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누리호, 노무현, 그리고 검찰 개혁

Lv.1 바람에날려 (49.♡.2.28)

2025년 11월 27일 AM 08:53 · 수정됨(11:35)

조회 834 공감 0

어딘가에서 퍼 온 글입니다. 원글은 경어체가 아니지만,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하고 글 올립니다 (원글 쓴 사람의 허락은 받았습니다). 


========


1. 막 독립한 신생 빈국은 당연히 돈이 없었다. 그래서 장병 월급을 강제로 갹출하고 국민 모금을 더해 중고 비행기 열 대를 샀다. 2차 대전 이전에 개발된 낡은 기종이었지만 '우리 비행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감격했다. 그 비행기는 텍산Texan T-6. 전투기도 공격기도 아닌 프로펠러 훈련기였다.

2. 시간은 흘렀다. 어느새 개발도상국 딱지를 슬슬 떼어도 될만큼 성장한 나라는 불가능해 보였던 올림픽까지 치렀고, 내친 김에 소련에 30억 달러나 빌려줄만큼 경제도 발전했다. 하지만 소련은 얼마 안 가 사라져버렸고, 원금과 이자 중 일부를 돈 대신 현물로 받기로 합의하면서 한국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생각 있고 똘똘한 젊은 군인들을 주축으로 러시아의 첨단 무기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받아오자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소련 해체 이후 정신없던 러시아를 잘 어르고 달래가며 상당한 종류의 현물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것들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한 결과물이 한국의 군수산업과 우주항공산업에 결정적인 디딤돌이 되었다. 전차, 헬기, 미사일, 사통장치 등의 기반기술 중 상당수가 이 프로그램에서 나왔고, 우주발사체 역시 이 때 러시아에서 들여 온 발사체에서 크게 도움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불곰사업, 참으로 적절한 네이밍이었다.

3. IMF 사태를 맞아 휘청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은 빠르게 이를 극복했다. 혜안이 엄청났던 김대중은 국가정보화라는 전대미문의 개념을 현실화하여 이후 25년 동안 국가가 먹고 살 방도를 마련했다. 뒤를 이은 노무현은 국가의 시스템을 개편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수구와 싸울 수 밖에 없는 길이었다. 용감히 전투에 뛰어든 노무현은 결국 산화했고 그가 이끌던 개혁은 추진력을 잃어버렸다.

4. 노무현은 어떤 면으로 보아도 참 특이한 부분이 많다. 고졸 출신, 민주화 운동 투신, 직설적인 성격, 겸손하면서도 서민적인 성품 등은 김대중을 제외한 어떤 국가지도자도 갖지 못한 노무현의 고유색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당시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한 프로그래머이기도 했다. 현재의 전자정부시스템인 온나라On-Nara의 근간이 되는 이지원e知園, 간단한 그룹웨어 등을 직접 개발한 사람이 바로 노무현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노무현은 소문난 밀덕이기도 했다.

5. 2008년 방영되었던 <MBC 스페셜 대한민국 대통령> 다큐멘터리에 대통령 집무실 책상이 소개되었다.

그의 책상에는 모형들이 놓여져 있었다. 왼쪽부터 T-50 골든이글, KT-1 웅비, 손원일급 잠수함, 아리랑 위성 2호. 그리고 의자 뒤에 일부만 보이는 FA-50 파이팅이글까지.

단순히 밀덕이어서가 아니라, 지역 강국으로서 그에 걸맞는 국방력을 확보하고 이를 필요시 투사함으로써 우리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겠다는,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당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이런 의지가 있기에 그는 똥별들에게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다 놓고 '나 국방장관이요', '나 참모총장이요' 그렇게 별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기냐? 그래서 작전통제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모여 가서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 유기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 일갈했던 것이다.

6. 몇 년 후 유시민의 표현대로 '저게 걸레인 것은 잘 알지만 저 걸레가 내 집값을 올려줄'거라 기대한 사람들은 쥐새끼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노무현은 그런 자들에 의해 사실상 타살당했다. 그리고 그가 바라던 것들 중 상당수는 헛된 꿈으로 치부되고 폐기되어 다시 실현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7. 하지만 그렇지 않다. 노무현이 뿌렸던 씨앗은 오래 잠들어 있었지만 결코 죽진 않았다. 러시아제 T-80을 뜯어보며 익힌 기술은 후일 K-1, K-1Ex, K-1A1을 거쳐 지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차인 K-2 흑표가 되었고, 앙가라 엔진을 베끼기만도 급급하던 우주발사체는 진화를 거듭한 끝에 한국을 전세계에 일곱 개 뿐인 자체 발사국으로 올려놓았다.

8. 오늘 새벽 누리호 4차 발사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모든 임무가 완수되었고 위성 13기가 모두 제대로 사출되었다. 노무현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무슨 감정이었을까.

9. 노무현의 개혁 시도는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10년 후에 취임한 문재인도 개혁을 미처 이루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재명 역시 쉽지 않은 상황에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래 한인섭 교수의 말처럼 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어제가 오늘을 살렸다는 한강 작가의 말처럼 노무현이 문재인과 이재명을 살렸다. 오래 전 시작된 불곰사업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이렇게 만개하는 것처럼, 노무현이 시작한 개혁은 당장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아가 결국 꽃을 피울 것이다. 비단 누리호나 항공기 같은 실물 뿐만 아니라 검찰을 개혁하고 국가를 살려내는 일 또한 우리 모두는 노무현에게, 그리고 그의 뒤를 잇는 많은 사람들에게 빚지고 있다.

https://www.facebook.com/842631505/posts/10162675892551506/?mibextid=wwXIfr&rdid=n1av8SS0EvoxN0qT#

게시글 이미지

댓글 (12)

  • 이칼2

    이칼2 Lv.1

    25.11.27 · 125.♡.196.18

    쥐박이만 아니었어도 좀더 빨리 되었을겁니다
  • 엉덩제리

    엉덩제리 Lv.1

    25.11.27 · 203.♡.150.253

    노무현이 없는 노무현의 시대가 왔군요ㅠㅠ
  • PEPSIMAN

    PEPSIMAN Lv.1 → 엉덩제리

    25.11.27 · 124.♡.102.69

    아침부터 왜그러세요 ㅠㅠ
  • Alli

    Alli Lv.1 → 엉덩제리

    25.11.27 · 14.♡.49.129

    저도 똑같은 생각을 ㅠㅠ
    아침부터 눈가에 이슬이ㅠㅠ
  • 소은하

    소은하 Lv.1 → 엉덩제리

    25.11.27 · 112.♡.218.240

    아..... ㅜㅜ
  • 늙은젊은이 Lv.1

    25.11.27 · 58.♡.86.18

    괜히 또 코끝이 찡해지네요.
  • 레고레고

    레고레고 Lv.1

    25.11.27 · 175.♡.211.160

    그리운 그 사람... 노무현... 보고싶네요.
  • FlyingBlueSky

    FlyingBlueSky Lv.1

    25.11.27 · 125.♡.71.37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투표로 인한 임시 공휴일에 아침밥을 굶어 가면서 일찌감치 투표하고 직장에 당직 근무하러 가던 날이 생생합니다.
    제가 그렇게 지원한 분이 다행히 기적적으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그분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으면 온 들판이 밀밭이 된다는 말처럼,
    그분은 안계시지만 그분의 뜻과 노력을 이어가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겨울의 초입에서 내가 애틋하게 사랑한 나의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정말 미안합니다 ㅠㅠㅠ
  • 농약벌컥벌컥

    농약벌컥벌컥 Lv.1

    25.11.27 · 172.♡.94.43

    필력 엄청나네요 그리고 노대통령님ㅠㅠ
  • 마스터재다이 Lv.1

    25.11.27 · 211.♡.196.143

    ㅠ ㅠ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