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숲1 (58.♡.71.151)
2025년 10월 23일 PM 10:35 · 수정됨(10. 24. 07:42)
때는 아마도 2010년쯤 되었을 겁니다.
아빠가 많이 아프실때였으니...
당시 썸을 타던 분이 있었어요. 지방 계시는 분이었는데 어쩌다 연이 닿아 만나 시러버러... 거의 통화만 하고 자주 보지도 못했고.. 뭐 그랬는데 어른스럽고(뭐 저보다 어른이었고..) 아빠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때 대화가 많이 위로가 되었었어요.
그해 가을 아파트 경비실에 뭘 맡겨놨다고 해서 가보니 대봉시를 아주 큰 박스에 하나 가득 담아서 두고 갔더라고요.
제가 언젠가 말끝에 아빠가 홍시를 좋아하신다고 했었던가..
아빠가 홍시를 좋아해서 할머니는 겨울이면 감을 따서 항아리에 담아두고 시원하게 반쯤 언 홍시를 그렇게 챙겨주셨다고 했었는데 그얘기를 했던가..
여튼 세상에 흠집하나 없이 깨끗하고, 크기는 또 어찌나 그렇게 큰지 그렇게 크고 좋은 대봉시는 처음봤어요.
부모님의 고향 동네는 그냥 반시만 있지 대봉시가 없어서 대봉시를 귀히 여기시고.. 이 귀한걸 누가 이렇게 주고 갔냐고 궁금함 반 고마움 반...
아직 홍시가 되지 않은 딱딱한 감이어서 집 베란다에 두고 몇개씩 따뜻한 방에 들여 저녁때면 한번씩 들여다보고 말랑해진 걸 엄마 아빠가 두분이 나누어 드셔도 하나를 다 못드실만큼 컷던 대봉시
겨울이 지나도록 아픈 아빠와 또 엄마는 그 대봉시를 맛있게 드시고 두고두고 그 감 칭찬을 하셨더랬어요.
그 이듬해 겨울을 만나지 못하고 아빠가 돌아가셨으니 아마도 마지막으로 드신 감이 아니셨을까.. 생각되네요.
나중에 얘길 들으니 그분은 전라도 어느 지역 지인의 집에 가서 감 두상자를 산다음 다 꺼내어 놓고 제일 크고 예쁜 것들만 한상자로 추려 저희집에 가져왔다고 하더군요. 그 정성이 얼마나 눈물겹게 고맙던지요.
그냥 스쳐지나간 인연이었지만 감만 보면, 특히 대봉시만 보면 고마운 기억과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웃긴건..전 감을 좋아하지 않아요. 외모부터 식성 성격까지 거의 아빠 닳아놓고 그건 또.. ㅎㅎㅎ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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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핑크연합
25.10.23 · 221.♡.214.31
ㅠㅠ 따뜻한 글 읽고 주책맞게 웁니다. -
여여름숲
→ 핑크연합 작성자
25.10.24 · 58.♡.71.151
아니 왜영 ㅠㅜ -
롱롱숏
25.10.23 · 58.♡.148.15
십여년 전 즈음 어머니와 함께 서울서 여수를 가다가 순천에 들른 적이 있엇지요.
아마 이맘때 즈음이었던거 같아요. 아니면 조금 이르거나...
오일장 이었는데, 온통 감천지였지요.
순천 부근은 몇번 지나간 적 있었는데, 그 부근 시골의 가을엔 늘 탐스런 감이 주렁주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걸 따서 항아리에 넣고 익혀서 먹으면 맛있는데.... 하셨지만,
변비에 시달리는 저는 늘 반대였지요.
무튼 십여년 전의 그날... 감을 한상자 사와서, 어머니가 원없이 드셨습니다.
아마도.... 전 가을에 남도의 감이 여기저기 원없이 널부러진 모습을 보면...
어머니의 기억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여여름숲
→ 롱숏 작성자
25.10.24 · 58.♡.71.151
화려한 가을풍경과 함께한 기억
눈에 선 한듯 합니다.
저는 따뜻한 안방에 두분 앉으셔서 작은 상자안에 넣어놓은 감을 요리조리 들여다보시던 기억을 간직합니다. -
미미야옹미야옹
25.10.23 · 123.♡.217.9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대봉시에 관련된 추억이 방울방울이라니.
사람들마다 일상의 작은 무언가에 얽힌 추억들이 하나쯤은 다들 있을텐데 전 뭐가 있으려나 한 번 떠올려 봐야겠습니다.
대봉시 주문하려다 눈에 띈 글인데 얼른 주문해 받고 싶네요. -
여여름숲
→ 미야옹미야옹 작성자
25.10.24 · 58.♡.71.151
방울방울
두분 다 변비만 아니라면 감을 밥내놓고 드시고 싶다던 분들어어서 그해 겨울 원없이 드신 감이 제맘에도 좋았어요. ㅎㅎ -
Bbooknbeer
25.10.23 · 61.♡.162.10
늦가을 출근길을 가다보면 잎은 떨어지는 사이로 잘익은 주황색 감을 보면 참 이쁜 풍경이 아닐수 없어요
비록 외곽이라 공업사나 고물상에 심어져서 주변은 황량한데 감은 이쁘고 보기 좋아요 -
여여름숲
→ booknbeer 작성자
25.10.24 · 58.♡.71.151
가을에 감은 단풍도 곱고 열매도 예쁘죠.
황량한 겨울 까치밥 하나만 매달린 풍경은 또 얼마나 처연하면서 아름다운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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