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여행 (175.♡.69.67)
2025년 11월 3일 PM 08:46 · 수정됨(21:30)
{video: https://img-9gag-fun.9cache.com/photo/a9yZvV1_460svav1.mp4 }
18년을 피웠었고 끊은지는 13년이 넘었습니다.
피웠던 담배가... 어디 보자...
88, 디스, 말보로 레드, 팔리아멘트(필터에 구멍이 숭숭 났던 독특한 담배였죠), 오마 샤리프, 타임, 던힐 1미리였습니다.
(이걸 아직까지도 기억합니다.)
이 중에서 아직까지도 그 냄새와 맛을 기억하라고 하면 다른 것들은 자신없지만 말보로와 오마 샤리프는 자신있습니다.
오마 샤리프가 이렇게 생겼습니다.

말보로는 살짝 꾸리꾸리한 냄새와 목구멍을 가득 채우는 묵직함이 있고, 오마 샤리프는 다른 담배들에게는 없던 기름기가 있습니다. 쭈욱 길게 한 모금 빨면 담배가 지글지글 타면서 목구멍을 기름칠하는 것 같은 니글니글함이 있었죠.
어릴 적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담배를 태우셨고 아버지도 담배를 태우셨죠.
그런 모습을 보셨기 때문에 어머니는 제게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늘 말씀하셨죠.
우연찮게 대학교 2학년 때 신입생 OT를 따라갔다가 한 대 태워 보고 크게 거부감이 없어서 피우기 시작한 게 흡연 역사의 시작이었죠.
문제는 제 누이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아버지가 단번에 담배를 끊으셨는데, 아들이라는 놈은 이어달리기하듯이 바톤을 받아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거죠.
(죄책감 때문에 한 번도 가족 앞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습니다.)
그러다가 조카가 태어나면서 담배라는 게 꽤나 사람을 피곤하게 하더군요.
조카 한 번 안으려고 할 때마다 양치하고 거의 샤워급으로 씻기를 반복하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필 그날 저녁 가지고 있던 담배가 한 개피 남았더군요. 보통 "돗대"라고 하죠.
제 성격상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담배를 미리 사 두는데 마지막으로 한 대 태우고 끊으라는 뜻이었는지 마지막 한 개피를 보고 든 생각이 "이것만 피우고 깔끔하게 끊자"였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날부터 그냥 끊었습니다.
뭐 거창하게 의미를 만들지도 않았고 피울 만큼 피웠고 그때 끊는 게 가장 적절해 보였으니까요.
언젠가 헤어질 운명이었으니까요.
그 이후에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워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꿈에서 다시 담배를 피우는 제 자신을 알아차리고 꿈에서 깬 적은 몇 번 됩니다.
중독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게 하나를 끊게 되면 다른 중독될 것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담배 이후에 몇 년간 커피를 엄청나게 마셨다가 커피도 2016년부터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있습니다.
댓글 (5)
-
66미리
25.11.03 · 218.♡.67.124
-
건건강한전립선
25.11.03 · 118.♡.248.74
담배 피는게 참 피웅신같이 느껴져서 끊어야겠다 맘먹은게 10년쯤됐습니다
피웅신이었던 저의 과거 반성합니다 ㅋ - 탈
탈퇴한회원
25.11.03 · 58.♡.220.226
글에서 담배맛이 솔솔 나는군요. 말보로 레드 정말 그랬는데. 저는 흡연자이던 오래전엔 바닐라향 캐스터 좋아했어요. 지금은 어서 정부가 담배값 잔뜩 올리길 기대하는 사람이지만. -
시시레비펜
25.11.03 · 175.♡.64.100
도라지
아 아니에요 -
세세상여행
→ 시레비펜 작성자
25.11.03 · 175.♡.69.67
인공적인 유사 도라지향이었죠...
장미도 기억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근데 정말 우연찮게도... 회사에서 어마어마한 일거리를 줘서 담배 피러 갈 시간도 없이 일하다가 문득 그만 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핀게 이제 10년이 넘네요 ㅎㅎㅎㅎ
일은 정말 환장하게 많았지만 담배를 끊게 해줘서 전 좋았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