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 우당탕탕 그리스 여행기 1
빅머니

Lv.1 빅머니 (175.♡.29.112)

2025년 11월 2일 PM 09:12 · 수정됨(11. 07. 09:58)

조회 2,058 공감 0

에, 그저께 귀국할 때 여행기 써본다고 했는데 자유 여행이다 보니 하루에 다 쓸 양은 아닌 듯해서 시간 될 때마다 시리즈로 써보겠습니다.

사실 일정이 아주 긴 건 아니었습니다. 겨우 5박 7일이었고, 왔다갔다 비행 시간 빼면 5일도 아슬아슬한 거죠.

당초 그리스는 이번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네팔이었죠. 그런데 민주화 운동 이후 특별여행주의보가 떨어진 상태라 이번은 기회가 아니다 싶어서 포기했습니다. 차선책으로 3가지가 있었습니다.

1. 요르단

2. 튀르키예

3. 그리스

1번 요르단은 예전부터 페트라에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2023년 겨울 이집트, 2024년 겨울 모로코, 2025년 또 요르단? 3년 연속 겨울에 이슬람 국가는 좀 진부하다 싶었습니다.

2번 튀르키예도 마찬가지로 이슬람 국가이기는 했지만, 제 여행 목표는 사람들 다 가는 서부가 아니라 동부였습니다. 동부 샨리우르파는 최초의 인류 문명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 있고, 넴루트산 유적이 있습니다. 넴루트산 정도는 패키지로 가끔 가기도 하지만 괴베클리 테페는 패키지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해 특화 여행사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있기는 한데 엄청 비쌉니다. 일정도 너무 길고요.) 여기에 하투샤에서 히타이트 제국의 흔적을 보고, 트로이 유적지까지 돌고 나면 완벽한 고대 유적지 세트가 완성됩니다. 아쉽게도 이렇게 돌려면 적어도 2주는 필요합니다. 튀르키예가 우리나라의 8배나 되는 큰 나라다 보니 이동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항공편도 대부분 이스탄불과 앙카라로 집중된 허브형이어서 항공편 이용이라고 편한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일주일 이내에 갔다 올 수 있는 곳은 그리스 한 곳뿐이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집트 문명→미노아 문명→미케네 문영→그리스 문명으로 이어지는 유럽의 문명 전파 흐름을 고려하면 이집트를 이미 다녀왔으니 이번에 그리스 가보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로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렇다고 패키지로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집트야 대중교통이 엉망이라 무조건 패키지로 가야 했지만, 그리스는 그럴 이유가 없었죠.


문제는 제가 아시아권을 벗어난 자유여행은 처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아시아권이라 해도 일본, 홍콩, 대만 정도 간 거라 여기는 자유여행이라고 하기는 좀 부끄럽죠. 옆동네 마실 나가는 정도이니까요. (추가: 생각해보니 20대 때 다녀온 호주를 빼먹었네요. 거기가 진짜 자유여행의 시작이었는데 하도 오래 전이다 보니 깜빡했습니다.)

51년 인생에 사실상 처음으로 진짜배기 자유여행을 가게 된 셈입니다.

국제선 예매, 호텔 예약, 그리스 국내선 예매, 시외버스 예매 등 혼자서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8월부터 일정을 짜고 최적의 동선을 구상하고, 적절한 호텔을 찾는데 엄청난 심력을 써야 했습니다.

일단 핵심 목표는 이렇게 잡았습니다.

1. 아테네: 아테네 국립 박물관,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고대 아고라(아테네 아고라), 로만 아고라

2. 미케네

3. 크레타: 크노소스 궁전, 헤라클레온 박물관

4. 산토리니: 아크로티리 유적, 이아 마을, 피라 마을

산토리니는 전형적인 관광도 좀 포함하기는 했습니다만, 대체로 제 목표는 이렇게 유적과 박물관 위주로 짰습니다.


비용은 총 400만원을 넘기지 않는 선으로 짜보기로 했습니다. 패키지로 가면 싱글 베드 차지를 포함해도 300만원 초중반이면 되는데 400만원을 넘기면 제가 비용 통제를 못했다는 의미가 되겠더군요. 총 비용은 나중에 최종편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비행기편에서부터 애로 사항이 꽃피었습니다. 아테네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경유를 해서 가야 합니다. 그래서 경유 항공 중 가격과 시간을 모두 고려해야 했습니다.

사실 시간은 터키 항공이 제일 빠릅니다. 패키지도 대부분 터키 항공을 통해 가는 이유가 이스탄불에서 아테네까지 2시간 30분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미쳤더군요. 200만원 전후였습니다. 원래 이 정도로 비싸지 않은데 이상하게 비싸더군요.

다른 중동 항공사들도 170만원 전후인데다 경유 시간 포함해서 왕복 각각 20시간 이상 걸리다 보니 시간과 가격 모두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130만원 정도에 그나마 시간이 맞는 것이 상하이 푸동 공항을 거쳐 가는 편과 코펜하겐을 들러 가는 편 두 가지였습니다.

시간과 가격 모두 푸동 공항을 고쳐 가는 게 더 유리하기는 했는데, 문제는 항공사가 다르기 때문에 푸동 공항에 무조건 입국했다가 다시 출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경유 시간 내에 이 모든 과정을 마치려니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 참에 북유럽 찍먹을 한 번 해보자 싶어서 스칸디나비아 항공을 택했습니다.


호텔은 동선 최적화를 위해 모두 시내 호텔을 택했습니다.

패키지는 비용을 고려해 대부분 시외 호텔을 잡죠. 그러나 자유여행을 하는 입장에서는 시내 호텔이 비싸도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유명 관광지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테네의 경우 유적지나 박물관 모두 신타그마 광장에서 걸어서 갈 범위에 있기 때문에 광장 근처 호텔을 잡는 게 비용과 시간 모두 아낄 수 있습니다.

근처에 있는 오모니아 광장 주변 호텔이 좀 더 가격이 싸기는 하지만, 여기는 다소 우범지역이라 밤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피했습니다. 혼자 다니는 입장에 밤 늦게 호텔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위험 요소는 무조건 배제해야죠.


국내선 항공권도 미리 끊었는데, 산토리니나 크레타섬 모두 배로 이동하면 최소 8시간이라는 미친 시간이 들어갑니다. 반면 비행기로는 1시간 전후면 도착할 수 있죠. 느긋하게 바다 풍경을 즐길 것이라면 모를까 시간에 쫓기는 저로서는 국내선을 끊는 것이 불가피했습니다. 에게안 항공과 스카이 익스프레스를 모두 타봤는데 각자 재미있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제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고 10월 24일 밤 11시 45분 스칸디나비아 항공을 타고 출국했습니다.

다리 긴 북유럽 사람들 체형에 맞춰 좀 넓을 줄 알았는데...

그냥 똑같습니다. 전형적인 3-3-3열에 좌석간 간격도 똑같았습니다. 항공사놈들이 다 그렇죠. 심지어 기내식은 정말...

첫 번째 기내식은 새벽 2시경에 주었습니다. 미리 별도 비용 지불하고 기내식을 구입한 사람 아니면 모두 똑같이 비빔밥을 줍니다. 뭔가 어색한 비빔밥이었습니다. 왼쪽 위의 메밀면 샐러드는 맛이 정말 없었습니다.

두 번째 기내식은 코펜하겐 도착 2시간 전쯤이니까 한국 시간으로 아침 11시쯤 되었겠네요.

보시다시피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빵, 치즈 쪼가리, 방울토마토와 포도 약간, 계란 반쪽, 요거트, 사과 주스 등 이거 먹고 아침이라니!

스칸디나비아 항공이 좀 화가 나는 것은 분명 LCC가 아닌 FSC인데 식사 때 주는 음료 외에 나머지 시간 대에는 음료를 돈 주고 사먹어야 합니다. 물은 그나마 그냥 주는 것 같은데 주스 같은 것은 돈 내야 하는 것 같더군요.

게다가 칫솔 같은 어매니티도 없습니다. 오직 3.5파이 이어폰 하나 주는 게 다입니다. 귀에 꽂아보면 귀가 아픕니다. 그래서 기내 영화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13시간 30분 가까이 힘들게 날아가 코펜하겐에 도착했고, 경유를 위해 환승 통로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일전에 자게에 썼던 일이 있었는데, 비EU 국민은 지문을 찍기 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나라는 카메라로 얼굴까지 찍는 모양인데 코펜하겐은 지문만 찍었습니다. 다만 지문 인식기가 느린지, 아니면 심사관이 아직 능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인식기에 손을 꽤 오래 되고 있어야 했습니다.

질문은 간단했습니다. 왜 왔니? 여행차 왔다. 며칠 있을 거니? 5박 하고 갈 거다. 그래? 잘 놀다 가. 고맙다.

그렇게 코펜하겐에 정식으로 입국했고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습니다.


코펜하겐에서 아테네까지 가는 비행기는 LCC들이 많이 쓰는 3-3 배열의 소형기였습니다.

저는 앞쪽으로 탔는데 탑승에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뒷좌석 사람들은 계단으로 내려가 뒷쪽문으로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럴까 했는데 너무 추워서 그냥 앞으로 탔습니다.

와~ 너무 하더군요. 여기에는 아무런 스크린이 없습니다. 좌석에 스크린이 없는 건 이해하지만, 앞에도 없더군요. 얼마나 거리가 남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멍하니 앞만 보고 가야 합니다. 물 외에 주는 간식도 없습니다. 국내 LCC보다 못한 기내 상황은 할 말을 잃게 했습니다.


그렇게 3시간 30분동안 아무 것도 할 게 없다는 고문을 당하며 아테네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짐을 찾은 뒤 EXIT 문장만 따라 쭉 나오니 그냥 출국장이더군요. 쉥겐 조약 덕분에 이미 덴마크에서 입국 심사를 받은 셈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아테네 입국은 간단했습니다. 19시간, 1만 3천km을 날아서 정오경에 도착한 아테네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댓글 (25)

  • S

    someshine Lv.1

    25.11.02 · 61.♡.87.225

    다 너무 좋은 곳입니다 ㅎㅎ 저는 인터넷도 잘 없던 20대 시절 책으로 공부하며 다녀 온 곳들인데
    저 장소들을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의 제가 많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여행의 행동습성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50대의 자신의 모습을 나중에 돌아볼 수 있으시겠습니다.
    건강 안전 항상 챙기십시요~
  • 빅머니

    빅머니 Lv.1 → someshine 작성자

    25.11.02 · 175.♡.29.112

    감사합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그리스 여행은 엄청 났겠네요.
    사실 저도 그 시절에 갈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하필 군대 제대할 무렵 외환위기가 터져서 환율이 800원에서 1,900원까지 올라가는 것 보고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본문 일부 수정한 것처럼 호주를 갔다 왔죠. 저도 책 한 권 사서 공부하며 다녀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랬을까 싶기도 합니다.
  • 국수나냉면

    국수나냉면 Lv.1

    25.11.02 · 112.♡.224.214

    항공료가 어마어마하네요. 무탈, 무사, 건강한 여행되십시오
  • 빅머니

    빅머니 Lv.1 → 국수나냉면 작성자

    25.11.02 · 175.♡.29.112

    이미 갔다 온 여행기입니다. ^^;;
  • 육일사

    육일사 Lv.1

    25.11.02 · 49.♡.160.66

    후속편 기대중입니다!
    글 잘쓰시네요!
  • 빅머니

    빅머니 Lv.1 → 육일사 작성자

    25.11.02 · 175.♡.29.112

    감사합니다. 저녁마다 시간 되면 써보겠습니다.
  • 채게바라

    채게바라 Lv.1

    25.11.02 · 222.♡.248.227

    부럽습니다. 저도 해외 여행 가고 싶어유~
    잘 놀다 안전하게 돌아 오셔유~~
  • 빅머니

    빅머니 Lv.1 → 채게바라 작성자

    25.11.02 · 175.♡.29.112

    에... 이미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지난 주 휴가기간 동안 다녀온 거라서요.
    내일부터 출근이에요. ㅠㅠ
  • 채게바라

    채게바라 Lv.1 → 빅머니

    25.11.02 · 222.♡.248.227

    다시보니 첫줄에 써있군요.
    죄송함돠~~ 부러워서 대충 읽었나봐요.ㅎㅎ
  • 바토

    바토 Lv.1

    25.11.02 · 175.♡.213.215

    저도 작년에 그리스 다녀왔는데요.
    5박 7일이면 상당히 빠듯하셨겠네요.
    그리스는 섬을 이동해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모되더라고요.
    저는 빅머니님 코스에 미코노스 하나 더 해서 10일동안 다녀왔는데도.. 시간이 많이 아쉬웠거든요.

    그때 기억을 더듬어 정말 간단히 써보면...

    아테네도 생각보다 많이 좋았었고...
    (예전엔 사람들 왈 아테네는 반나절만 보고 얼른 섬으로 떠나라 그랬는데 말이죠.)
    크레타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으며,
    산토리니는 너무 이뻤고, 미코노스는 재미있었습니다.

    저도 또 가고 싶네요 ㅎㅎㅎ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