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바람 (211.♡.8.1)
2025년 10월 20일 AM 12:57 · 수정됨(10. 21. 14:36)
갑자기 비바람이 분 후로 날이 많이 쌀쌀해졌네요.
가을이 끝나 버릴 것만 같은 날입니다.
차를 즐기는 편이 아닌데 맛있는 홍차를 먹어 보고 싶은 생각으로 서촌에 간 김에 찾았던 곳입니다.
겸공에 나왔던 곳이라 지도에 기록해 두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낮 기온은 따뜻하고 비가 내리다 그치다 해서 길이 촉촉히 젖어 있던 날 오후에 처음 들렀습니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거리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아주 한적하고 좋았어요.

밀크티를 홍차와 우유 설탕으로 직접 조합해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있었는데 처음이라 제조된 것으로 시켰습니다.
문양이 섬세해 고급스러워 보이는 찻잔에 담겨 나왔습니다.
아주 부드럽고 은은해서 고급스러운 맛이란 이런 것일까 하면서 마셨는데 작은 잔이라 양이 작아서 아쉽더군요.
나중에 경험해 봤는데 조합할 수 있는 밀크티 세트의 만족도가 훨씬 좋았습니다.

다음엔 봄 다즐링이란 단품 차를 시켜 보았는데, 주전자에 가득 내려서 제공되더군요.
여러 잔을 나눠 마시면서 다르게 느껴지는 맛을 음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따로 주문한 스콘은 크기를 보고 좀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지만, 같이 나오는 크림이 특색 있어요.
스콘 식감이 제 취향에 딱 맞았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떡같이 꾸덕하지 않고 적당히 부드럽게 포슬포슬 부스러지는 겉바속촉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나중에 포장해가기도 했는데, 역시 매장에서 따뜻할 때 먹거나 오븐을 사용해 데워 먹는 게 좋겠더라구요.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이란 게 같이 나오는데, 딸기잼은 복음자리 딸기잼처럼 수제 느낌이었어요.
클로티드 크림이란 건 상큼한 발효버터가 잘게 들어 있는 크림이더군요.
같이 주문한 정원 다즐링을 머금으면 딸기잼의 단맛 버터의 상큼한 향과 크림의 고소함이 배가되어 좋았습니다.

봄 다즐링을 시켰던 건 바디감과 쓴맛이 적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여름도 있고, 정원이라고 봄과 여름을 조합한 것도 있었습니다.
좋은 홍차의 맛이 어떤지 처음 접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맛이 나서 좋았어요.
첫 잔에서 코로 맡는 향기로움과 달리 첫 모금에서 외양간 쿰쿰한 냄새라고 할 것 같은 냄새가 아주 살짝 느껴졌는데 금방 차 향에 묻혔다가 주전자를 비운 마지막 잔에서 다시 살짝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게 특이해서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메뉴판 설명 그대로 바디감이 약해서 처음엔 아주 미약했는데 잔이 거듭되면서 조금씩 늘어나다가 마지막 잔에는 거북하지 않게 가벼운 떫은맛이 깔끔하게 입안에 남는 정도였습니다.
뜨끈한 첫잔보다 온도가 조금 내려갈수록 은은하게 화사한 과일 향 같은 것이 은은한 단맛과 함께 진해져서 좋았어요.
약간의 쓴맛이 제게는 두통을 유발하는 특유의 쓴맛이긴 했지만, 아주 약해서 거북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서촌에 들렀을 때는 친구와 함께 가서 호사스러운 2인 메뉴를 시켜 보았습니다.
가격이 꽤 되는데 밀크티 용으로 진하게 내린 차 주전자가 따로 나오기 때문에 양도 상당합니다.
밀크티를 자유롭게 조합해 마셔 볼 수도 있는 장점이지만, 2인 세트는 넉넉하다기에 너무 많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밀크티를 따뜻하게 마시고 싶어서 먼저 마시고, 지난 번과 같은 정원 다즐링을 마시니 전만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두 가지를 한 번에 즐기는 건 맛을 음미하기에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 다기 세트가 이번에는 다른 색으로 나온 게 색달랐습니다.

우유와 설탕을 조합해서 자기만의 맛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인데 마지막 잔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설탕은 조금만 넣어서 은은하게 즐겼습니다.
밀크티 용 차를 그냥 살짝만 맛 보았는데 아주 떫고 진하게 우려진 차여서 텁텁한 기운이 입안에 가득해지더군요.
1대 1 정도로 우유를 넣어 마시니 처음 방문했을 때 마셨던 부드럽고 은은한 밀크티의 맛이었습니다.

나눠 마시다 보니 마지막에 조금 남은 차와 우유를 제가 마저 따랐는데 가장 맛있는 조합이었습니다.
조금 남은 걸 부어서 비율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데워진 우유의 가장 고소한 윗부분이 마지막에 들어갔고 또 조금 더 첨가한 설탕의 영향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공되는 설탕이 백설탕이 아니라 알알이 육면체 결정이 있는 유기농 설탕 종류 같아서 그리 많이 달지 않습니다.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있으면 여름이나 블렌딩 된 티도 맛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떫고 쓴맛에 두통이 오려나 싶지만요.
날이 금방 쌀쌀해져서 따뜻한 차를 즐기는 분들에게 더 좋은 계절이 된 걸까요.
딱히 평소에 차를 즐기지 않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건 즐겁습니다.
*^^*..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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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va
25.10.20 · 116.♡.7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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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과바람
→ Java 작성자
25.10.20 · 211.♡.8.1
이번에 맛을 보니 딱 취향에 맞게 맛있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면 그냥 홍차가 맛난 것 같아요. ~ -
은은비령
25.10.20 · 175.♡.75.77
밀크티를 좋아해서 카페에서도 종종 마시고, 카누에서 나온 스틱으로도 마십니다.(많이 달지만요. ^^)
찻잔 세트의 색이 둘다 예쁩니다. +_+ -
달달과바람
→ 은비령 작성자
25.10.20 · 211.♡.8.1
이삼 년 전에 태국 홍차라면서 태국식 밀크티 만들어 주는 것 먹어 봤는데 엄청 달달하고 맛나더라구요.
사실 단 거를 너무 좋아해서 멀리하려 애씁니다. ^^; -
허허영군
25.10.20 · 122.♡.225.206
왠지 더뷰티풀에 밀크티때 나오신 사장님네 가게 같은데 그땐 차보단 스콘과 같이나오는 크림이 상당히 궁금했습니다.시판도되긴하던데.
헌데 글보고나니 홍차도 궁금해지네요.
홍차는 티백으로만 마셔본터라. 언제 꼭 가야겠습니다. -
달달과바람
→ 허영군 작성자
25.10.20 · 211.♡.8.1
맞아요, 좋은 홍차 맛은 어떤가 맛 보고 싶어서 기록해 뒀었죠.
클로티드 크림이란 게 시판도 하는 거군요. ~ -
허허영군
→ 달과바람
25.10.21 · 110.♡.83.100
아 맞아요.클러티드 크림. 가격도 살벌합니다.
우유를 농축시켜서 만들어서 비싸다고 ㄷ ㄷ ㄷ -
치치미추리
25.10.20 · 222.♡.43.246
클로티드 크림 나온거보니 제대로 하는 집이군요! -
달달과바람
→ 치미추리 작성자
25.10.20 · 211.♡.8.1
전 겸공에서 처음 들어 보고 처음 먹어 봤는데, 발효 버터가 들어 있어서 상큼 고소했어요. -
Mmania81
25.10.20 · 106.♡.78.101
헤르만의 정원 가셨나보네요. 밀크티 참 맛있죠. 30여년 서촌 살다 작년부터 홍대쪽 살고 있는데 돌아갈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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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는 확실히 맛있어요.
녹차하고는 또 다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