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픈건 또 다른 벌입니다.
유행과은동

Lv.1 유행과은동 (58.♡.63.158)

2024년 5월 4일 AM 08:12 · 수정됨(05. 09. 13:35)

조회 3,364 공감 0

안녕하세요.

처음 평균보다 덜하게 증상이 왔어서 추이를 지켜보며

호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시 악화가 되니 마음이

많이 무너집니다.

4살 둘째가 소아자반증, hsp 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10만명당 10~20명 정도가 걸리는 '희귀성 난치병'으로

분류가 됩니다.

희귀성이기때문에 병은 있지만 아직 원인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혀져있진 않습니다. 

성인에게도 오지만 아이들에게도 제법 오기 때문에

소아자반증으로 불렸습니다.

면역계의 교란(?) 등에 의한 자가면역 질환 중 하나로

보고 있어서 이걸 보는 병원의 경우, 보통 자가면역

계열들의 검사를 포함합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특별한 약제나 대처

방법은 없고, 증상(피부의 자반, 복통, 관절통, 그외 등등)에

스테로이드를 대용량으로 쓰는 일반적 대증요법을

진행하며 기관 침범여부를 확인하는게 전부입니다.

심한 감기 뒤에 오는게 일반적인데 저희 아이의

경우에는 어린이집을 바꾸고, 적응하는 기간 동안 매일

1시간 가량을 울었는데(첫째가 그랬던 것처럼 적응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0일 정도를 보내고 눈가에 뭐가

올라오면서 피부에 올라오기 시작해서 피부과에 갔다가

가벼운게 대학병원까지 가게 된 경우 입니다.

신장 침범의 가능성때문에 대학병원 신장내과에서 진료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어린이병원과, 신촌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제일 많은 케이스를 본 것으로 되어 있어서

저희 아이도 신촌세브란스 진료중입니다.

초기엔 자반만 있었고,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보통은

체중에 2배에 달하는 스테로이드로 시작하는데 반으로

시작하고 중간에 추이도 나쁘지 않아서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단약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외래전 증상이 심하게 번지는 경우, 다시 스테로이드

시작하는걸로 처방만 받은 상황이었는데 단약하고

딱 1주일인 어제부로 피부에 자반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에만 맞춰져있던 패턴을 최대한 틀어서 아이들쪽으로

맞추려는 중이고, 호전을 보이고 있어서 늘 걱정은 했지만

마음을 저도 모르게 놓았던 걸까요...

어제부터 다시 심해지는 아이를 보면서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는 아내와 저는 서로간 말은 하지 않지만 다시금 지옥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3월 어린이집을 바꾸기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여행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무리한걸까.

어린이집 초기에 아이가 운다고 할때 내가 더 있어줬다면...

아니면 굳이 어린이집을 옮길 필요 없었는데(전에 다니던

곳에서 잘 다녔거든요) 이렇게 걸렸을까.

기간내 재발도 잦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다시 보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적어도 올해는 못보내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내에게 차마 말은 못했습니다.

한달 정도 못보낸 어린이집을 아내가 퇴소 신청을 

했더군요. 가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맡겨두었던

이불을 찾아오는데 건너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데 눈물이 참기 어려웠습니다.

이 병은 식이요법도 그렇지만 최대한 누워있어야 합니다.

4살 짜리 아이를 뛰지 못하게 하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 아내는 일을 그만두었고, 또 면역계의 문제라

감기등이 들어오면 다시 심해지기 때문에 

저와 아내와 첫째는 다시 코로나때로 돌아가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합니다.

덕분에 첫째의 생활 제한이 심해졌습니다.

유치원에서도 마스크 특히, 아내가 둘째를 집에 두고

하원 픽업하려니 유치원 하원길에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활패턴을 바꿔서 첫째 케어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집의 시계가 멈추는 것.

그에 대한 짐을 가져가는 부모는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한참 뛰어놀고 신나하기 바쁠

첫째의 시계는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가적으로 되지도 않는 영어로 여러 논문들을 읽어

들이고 있습니다.

자가면역의 경우로 보고 있고, 면역이 약하다가 아닌

면역과정에서 사이토카인 폭풍등 항진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 뭐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등등.

딱히 뭘 해줄수도 없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너무 답답해져서요....


저는 천주교입니다. 모태신앙까지는 아니지만 삶의 굴곡속에서

도움을 받은 기억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먹고 사느라 등한시했던 성당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도 매일 성당 앞 성모마리아상에

가서 기도를 했었는데 이제 피곤하다고 미루던

일요일 오전미사까지 갑니다.

늘 기도를 합니다.

나쁜게 있으면 아이가 아닌 제게 주시라고,

제가 알고 그리고 모르고 했던 잘못들에 대해

벌을 주시는건 모두 제게 주시라고...

다만, 아이만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우리 가족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아빠라고 할 수 있는건 병원에 데려가주는 것과

기도를 하는 것 그리고 속을 태우는게 전부인

무력함을 느끼는게 전부입니다.

병원에서 더 아픈 분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

아이만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적당한가라는

마음의 사치같은 생각도 하곤 했습니다.


환우카페 등에 보면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서 고생하는

분들도 계시고, 보통, 이런데 어떻게하냐 등 초기에

글을 적으셨다가 사라지시는 분들이 계세요.

보통은 호전되셔서 오지 않으시는 분들이 다수일거라는

생각에 그 분들께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 쪽지들도

보냈습니다. 더 악화되어서 경황이 없는 분들도

계셨고, 다수는 호전되었다는 분들...그래서

우리 아이도 좋아지고 있어서 마음을 놓았던게

화근이 되었는지 다시 심해지는 아이를 보면서

말 없이 아이 식사를 챙기는 아내를 보면서

참 이기적이게도 숨이 쉬어지지 않는 제게

화가 납니다. 아이가 불쌍한건지, 아내의 아픔이

불쌍한건지 아니 지금 이 상황에 있는 제 자신이

불쌍한건지...


건강이...행복이...당연한 것이고, 디폴트값이

아니라는 말을 얼마전에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전에 같이 일하고 계신 대표님과 이 얘기를

하다가 "니가 운이 없어서 고생중이지만

그래도 불치가 아난 난치이고, 내가 살면서 보니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고 다치게 하는 사람들

아니면 운이 없어도 최악까지 가지는 않더라.

너도 사람들한테 선하게 했으면 했지 악하고

나쁘게 한거 없으니 너무 나쁘게

가진 않을꺼니까 같이 기도하자."고 하셨던

말씀도 생각이 나고,

삼신 할머니가 지켜줄꺼라는 엄마의 말도 생각이

나고, 또 그런데 당장 아이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

내 삶은 충분히 바닥이고,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내 오판이었나.

퇴근해서 까불대는 아이들을 안아주고,

가끔은 다투는 아내와 웃으며 보내는 일상이

내가 허락되기 어려운 선물이었던건지..

그런 나라서 내게 올 나쁜 것들이 아이에게

간건지...


이전 하소연 같은 글에도 너무 따뜻한 위로들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일일이 답변을 드리고 싶었으나 여전히 시간에

쫓겨서 못하면서도 이 분들의 좋은 기운으로

아이가 좋아지나 하는 행복한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제 방에 들어와서 이 상황들에 눈물을 멈추기 

어려워서 그냥 하소연 글로 적어봅니다.

댓글 (139)

  • 한스팩토리

    한스팩토리 Lv.1

    24.05.04 · 211.♡.96.213

    아이가 아플때 대신 아팠으면 하는 부모 마음
    고열로 잠 못자는 아이 곁을 밤새 지키는 시간들
    모든 부모들에게 주어진 숙명 같습니다.
    부디 건강해지길 같이 기도해봅니다.
  • 유행과은동

    유행과은동 Lv.1 → 한스팩토리 작성자

    24.05.04 · 58.♡.63.158

    따뜻한 위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애플라임 Lv.1

    24.05.04 · 211.♡.77.213

    한 명의 신자가 함께 기도드릴게요.
  • 유행과은동

    유행과은동 Lv.1 → 애플라임 작성자

    24.05.04 · 58.♡.63.158

    네 저처럼 부족한 사람의 기도보다는 더 들어주시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 라그랑지

    라그랑지 Lv.1

    24.05.04 · 118.♡.132.45

    긴 댓글 썻다가 지웠네요.
    멀리서나마 둘째아이가 괜찮아지도록 기도합니다.
    힘내세요!
  • 유행과은동

    유행과은동 Lv.1 → 라그랑지 작성자

    24.05.04 · 58.♡.63.158

    염치 없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모모

    모모 Lv.1

    24.05.04 · 124.♡.140.181

    아이는 어른들 생각보다 강하답니다!
    꼭 이겨낼 겁니다!
  • 유행과은동

    유행과은동 Lv.1 → 모모 작성자

    24.05.04 · 58.♡.63.158

    네 부디 그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 불곰

    불곰 Lv.1

    24.05.04 · 104.♡.99.224

    아침부터 글을 읽고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자식의 아픔에 어떤 글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다만 어제 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지기를.. 오늘보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지기를.. 조금씩 호전되어 건강해지길 함께 기도 드립니다.
  • 유행과은동

    유행과은동 Lv.1 → 불곰 작성자

    24.05.04 · 58.♡.63.158

    당장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닌 어제보다 나은 내일의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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