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그만둘 때 신경쓰였던 가장 큰 부분
여름숲1

Lv.1 여름숲1 (58.♡.71.151)

2025년 11월 2일 AM 11:30 · 수정됨(22:23)

조회 2,553 공감 0

직장을 그만둔지 일년이 넘어갑니다. 

남들은 뭐하며 살거냐 심심하지 않겠냐 뭐라도 일을 해야지 사람 망가진다.. 말들이 많았지만 

지금.. 정말정말저어어엉말 좋습니다. 

규칙적인 수면패턴과 식사패턴만 유지해도 망가지기 어려운데.. 다만 운동만은 좀 안되네요. 집이 너무 좋아 나가고 싶지 않아요 ㅎㅎㅎ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수년전부터 베프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니가 어떻게 그러겠냐고 안믿더니 정말 사표 던졌다니 충격받은 얼굴이 기억나네요. 

그만둘 때는 여러사정이 있었어요.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해 월급이 몇달씩 미뤄지고 내막을 모두 아는 저는 이러다 내 퇴직금도 떼이겠구나 빠른 탈출만이 살길이다 싶었는데 평생이다시피 몸담은 직장에서 도의상 정리는 하고 나와야지 싶어 더 이상 내가 정리할 일이 없는 시점, 회사가 내 월급이 부담스럽겠다 싶은 시점, 발병한지 3년된 엄마의 병세가 막판으로 많이 기울기 시작했고, 저 또한 회사와 엄마 간병 스트레스로 혈압이 치솟고 이석증까지 오는 등 완벽한 핑계까지 만들어 그만두니 잡지 못하더군요. 다만 직속상사께서 너무 속상해하셔서 미안한 맘이 좀 컸어요. 부서내에서 사표를 낸다면 1순위가 불손한 표정과 대꾸를 하던 녀석일거라 생각했는데 고분고분 하던 녀석(25년 일하며 딱 한번 싫은소리 했네요.. 저도 하느라고 하는데 너무하시네요..수준?)이 사고를 치니 ㅎㅎㅎ 


여튼 그만두고 나니 엄마 병원일정을 완벽하게 함께할 수 있어 넘 좋았고

입원하셨을 때도 완벽하게 풀케어를 할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고

여행가고 싶으면 훌쩍 떠나면 되고

부국제 그렇게 가보고 싶었는데 평일에 길게길게 다녀올 수 있어서 좋았고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장점들 ㅎㅎㅎ 


50세도 되기 전에 완전한 은퇴를 생각하고 퇴사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제가 제일 신경쓰이는건  젊은 사람과의 교류가 없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뭔가 신문물에 대해서 저보다 젊은 직원들을 통해 묻기도 하고 새로이 접하기도 하는데 이제 그런게 없잖아요. 나가는 모임도 저보다 젊은 사람은 없고 

몇달 전 회사를 가보니 직원들이 이제 AI를 활용한 업무를 시작한거 같은데 저는 뒤쳐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울적..

근데 또 난 더이상 돈을 벌기위한 전선으로 나갈 생각이 없으니 그건 또 의미가 없는데? 하지만 남들이 아는건 나도 알고 싶어! 하는 맘이 왔다갔다 합니다. 

회사가 본격 어려워지기전에 나가서 동종업계 회사를 차리신 임원분께서 같이 일하자고 연락왔길래 살짝 맘이 흔들리기도 합니다만 가자마자 소문 날텐데 내가 그짓은 못하지 싶어서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며칠전 다이소에서 어떤 할아줌마가 이어폰을 사시겠다고 하시는데 어떤걸 골라야 할지 몰라서 주저주저 하셔서 좀 도와드렸습니다. 근데 막상 대화를 해보니 그 분은 이어폰이 필요한게 아니라 블투이어폰 충전기가 필요하셨는데 자신이 뭘 원하는지 용어를 제대로 쓸 줄 모르셨고, 자신이 가진 이어폰케이스가 어떤 핀을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셔서 본인 삼성휴대폰과 같은 핀이냐.. 여쭈어도 모르시고.. ㅠㅜ

제꺼를 보여드리며 구멍이 이렇게 생긴거면 이 충전기와 이 선을 사시면 된다고 말씀드려도 이해하신 얼굴이 아니었어요 ㅠㅜ 그래서 결국 그 케이스를 가지고 오셔서 직원분들께 문의하라고 말씀드렸네요. 

이 분의 모습이 딱 제 미래가 될 거 같아서 뒷맛이 씁쓸했어요. 

댓글 (10)

  • 세상여행

    세상여행 Lv.1

    25.11.02 · 175.♡.69.67

    이렇게 저렇게 부침이 있어도 결국 삶은 이어지죠.
  • 여름숲

    여름숲 Lv.1 → 세상여행 작성자

    25.11.02 · 58.♡.71.151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가 떠오르네요 ㅎㅎㅎ
  • 마이너스아이

    마이너스아이 Lv.1

    25.11.02 · 61.♡.139.51

    저도 몇번 탈출 시도 했지만 못하고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관둬도 할 일은 있을 것 같지만 그냥 다녀야죠.
  • 여름숲

    여름숲 Lv.1 → 마이너스아이 작성자

    25.11.02 · 58.♡.71.151

    다닐 수 있으면 다녀야죠..
    다만 저는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서요 ㅎㅎㅎ
  • LuBu72

    LuBu72 Lv.1

    25.11.02 · 116.♡.98.207

    그동안 일 때문에 희생한 본인을 위해 즐기는 삶의 길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p.s. 잡이 아무리 좋으셔도...가벼운 산책이라도 시작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 여름숲

    여름숲 Lv.1 → LuBu72 작성자

    25.11.02 · 58.♡.71.151

    산책 정도는 합니다.
    매일 못해서 문제 ㅋㅋㅋ
  • blueship

    blueship Lv.1

    25.11.02 · 180.♡.248.31

    저는 아직도 직장의 가느다란 끈을 잡고 있는데, 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진짜 은퇴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트렌드는 다모앙만 하셔도 잘 파악할 수 있으실거에요. ^^
  • 여름숲

    여름숲 Lv.1 → blueship 작성자

    25.11.02 · 58.♡.71.151

    그래서 다모앙이 너무도 소중합니다 ㅎㅎㅎㅎ
  • 생트

    생트 Lv.1

    25.11.02 · 182.♡.43.43

    10여년 젊은 층들과 동호회 활동 힘들게 밥 사주면서 하고 있습니다
    힘든 이유는 , 어려워서요 , 하지만 즐겁네요 : )
  • 여름숲

    여름숲 Lv.1 → 생트 작성자

    25.11.02 · 58.♡.71.151

    나이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으라는 금과옥조를 지켜야죠 ㅎㅎㅎ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