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어울리는 닉 드레이크
mongolemongole

Lv.1 mongolemongole (112.♡.33.238)

2025년 11월 4일 AM 12:54 · 수정됨(08:21)

조회 502 공감 0



리이슈 박스세트가 나왔습니다. 전주 기타만 들어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첫 소설 목소리만 들어도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오는 <Five Leaves Left>의 메이킹 버전이 나왔습니다.  

기타만 있고 스트링은 없는 버전. 바로 옆에서 부르는 것 같이 현장감이 느껴지는 버전. 녹음실에서 대화가 고스란히 들립니다. 그래서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이 편안합니다.

그래서 너무 좋은데 감정이 여럿 섞입니다. 27클럽도 못 들어갈 정도로 요절해서 안타깝기도 하고 천재의 탄생을 목도하니 영광스럽기도 합니다.

아래 피치포크 리뷰에서 말하듯이 '필요한 것은 기타, 피아노, 그리고 ‘영원한 석양’ 같은 목소리뿐이었다. 비록 세상을 떠난 뒤에야 인정되었지만.'

가을입니다. 오는 지도 모르고 가는 지도 모를 가을입니다. 올 때도 몰랐고 갈 때도 몰랐던 닉 드레이크 닮은 가을입니다.


-



닉 드레이크는 아름다웠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외투를 걸치고 바닷가를 거닐 때든, 혹은 벽돌담에 기대 서서 분주한 세상을 묵묵히 바라볼 때든, 가느다란 몸은 약간 구부러져 마치 6피트 3인치(190센티)의 물음표처럼 보였다. 신비로움을 품은 문장 부호였다. 가까이에서 보면, 얼굴선은 도톰해지며 고상한 짐 모리슨을 떠올리게 했다. 드레이크에게서 거칠고 각진 미국 남자의 얼굴은 부드러운 우울함으로 바뀌었고, 깊이 패인 눈은 잠시, 아니면 영원히 어둠 속에 빠져들라는 초대처럼 보였다.

이런 외모를 가진 부드러운 목소리의 소년을 팝 스타로 만들려는 시도는 어쩌면 당연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포크 리바이벌의 여파를 타고 새롭게 부상하던 포크록의 흐름에 자리매김시키려 했던 것이다. 도대체 누군들 매료되지 않았을까? 1960년대 후반, 드레이크가 케임브리지에서 영어를 공부하던 시절, 야심은 잠시나마 내성적 성격을 이겼고, 프로듀서 조 보이드, 아일랜드 레코드 창립자 크리스 블랙웰, 그리고 친구이자 신예 현악 편곡가 로버트 커비로 구성된 작은 교류망 속으로 들어갔다. 모두 드레이크가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함께 만든 것이 <Five Leaves Left>였다.

죽음, 자기 의심, 고통, 때로는 승화에 관한 노래들이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감동적이지만, <Five Leaves Left>는 거대한 설계 탓에 언제나 약간 짓눌려왔다. 드레이크는 뛰어난 어쿠스틱 기타리스트로서 대위법을 이해했고, 여섯 줄로 작은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낼 줄 알았다. 그러나 첫 앨범은 커다래야 한다는, 혹은 “가능한 한 넓은 음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에 굴복했다. 네 명의 비올라 주자, 절제 모르는 콩가 연주자, 그리고 호흡할 틈도 없는 리처드 톰슨의 일렉트릭 기타까지. <Five Leaves Left>는 과잉으로 가득 찬 보물상자였다. 아직 ‘아니오’라고 말할 능력도 의지도 갖추지 못했던 섬세한 영혼을 몰아붙였다.

박스 세트 <The Making of Five Leaves Left>는 미공개 곡보다는 오히려 간결한 초기 버전들을 담고 있다. 콩가 연주자 로키 지지조르누나 클래식한 기법을 더한 커비가 참여하기 전의 형태들이다. 유니버설뮤직의 오랜 아카이브를 10년 넘게 뒤져 어렵게 복원해낸 이 박스에는 앨범 최종판(2000년에 리마스터된 버전)과 더불어 32개의 데모와 미공개 테이크가 수록되어 있다. 전 과정을 들어보면, 드레이크가 세 해 뒤 <Pink Moon>에서 드러낸 깨달음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스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타, 피아노, 그리고 ‘영원한 석양’ 같은 목소리뿐이었다. 비록 세상을 떠난 뒤에야 인정되었지만. 

(하략)


https://youtu.be/TrMhDPBipAE?list=PLzEMkaHCB3WJl0Kd0Czut0wxkHYr6PfAy


https://youtu.be/t2qXZ3NHwAo?list=RD1o7l2vMhhaw


https://youtu.be/UQZODCvACC4?list=PLzEMkaHCB3WJl0Kd0Czut0wxkHYr6PfAy


https://youtu.be/pcYV7wad_lk?list=PLzEMkaHCB3WJl0Kd0Czut0wxkHYr6PfAy





댓글 (2)

  • 롱팔이

    롱팔이 Lv.1

    25.11.04 · 222.♡.82.103

    안그래도 갑자기 쌀쌀해지니 슬슬 한번 들어볼까 생각했었네요.
    잘 듣고 갑니다. ㅎㅎ
  • rumblekat

    rumblekat Lv.1

    25.11.04 · 1.♡.166.183

    음반으로 사고 싶은데 아마존에는 중고만 있고
    수입은 된게 없나봐요.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나온지 모르고 있었는데 소개 감사드려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