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부산에서 고등학생이 응급실 뺑뺑이하다 사망한 이유
페퍼로니피자

Lv.1 페퍼로니피자 (218.♡.87.149)

2025년 11월 19일 AM 10:23 · 수정됨(11. 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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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0일, 새벽 6시 17분.

한 고등학생에 길에서 쓰러졌다. 119는 6시 33분 현장에 도착했다.
학생은 팔다리를 심하게 떨었지만, 이름을 부르면 반응은 했다. 전형적인 경련 환자였다.


경련은 뇌세포가 과흥분해 몸 전체가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상태다.
치료는 쉬우면 쉽고, 어려우면 어렵다.

첫째, 숨을 잘 쉬도록 기도를 확보한다.

둘째, 즉시 정맥을 통해 신경 안정제(로라제팜, 디아제팜 등)을 투여하여 뇌를 안정시킨다.

셋째, 몸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알칼리 주사제(비본)를 투여한다. 경련은 쉬지 않는 전력질주와 같다.
산소는 부족해지고 젖산은 쌓여 뇌는 저산소증, 심장은 부정맥에 빠져 사망할 수 있다.

여기까지 하면 80~90%는 멈춘다. 하지만 10~20%는 계속 경련한다. 여기까지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물론이고, 소아과, 신경과, 내과 의사도 할 수 있다. 1차 벤조디아제핀계 신경안정제가 효과 없으면, 다음 2차 약으로 항경련제(Levetiracetam(Keppra) 등), 그래도 안 되면 3차로 마취제 등을 써야 한다.
(의사들은 대부분 1차 약은 알지만, 2차, 3차약은 모른다. 나도 2차, 3차 약은 찾아보았다.)

하지만 경련 치료는 경련이 멈추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경련을 일으킨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뇌염?
뇌출혈?
뇌종양?
약물중독?
대사 장애?

원인에 따라 필요한 전문의가 달라진다.
뇌출혈/뇌암이면 신경외과,
뇌염이면 신경과
소아라면 소아신경과,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면 뇌종양·뇌출혈 전문의.
그리고 반드시 중환자실까지.
경련을 멈추고 원인까지 완벽하게 치료하려면 병원은 사실상 올스타팀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법원은 이렇게 말했다.

“응급이라도, 그 분야의 세부 전문의가 아니면, 책임져야 한다.”

실제 판례가 있다. 응급소아외과 환자가 발생하자, 휴가 중인 소아 외과 전문의 대신 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했다.
하지만 결과가 나쁘자, 보호자는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닌 당직 외과 의사에게 응급 소아외과환자 수술을 맡긴 병원 측에 책임을 물어 약 15억여원 중 70%인 약 10억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그중 1000만원은 수술한 외과 교수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이 판결 이후, 의사와 병원은 이렇게 결론내렸다.

“소아외과 전문의 없으면 소아외과 응급을 받지 말자.”

그리고 판례를 중요시하는 법률에 따라 이 원칙은 모든 분야로 확장되었다.

경련 환자는?

소아라면?
뇌출혈이면?
뇌종양이면?

간질이면 소아신경과?
뇌출혈/뇌암이면 신경외과?
소아라면 소아신경외과?

“이 모두가 없으면, 받지 말자.”

경련을 하는 고등학생은 모두 8곳의 병원에서 거절당했다.

이유는 단 하나. ‘소아신경과’ 관련 배후 진료 불가. 결국 1시간 동안 뺑뺑이를 돌고,
학생은 앰뷸런스 안에서 심정지가 와서 사망했다.

살릴 수 있었을까? 가능성이 있었다. 경련만 멈추게 했더라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 병원들은 학생을 받지 않았다.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법원의 기준을 충족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법이 100%를 요구하자, 90%를 할 수 있는 의사들이 모두 퇴장했다.

안타까운 비극 앞에서 다시 묻자.
이러한 비극을 피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High Risk, Law Return. (고위험, 돌아오는 법률 소송)
And Then There Were None.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해당 사건 뉴스는 링크에 걸었습니다.

댓글 (24)

  • 울아이아빠 Lv.1

    25.11.19 · 203.♡.221.1

    응급실 관련 법체계를 손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의사 출신 의원들... 입학자 숫자만 따지지 말고 이런 전문적인 영역에 맞는 법 만들어 주세요
  • 1

    19금 Lv.1

    25.11.19 · 112.♡.203.217

    결국 법원이 최종 보스인 듯 합니다...
  • 네터

    네터 Lv.1

    25.11.19 · 172.♡.94.41

    하지만 복지부 공뭔님들은 지역의사 만들면 해결된다고 주장하죠..
    의사는 나쁜놈들이니까 의사 이야기는 아무도 안듣거든요.
  • 할퍼맨

    할퍼맨 Lv.1

    25.11.19 · 118.♡.5.100

    이대목동 소아과 사건.. 그런 일은 발생할 수도 있고 적절한 조치였나 아니었나 따질 수는 있겠지만,
    잘못한 의사들을 구속시키는 판결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게 아닌가 싶습니다.
    의사들로 하여금 ‘책임 못 질 진료는 안하고 말지’라는 인식을 갖게한..
  • 농약벌컥벌컥

    농약벌컥벌컥 Lv.1

    25.11.19 · 211.♡.184.190

    남일이 아닌데 대부분은 관심이없죠 본인이나 가족들에게 닥치기전까진 ㄷㄷ
  • marx

    marx Lv.1

    25.11.19 · 122.♡.102.105

    약간 사족이긴 한데 일부 응급실에서는 1차치료제인 디아제팜 주사도 없을겁니다. 생산공산 폐쇄로 생산중단된다고 지난달에 공문왔어요.
  • 일렁이는그림자

    일렁이는그림자 Lv.1

    25.11.19 · 175.♡.103.230

    그러면 정책을 정하는 곳, 언론에 가서 이야기를 잘 해야죠.
    “법원 판결이 이상해요~ 못 해 먹겠어요~“
    이렇게 제대로 이야기를 하는 의사를 현실세계에서 못 봤어요.
    간혹 어디 모임이 있어서 구경할 일이 있었는데
    거기 나온 의사단체 임원님들(협회 임원들이 소통 창구니까...)은
    “(판결 이야기는 쏙 빼고) 서울 아닌 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돈 더 주세요~”
    이러고들 있단 말입니다.
    그런 자리 알잖아요. “말 안해도 알지?“ 뭐 이런 거 없어요.
    제대로 어필해야 해요.
  • 푸하하

    푸하하 Lv.1

    25.11.19 · 211.♡.204.123

    의사도 최선을 다했지만 잘못된 경우는 책임을 면하게 해줘야죠.
    신해철관련 의사 같은 사람도 있어서.. 뭐라 하기 힘드네요..
  • 페퍼로니피자

    페퍼로니피자 Lv.1 → 푸하하 작성자

    25.11.19 · 218.♡.87.149

    쉽지 않은 문제긴 합니다. 건너 들은 바로는 의료 분쟁도 참 지난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하더군요
  • 쿠키맨

    쿠키맨 Lv.1

    25.11.19 · 61.♡.30.162

    어떤 경우

    '신해철' 집도의의 경우처럼 여러 의료사고에 관대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본문처럼

    의사들에게 가혹한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네요..



    어디가 기준일까요?

    법이 문제인지 법을 해석하는 늠들이 문제인지.. 아니면 의사들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문제인지...


    도대체 환자의 권리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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