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나, 충성에 대해 처음 배운 날 - 살아온 이야기 쓰고 있습니다
느림보

Lv.1 느림보 (58.♡.90.32)

2025년 11월 30일 AM 02:54 · 수정됨(08:39)

조회 849 공감 0

안녕하세요~

제가 살아온 이야기,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삶을 겪으며 깨달은 생각들을

자서전처럼 차근차근 기록해보고 있습니다.

아래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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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5장 — 개와 나, 충성에 대해 처음 배운 날


어린 마음속에 깊이 남겨진 충성의 첫 기억

우리 집은 늘 개를 키웠다.

첫 만남은 언제나 비슷했다.

시골 5일장에서 부모님이 사오신 강아지—

신문지가 바닥에 깔린 작은 박스 안에서

낑낑거리며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던 작은 생명.

조금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젖병에 분유를 타서 먹이며 그 강아지를 키웠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곧 내 어린 시절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강아지에서 친구로 — 나를 따르던 존재

처음엔 작은 꼬리를 분주하게 흔들며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강아지였는데,

큰 개가 되어서는

큰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넓적한 혀로 얼굴을 핥으며

세상 누구보다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시골집에서는 개가 짖는 소리가

하루의 흐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주인이 오면 멀리서부터

“멍~” 하고 반가운 울음이 나고,

낯선 이가 오면

“멍! 멍! 머엉—”

경계하는 소리가 마당을 울렸다.

그 감정의 결을

나는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기쁨인지, 불안인지, 기대인지—

그 작은 차이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시골아이로서 내가 가진 특권 같은 것이었다.

밥은 사료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먹고 남긴 밥과 반찬을

비벼서 개밥으로 주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놀랍지만

그렇게 키운 개들은

오히려 더 건강했고 오래 살았던 것 같다.



시골 마당의 개집 — 그 작은 세계

개는 마당에서 키웠다.

아버지가 직접 만든 나무 개집이

마당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개집 주변에는 개똥이 듬성듬성 떨어져 있었고,

심심했던 개는 땅을 여기저기 파서

작은 구덩이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 풍경은

지금 떠올려도

참 ‘시골 개집의 전형’ 같다.

가끔 목줄이 풀리거나 끊어지면

개는 마을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잠시 자유를 만끽했다.

그걸 잡으려면 한참을 쫓아다녀야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개가 얼마나 신났을까 생각하게 된다.

예방접종도 집에서 아버지가 직접 해주셨다.

유리 약병에서 주사액을 빨아 들여

개 피부를 살짝 잡아당긴 뒤

주사를 꾸욱—

강아지는 “끄응…” 하고 잠깐 아파하다가

곧바로 아버지에게 다시 꼬리를 흔들었다.

아프고 무서운 순간에도

다시 주인을 믿고 기댄다는 그 모습이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



충격적인 날 — 개장수가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은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우리 집 개를

개장수에게 팔아버린 것이다.

굵은 밧줄로 목덜미를 묶인 개는

트럭 뒤에 실렸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차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개는 내게 가족이었다.

힘없이 끌려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세상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기적 같은 귀환 — 사랑이 만든 길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그 개가…

그날 밤인가, 새벽인가—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어떤 길을 어떻게 찾아왔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그 개가

살기 위해,

그리고 사랑했던 주인을 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지금 떠올려도

가슴이 저릿해지는 장면이다.



그러나 재회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 재회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다시

개장수에게 연락했고,

그 개는 또다시 끌려가야 했다.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선명히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날의 충격은

어린 나에게 얼마나 컸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개라는 존재를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감정과 충성을 가진 친구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른들의 세계가

아이의 마음으로는 알 수 없는

복잡한 사정과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에게 조심스레 물어보고 싶다.

“아빠… 왜 그랬어요?”

댓글 (3)

  • 불태워버려

    불태워버려 Lv.1

    25.11.30 · 220.♡.95.216

    어릴적 할아버지 집에 강아지를 몇년 키우면서 정들었는데 복날에 때려잡아 먹은적이 있습니다. 몇년 키우면서 큰 덩치였는데 맞아 죽는걸 직접 보고 가슴 아팠던적이 있네요.
  • 1월1일생

    1월1일생 Lv.1

    25.11.30 · 61.♡.137.15

    시장표 강아지 정말 귀엽죠.
    하지만 아버님은 +@의 빅피쳐를 그리셨구요.
  • 어게인반민특위

    어게인반민특위 Lv.1

    25.11.30 · 211.♡.196.208

    애견인중 한사람으로 공감이 가는 글 이네요.
    CBS음악FM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나온 사연같은 느낌이어서 김정원 님의 목소리가 자동재생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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