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숲1 (223.♡.193.82)
2025년 11월 14일 AM 10:59 · 수정됨(11. 15. 21:18)
며칠전 작은외삼촌이 전화하셔서 주소를 대라고 하십니다.
김장 담근 거 보내준다고...
저보다는 많이 먹을 오빠집 주소를 불러주고 어제 오빠집 가서 김치 덜어왔습니다.
작은외삼촌은 엄마 바로 아래 동생이신데.
외삼촌은 젊어서부터 이유 모를 관절질환으로 서울대학병원에서 수술을 여섯번이나 할 정도로 고생이 많으셨더랬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수술을 하고 가슴부터 다리까지 발가락만 내놓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두 다리를 연결까지 해서 깁스를 한채로 다시 충청도로 내려가셔야 하는 상황
그 옛날 앰블란스가 불가능 했던지.. 택시를 타고 가셨다가 깁스풀기 전에 외래땜에 몇 번 다시 택시대절해 오르내려야 할 상황인데..
당시 서울에 연고지가 큰외삼촌과 저희집, 퇴원날 병원에 가신 아빠가 "처남을 형님댁으로 보내면 밥도 못얻어먹을거라고"(큰외숙모가 여엉~~~ ㅠㅜ) 저런 처남을 어떻게 내려보내냐고 외삼촌을 모시고 저희 집으로 오십니다.
엄마는 마음이 굴뚝이라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말도 못꺼내셨는데 아빠가 결정해서 모시고 왔더랬죠.
그때 저희집이 가게에 딸린 단칸방에 네 식구가 살고 있었거든요.
정말 넷이 누우면 딱맞는 방이, 정면으로 나가면 가게, 오른쪽으로 나가면 재래식 부엌 있는 그런 집이었는데요.
앙르신님들 삼단요라고 아시나요? 스폰지로 된 세겹으로 접어서 보관하는 요가 있었어요. 그걸 접어 침대삼아 방의 제일 안쪽에 외삼촌을 눕히고 나니 당연히 한사람 잘 자리가 없어지고 아빠는 그때부터 가게 소파에서 주무시는 생활 시작
키도 크신 양반이 쿠션 꺼진 작은 소파에 구겨져서 몇 달을 사셨던거 같아요.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건 물론이고 목욕은 못해도 머리 감겨주고 세수시켜 주고..
그 수발을 저희 가족이 다 했네요. 저랑 오빠도 소변 비워주는건 10원, 대변은 50원 이러면서 한방에서 같이 살았고요. (막상 장부까지 만들어놓고 그 돈을 받은 기억은 없네요 ㅋㅋㅋ)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해서 동네 내과의원 간호사 선생님이 매일 오셔서 주사를 놔주시면
저희집 난로에는 항상 유리 주사기를 삶고 있던 기억
엄마는 외삼촌 뼈 잘 붙으라고 연탄불에 사골을 고는게 일상이셨고.
또 외래 때가 되면 혼자서는 건사할 수 없어서 가게문을 닫고 엄마아빠가 함께 병원에 다녀오시고
그런 어려운 시절을 겪고 난 외삼촌은 지금은 다리는 조금 불편해도 아주 건강하시게 살고 계셔요.
외삼촌은 올해 고아가 된 조카에 맘이 쓰이셨는지 솜씨좋은 외숙모가 담그신 배추김치와 깍뚜기를 한상자 그득 보내주셨네요.
어제 오빠집에 가서 같이 먹으면서 이게 얼마만에 먹어보는 새김치인가 싶고, 엄마 생각도 나고, 같이 먹는 머릿고기도 맛있고, 같이 술도 마셨겠다.. 부모님 쌓은 공덕으로 우리가 살아가네 하며 남매가 울컥했네요.
(사심 가득담아) 우리 외삼촌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외숙모도 ㅋㅋㅋ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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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h22
25.11.14 · 222.♡.2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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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름숲
→ dh22 작성자
25.11.14 · 223.♡.193.82
외숙모가 무김치 장인 이신듯
배추김치는 아직 맛이 안들어서 잘 모르겠는데 딱 알맞게 맛이든 깍뚜기가 아주기냥 말씀대로 백만불짜리네요. ㅎㅎ -
Kkita
25.11.14 · 110.♡.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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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름숲
→ kita 작성자
25.11.14 · 223.♡.193.82
{emo:DINKIssTyle-3d-ang-027.webp:150} - 파
파적
25.11.14 · 112.♡.52.149
쌀쌀한 날씨에 푸근함을 느끼고 갑니다! -
여여름숲
→ 파적 작성자
25.11.14 · 223.♡.193.82
난방비 절감 글 가끔 고민해 보겠습니다 ㅋ -
세세상여행
25.11.14 · 211.♡.66.201
글을 맛있게 잘 쓰셨습니다.
일상과 추억을 재료로 수필 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여여름숲
→ 세상여행 작성자
25.11.14 · 223.♡.193.82
그냥 있는 그대로 몇줄인걸요 ㅎㅎ -
윤윤사모
25.11.14 · 124.♡.160.101
부모님뿐만 아니라 조카님들도 함께 쌓으신 공덕이네요. 훈훈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여름숲
→ 윤사모 작성자
25.11.14 · 223.♡.193.82
그러네요.
어릴땐 당연하게 했던건데
생각해보니 요즘 애들이 어디 그런거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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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복받은 가족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