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랴 (115.♡.157.90)
2025년 11월 25일 PM 11:36 · 수정됨(11. 30. 14:51)
자려는 순간 한 가지가 떠올라서 끄적여 봅니다. 25년 11월 24일, 어제 일입니다.
가끔은 나답지 않은 나를 발견하는데 어제가 딱 그런 날이었죠.
늘 그랬듯 저녁을 먹고 나서 산책을 나섰습니다. 맑은 날에는 인근 봉서산으로 향하죠.
그곳으로 가려면 삼거리 교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파란불 신호에 건너 맞은편 인도에 발을 딛는 순간 죽은 생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안됐구나. 지나가던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같은 거에 치인 모양이네. 좋은 곳으로 가렴.'
안타까웠지만 그냥 지나쳐 산책을 했습니다. 저는 그런 걸 굳이 나서서 치우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왠지 내내 죽은 생쥐 생각이 나더군요.
'길거리에, 그것도 사람들 많이 오가는 곳에 그렇게 방치 돼 있으면 사람들도 기분 나쁘고 이미 죽어버린 안타까운 녀석이 또 밟히고, 밟힐 수도 있을 텐데.'
약 1시간여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녀석은 역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대로는 아니고, 누군가 주위에 떨어진 낙엽들을 모아 덮어주고 그 위에 초콜릿 과자 포장에 쓰였던 플라스틱 용기를 얹어 두었더군요.
산책하면서 나뭇잎 몇 개를 주웠던 걸로 녀석을 감싸 다른 곳으로 옮겨줬습니다.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냥...
그냥...
그 녀석 얼굴을 본 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월말 김어준의 철학 코너, 애도와 멜랑꼴리 편에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야기도 나온 에피소드죠. 거기서 '불쌍한 사람의 얼굴을 보면 외면할 수 없다.'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아마도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제 일인데 잠들기 전에 왜 생각나서는... 말이죠.
'나는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자는데 너는 좋은 곳으로 갔을까? 깊은 잠에 든 걸까?'
잘 설명할 수는 없어도 그냥 그러고 싶을 때가 있나 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ㄷㄷ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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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할랴
작성자
25.11.30 · 115.♡.15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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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중 엠마뉴엘 레비나스라는 프랑스 철학자 부분의 내용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