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울 아부지는 노인네 티를 안내셨어요

Lv.1 그저 (112.♡.179.63)

2025년 10월 22일 AM 05:27 · 수정됨(13:33)

조회 6,517 공감 0


택시를 타려면 따따블을 외치셨고

버스를 타면 나 안늙었다고 자리 양보를 마다하셨고

새벽이면 동네골목 비질은 다하셨고


몇백보 밖 무심한 양념딸이 보고싶으면

자전거 타고 휘릭오셔서 악수한번 하자하시고는

바람처럼 손흔들어주고 가셨고


연세 팔순을 넘기도록

주초 새벽 다섯시면 서울 끝동네서

다른 끝동네 맞벌이 막내네로 출근을 하셔

손주들 뚝배기 밥 만들어 먹여가며 돌보시다가

주말 막내며늘 퇴근시간이면 손 흔들고 퇴근을 하셨고


명절이면 모여앉아 전 부치고 떡 만드는 며늘 딸

목 축여가며하라고

맥주니 막걸리니 종류별로 사다가 쟁반에 챙겨 곁에가져다 놔 주시고

대충 끝나고 온식구 둘러앉아 고스톱판

가위 바위 보로 진사람이 야참 당번

광팔고 주방으로 가셔 밥 한다라이 비벼 오시고


어느날은 막내올케가

뉘집 아부지 자랑인지

형님 형님 이런 자랑 윗동서들한테 하면 질투하실라 못한다고


울 아부지는요

울 아부지는요

내가 퇴근전이면 이미 애둘 목욕 다 시켜두시고

밥쌀 안쳐두시고

마늘 다까 찧어 두시고

행주 뽀얀하니 빨아 탁 탁 털어 널어 놓으시구요


아부지 힘들어 그렇게 하지 마시라해도

말을 안들으신다고

그럼 전 말해주곤 했죠

말리지 말고 그냥 아부지 감사혀유만 혀

당신 필요한 자리 계셔 그렇게 건강하신겨

자네가 효자여


그렇게 그림같던 시절도 꿈이었던가 싶은 옛 옛얘기가

되어버리고


이제 제가 부모의 자리인데


어느 커뮤에 구순을 넘긴 부모가

오라 가라 뭐해달라 온갖 요구에

이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냐는 나이칠십바라보는 자식의

아주 지겹단 글보니

이러 저러 생각이 많아지는 새벽입니다





댓글 (24)

  • G

    groceryboy Lv.1

    25.10.22 · 209.♡.80.113

    참 멋진 분이셨네요.. 저도 아버님 같은 어른이 되고싶습니다.
  • 그네줄 Lv.1 → groceryboy

    25.10.22 · 211.♡.68.215

    공감합니다.
    배울 건 배우고 고칠 건 고쳐야 사람이지요
  • blueship

    blueship Lv.1

    25.10.22 · 180.♡.248.31

    너무나 멋진 분이셨네요. 부지런하고 속 깊지 않으면 못할 일입니다.
  • Orangesky

    Orangesky Lv.1

    25.10.22 · 110.♡.4.17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식는다고들 말하지만
    아버님 사랑은 마냥 뜨거우셨네요.
  • MarginJOA

    MarginJOA Lv.1

    25.10.22 · 123.♡.217.182

    글이 참 좋네요..
  • 은비령

    은비령 Lv.1

    25.10.22 · 117.♡.16.179

    @그저 님의 쓰신 글들을 보면 이미 충분히 훌륭한 어른으로 나이들어 가시는걸요. ^^

    역시 보고 자란게 있으니 닮아가시나 봅니다.
  • 돼지꿀벌

    돼지꿀벌 Lv.1

    25.10.22 · 211.♡.188.211

    글 읽으며 눈물이 맺히네요. 참어른이셨네요. 많이 뵙고 싶으시겠습니다 ㅜㅜ
  • 깜딩이

    깜딩이 Lv.1

    25.10.22 · 210.♡.65.2

    글이 술술 읽히네요

    이런풍의 수필집을 읽어본적이 있는듯도합니다.
  • 새벽아침

    새벽아침 Lv.1

    25.10.22 · 211.♡.83.4

    갑자기 울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
    마음 푸근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 따르릉퇴근길

    따르릉퇴근길 Lv.1

    25.10.22 · 121.♡.101.129

    참 멋있는 어르신이셨군요. 자랑할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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