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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6일 AM 09:35 · 수정됨(12:10)
저는 70년대생, 50살에 가까운 40대입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분야가 빠르게 진보하던 시기에 성장해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정치적으로는 민주화, 경제적으로는 고도 성장과 세계화, 문화적으로는 대중문화 황금기, 기술적으로는 디지털화의 혜택을 누렸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연재 당시에 봤고, 〈터미네이터 2〉를 개봉 첫날 봤고, 마이클 조던 경기를 라이브로 봤고, 마이클 잭슨 새 앨범을 발매날 사서 들었습니다.

급속한 기술 발전 덕분에 다양한 기기를 경험했습니다. CRT·평면CRT·PDP·LCD·OLED로 TV를 봤고, LP·카세트테이프·CD·MP3·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저장소는 플로피디스크부터 클라우드까지 발전했고요.
카세트테이프로 게임을 하던 시기도 짧게 경험했습니다. 게임 한 번 하려면 1,20분씩 기다려야 했는데 중간에 로딩이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읽혀야 했죠. 꽂으면 바로 실행되는 롬팩은 신이 내린 물건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게임은 16색 도트 그래픽이었는데 어느새 3D 폴리곤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락실에서 버추어파이터를 처음 봤을 때 눈을 떼지 못했어요.
삐삐거리는 비프음만 내던 컴퓨터가 애드립 카드 달고 눈부신 소리를 낸 기적도 잊지 못합니다. 아니 진짜로 소리가 눈부셨다니까요.

이제는 저장매체에 담긴 게임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어요. 디지털 다운로드가 보편화되면서 실물 패키지는 굿즈 사는 기분으로 구입합니다.

카메라는 필카에서 디카, 디카에서 폰카로 바뀌었고, 비디오테이프·LD·DVD·블루레이·OTT로 영화를 봤습니다.

원시 OTT라고 할 수 있는 비디오 대여점을 한동안 이용했어요. 누가 먼저 빌려가서 허탕 치고 빈손으로 오는 날도 많았죠. 지금은 누워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데 이상하게 비디오 빌리러 가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가끔 있습니다.
전화는 유선전화·무선전화·공중전화·휴대전화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아, 중간에 삐삐도 있었죠. 호출 오면 전화 걸기까지 설렘이 있었고, 공중전화에 100원 넣고 남으면 뒷사람 쓰라고 수화기 올려놓고 가는 낭만이 있었습니다. 빨리 끊으라며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지만요.

휴대전화는 바형으로 시작해 폴더형 피처폰을 거쳐 스마트폰을 쓰고 있습니다. 집에 새로 놓은 무선전화기가 캡숑 편하다며 쓴 게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아이폰은 충격이었습니다. 처음 만져봤을 때 미래의 물건, 아니 외계 문명의 물건 같았어요.

중년이 되어서는 전기차가 등장했습니다. 30년 가까이 운전한 저에겐 전기차가 새롭지만 중학생인 제 아이는 내연차보다 전기차를 더 오래 탔어요.
어느덧 AI가 우리 실생활과 현장에 파고들었습니다. 제 일터에서는 벌써부터 오남용과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요. 2013년 영화 〈그녀〉의 작중 배경이 2025년이었는데 공교로운 일입니다.

흘러간 세월에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명암이 있었지만 신문물이 쏟아져 나온 시기여서 재밌는 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세기말이니 뉴밀레니엄이니 하며 호들갑도 떨어봤고요. 다음은 2099년인데 못 참죠.
제가 대학생이던 90년대에도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아다녔습니다. 등굣길에 경찰한테 가방 검사도 당해봤어요. 그래도 어디 지하실로 끌려가는 시대는 끝나 있었습니다. 저는 운 좋은 세대입니다.
**제목과 본문의 ‘꿀 빤 세대’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운 좋은 세대’로 수정했습니다**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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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h22
25.11.26 · 175.♡.1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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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arLeo
→ dh22
25.11.26 · 223.♡.80.27
동갑이시네요.
워리어 헐크호건 나오던 시절의 WWF도
친구집에서 AFKN으로 볼수도 있었었죠 ㅎㅎ -
Mmyrandy
25.11.26 · 118.♡.83.95
딴 얘기지만 그란7 dlc 기대중임돠~~
꿀빤 세대는 아니라 생각해요. 다만 빠르게 바뀌는 모든걸(?) 경험하고 있는 세대겠죠~ -
11_2_3
→ myrandy 작성자
25.11.26 · 223.♡.91.102
저도 스펙3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이만큼 다채로운 매체를 경험한 세대가 있었나 싶어서 꿀 빨았다고 표현해봤습니다 -
Ddupari
→ myrandy
25.11.26 · 210.♡.67.100
꿀빤 세대는 없다 봅니다.
단지 말씀하신대로 경험을 얼마나 했냐가 중요하고, 이것은 누가 해주는게 아니라 당시 세대가 끌고 나간것이라 봅니다.
90-2000년도 음악 황금기, 8bit 컴 -> AI 기반 -> 양자컴, 방송의 중심 이동등.. 이런건 해당 세대들이 끌고 나갔기에 커진것이죠.. 게임기의 성장도...
이런 모든것이 어렸을때의 원했던 것이 크면서 경제력이 생기면서 시장이 커졌다 봅니다. (즉 어렸을땐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지금이야 원하면 할수 있고, 여렸을때의 로망을 현재 이루는거죠... )
누가 해주기 전에 늦더라도 내가 스스로 하면 될거 같습니다.... -
11_2_3
→ dupari 작성자
25.11.26 · 223.♡.91.102
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저는 앞 세대가 일군 것들의 혜택을 봤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물론 제가 하는 일은 후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
Ddupari
→ 1_2_3
25.11.26 · 210.♡.67.100
당연히 현세대는 전세대의 혜택을 받았죠.. 그런데 그걸 꿀빤세대라 할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걸 잘 이용해야 다음세대에 전달해 줘야 하는게 기본적 목적이라 보고 당연하다 봅니다..
이렇게 보니.. 꿀빤세대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음세대를 위해 뭘 하고 있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남탓만 하는건지.. -
11_2_3
→ dupari 작성자
25.11.26 · 223.♡.91.85
꿀 빨았다는 표현이 많이 불편하셨던 것 같네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니 감수하겠습니다. 사과드립니다 -
Ddupari
→ 1_2_3
25.11.26 · 210.♡.67.100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사과하실 내용도 아닌데... 좋은 의견이신거죠.. ^^ 주신 의견으로 생각을 확장할수 있으니..
그냥 전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왜 그런 말이 계속 나올까 평소에도 생각을 해보는데 그 중 저의 한가지가 "스스로" 라는게 요즘 많이 부족하지 않나 싶은거죠.. 다 해줬으니.. 아무래도 애를 키우는 입장이라 생각도 많고 접점도 보이네요.. -
Mmlcc0422
25.11.26 · 119.♡.199.171
[https://s3.damoang.net/data/editor/2511/e4032c9.webp]
저는 사루비아 꿀빨고 자란 세대 입니다.. 요건 농담에 가까운 소리고...
사실 어느 시대건 다른 세대를 놓고, 꿀빨고 산 세대니 아니니 하는 이야기는 나옵니다만, 그건 인류가 유구하게 겪은 세대간 시각 차이인것 같습니다.
다 상대적이고 그때그때 맞게 살아온지라, 다른이들이 보면 편하게 산것 처럼 보일수도 있고, 실상은 아닐 수도 있고 그렇죠 뭐..
아마 조선시대에 많은 외침을 겪은 세대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를 본다면 꿀빤 세대라고 할수도 있겠죠..
예전에 안그랬지만 요즘 저같은 경우는 그런소리 들으면 뭐 그런갑다..하고 대수롭지않게 넘깁니다..
(이것도 늙음에 따른 현상이겠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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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마이클조던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