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대비하고, 더 깊이 사랑하라
댈러스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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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9일 PM 09:56 · 수정됨(10. 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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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학파의 가장 어려운 교훈 : 상실에 대비하고, 더 깊이 사랑하라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한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에게 키스할 때, 그 아이가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이 말은 오늘날 우리의 귀에는 다소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두려움으로 약화시키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토아학파에게 이것은 냉소가 아니라, 겸허함의 표현이었습니다.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얼마나 덧없고 연약한지를 기억하는 일은, 오히려 더 선명하고 깊은 사랑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통제의 한계]

스토아학파는 인간의 삶을 냉정히 바라보았습니다. 건강, 부, 아름다움, 명성, 심지어 생명 자체까지 -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거의 모든 것은 운명에 좌우됩니다. 질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재산은 하루 만에 사라지며, 죽음은 원할 때 비켜가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행복을 의지하는 것은 결국 고통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속한 것은 단 하나 - 의지와 이성, 그리고 선하게 행동하려는 우리의 의도뿐입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단지 사건의 흐름일 뿐입니다.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우리가 사물에 내리는 판단이다.”

상실은 본래 악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우리의 환상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준비된 마음의 훈련]

이 환상을 깨뜨리기 위해 스토아학파는 ‘악의 사전 명상(praemeditatio malorum)’이라 불리는 훈련을 했습니다. 그들은 가난, 질병, 사랑하는 이의 상실, 심지어 자신의 죽음까지 미리 마음속에 그려보았습니다. 운명의 타격이 닥쳤을 때 놀라지 않도록 마음을 단련한 것입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필로는 이를 두고 이렇게 찬양했습니다.

“그들은 운명의 공격을 미리 계산했기에, 운명의 타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운명은 피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담담히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죽음을 떠올리라는 에픽테토스의 말 역시 이런 훈련의 일부였습니다. 그 목적은 냉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깨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일 사라질 수도 있음을 기억할 때, 모든 포옹은 더 따뜻해지고, 모든 말은 더 진심으로 다가옵니다. 매 순간이 더욱 생생해집니다.


[두려움에서 맹렬한 사랑으로]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자신의 명상록에서 같은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는 “모든 것은 용해되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되새기며, 죽음을 묵상하는 것이 절망이 아니라 지나가는 순간의 빛을 느끼는 일이라 말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는 인생의 마지막 행동인 것처럼 완전해야 한다.”


스토아학파는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 일부러 손실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더 맹렬하게 사랑하고, 더 자유롭게 베풀기 위해 무상함을 기억했습니다. 모든 것이 결국 지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집착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더 부드럽게, 더 현명하게 사랑했습니다.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끝을 아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그것이 끝날 수 있음을 아는 데서 비롯됩니다.

상실을 상상하는 것은 덜 사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며 사랑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의 유대가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가 아니라,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깨달음 속에서 사랑할 때, 그 사랑은 더욱 순수하고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들이 내일 사라질 수도 있음을 기억하라]

그 기억이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들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듭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인도계 미국인인 전 직장 동료가 방금 제게 공유해준 글입니다.


지난 봄, 파리의 묘지들을 둘러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묵직하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더 깊이 사랑할겁니다.





(서소문 역사공원 성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댓글 (7)

  • XㅡCaliver

    XㅡCaliver Lv.1

    25.10.19 · 85.♡.10.24

    터키 출장 중인데 주말에는 앙카라에서 미팅이 없었네요.
    그래서 아까 호텔 근처의 옛 로마 목욕탕 유적지를 들렸네요.
    다양한 유적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 작은 묘비에 써 있던 글이었습니다.

    "제 1군단 참전 용사 니케테스. 파르티카와 그의 어머니 칼레는 모든 은혜와 지식과 교육으로 장식된 13년 간의 삶을 살았던 그들의 사랑스러운 딸 카스트렌시스를 기억하며.... 잘 지내기를, 사랑하는 아이야. 불멸의 사람은 없다."

    2000년 전의 로마 제국도 황제도 귀족도 가난한 거지도 다 죽었죠. 우리도 결국 그렇게 되고요.
    저도 너무 집착하지 말고 살고 싶네요. 그게 가능하면 좋겠네요...

    [https://s3.damoang.net/data/editor/2510/e01cc97.jpg]
  • 뽀롱뽀롱클리너

    뽀롱뽀롱클리너 Lv.1

    25.10.19 · 118.♡.94.239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글이네요. 좋은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아껴주고 더 많이 사랑해야겠어요.
  • alliswell

    alliswell Lv.1

    25.10.19 · 175.♡.80.46

    글 감사해요
  • 은비령

    은비령 Lv.1

    25.10.19 · 175.♡.75.77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이에게 키스할 때, 그 아이가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결은 좀 다르지만
    영화 컨택트로도 만들어진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보면 자신의 아이가 죽을 운명이라는 앞날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죠.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이 한 없이 연약하다는걸 알지만 알고 있어도 현실로 닥치면 대부분의 사람은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성인이 아니고 흔하디 흔한 범인일 뿐이니까요.

    대비한다고 해서 될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고 있다는것과 아닌것의 차이는 있겠죠.

    *

    서소문성지 저도 참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
  • ANON

    ANON Lv.1

    25.10.20 · 122.♡.120.167

    대충 중학교때쯤 부터일까요? 우리의 삶과 죽음은 맞닿아있다는것을 늘 상기하며 살고 있습니다. (거의 2~3일에 한번씩은 몇분씩 곱씹어요.) 나라는 존재의 소멸에 대한 공포감은 아직도 크긴 하지만... 그래도 그러한 환기가 제 삶에서 조금 더 사람에게 너그로워지고, 물질에 집착하지 않고, 일반적인 생각과 고정된 삶을 벗어나게 도움을 주더라구요.
    우리네 정서에서는 딱 이 한마디로 설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 별거 없다"
  • 띠땅쿰 Lv.1

    25.10.20 · 211.♡.194.223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핑크연합

    핑크연합 Lv.1

    25.10.20 · 221.♡.214.31

    좋은 글 고맙습니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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