 뜨악했을 것 같습니다. 일부러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던 창에 붙인 메모나, 수녀회의 이름은 나중에 영어 사전을 확인하고 나서야, 푸훗하고 웃으며, 1차적으로 감독의 장난과 2차적으로 번역가의 엄중함은 결국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의도된 잡음이라고 간주하기로 했습니다.
신념과 욕망, 믿음과 배신, 연대와 분열의 세가지 줄기를 가족과 연대를 중심으로 둘러싼 이 영화는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야 기호와 상징을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아주 독특함이 있었습니다.
신념도 세월에 녹슬었음을 자백하기도 하고, 신념으로 철갑처럼 무장했다고 하지만 곧 휴지처럼 찢어지고, 위한다고 하면서 죽이고, 그 신념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이윤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합니다.
욕망은 배배 꼬여서 신념의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서고, 본인의 정체성이라는 욕망을 덮고 새로운 욕망을 찾아나서고, 핸드폰 충전은 평상시에 미리미리 해두어야 함을 역설합니다.
믿음은 "코드"가 증명한다는 믿음이 없는 역설의 코미디, 현장에서 믿음의 코드를 외쳐대는 아버지와 잠시 후 그딴 것을 필요없다라고 외치는 아버지, 처음 보는 사람도 목숨 걸고 믿으라는 말이 보는 이에 대한 믿음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신에게 맹세코"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영화 배우가 아니고, 전직 미국 정부 기관의 조사요원이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 그의 영화 속 대사를 진실로 믿게끔 합니다.
가라데 센세이의 우아한 음주운전 테스트는 선무용을 떠올리고, 연대하는 자들의 준비하는 모습과 욕심을 동원한 공권력이 던지는 화염병의 모습은 선명하게 대비되어, 뛰는 사람들을 아름답게까지 보여주네요. 특히 정중앙에 인물을 배치하는 독특한 촬영 구도는 저래도 되나 싶기도 했고, 클라이맥스에서 초망원 렌즈의 평면압축 장면은 가슴까지 압축시킨 상태로 호흡을 하게끔 합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익숙한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 캐릭터를 눈치 못채게 180도 틀어버려서 관객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딸을 찾아 현란한 기술과 급소를 정확하게 타격하는 테이큰의 아빠와 터미네이터 2에서 미래 전쟁을 쉬지 않고 준비하던 사라 코너가 맡은 엄마나 애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역할을 기대해서는 안되고,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초장거리 명사수의 모습은 꿈도 꾸면 안됩니다.
숀 펜의 미친 연기는 엇갈리는 욕망과 정체성의 갈등 속에서도 엄청난 팔 근육과 어기적거리는 걸음을 비롯해서, 온 몸의 근육까지 제어하는데 성공했기에 2026년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결론을 내렸구요, 음악감독도 은행 나무 털어내는 것처럼 쉴새없이 감정을 흔들어댔기에 오스카의 하반신까지는 손에 넣은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이 영화 감독이 29세 때 찍었던 영화 매그놀리아를 보았던 기억이 어슴프레 떠 오르네요. 역시 막판에 생뚱맞게 낮설게 하기로 관객들에게 "질문"을 심하게 던졌고, 화장실에서 서로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고 말싸움을 했던 기억도 따라서 떠오릅니다. 그는 20 여년 후에도 관람자에게 "질문"을 심하게 던지네요. One question after another.
크리스마스가 오기전에 이 영화를 다시 보는 모험을 함께 해보시길 기원합니다 :)
댓글 (5)
-
Jjoydivison
25.10.19 · 119.♡.207.200
-
22082
25.10.19 · 125.♡.136.221
올해 본 영화중 최고였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
조조나스
25.10.19 · 125.♡.159.216
저도 올해 최고의 영화 윈픽 입니다.
연기, 영상, 음악 모두 엄청 난 경험이었습니다.
2차 관람하고 싶은데 시간대들이 많지 않아 고민 중입니다.
이런 영화는 꼭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
사사라진기억
25.10.19 · 39.♡.83.20
영화를 본후 일주일 정도 지났지만 자주 생각이 납니다. 코앤형제의 영화와 비슷한 느낌도 받고요.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
자자유혼
25.10.19 · 211.♡.122.5
저도 지난 목요일 밤 감상후에 지금까지도 영화의 화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무리해서라도 아이맥스관에서 본게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시퀀스는 코엔 형제의 초기작 raising arizona를 많이 오마쥬 한 듯 싶더라고요. 직선의 도로와 추격의 이미지 그리고 촬영 기법까지요. 이 영화도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