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나는 내가 한 일을 알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자

Lv.1 감정노동자 (1.♡.170.113)

2025년 12월 3일 AM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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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은 1년 전 어제와 똑같이 지냈어요.

회사 출근하고 연말이라 일도 별로 없어서 모니터 뒤에서 온라인을 누비며 멧돼지 욕하고 루팡 역할을 좀 해주다가 집에 일찍 돌아 왔지요. 며칠 전부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한 부분이 점점 쳐져 내려온다는 와이파이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일단 안면있는 업자를 불러 살펴봐 달라고 했지요. 뜯어봐야 한다길래 어, 일이 커지겠는데 싶지만 밤 중에 자다가 천장이 무너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뜯어달라고 얘기했습니다. 다시 붙일 도배지는 없기에 제발 살살 그대로 다시 붙일 수 있게 뜯어달라고 했습니다. 

드러난 천장은 시공 때부터 옥상에서 물이 조금씩 떨어지던게 번져서 도배지까지 젖어있던거였습니다. 물새는 곳을 찾으려면 천장 다 뜯고 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누수되는 곳을 확실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니, 그냥 그동안 살아왔던 것처럼 일단 간단한 조치를 하고 덮는게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났어도 크게, 많이 새지는 않는 것같아 괜찮아 보인다고요.

간단히 시공하고 업자를 보내고 난 뒤 늦은 저녁 시간에 뒤처리를 하면서 천장에 양 팔 벌리고 벌서는 시간을 충분히 누렸습니다. 그 후 따라오는 허리 통증으로 고통을 좀 만끽한 후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와이파이님이 복귀하시며 오리고기를 주문하라 명하셔서 소주와 함께 고기를 세팅하여 대령했습니다. 

TV를 보며 함께 멧돼지 욕을 2차로 하고 고영희 씨가 등장하는 퍼니퍼니한 유튜브를 보며 다모앙을 열고 한눈을 팔면서 낄낄대다가 어디선가 '계엄'이라는 단어를 봤어요. 지금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계엄 소식을 티비에서 봤는지 다모앙에서 봤는지 카톡에서 봤는지 가물가물하네요. 너무 황당하고 놀랐던 모양입니다. 암튼 경황없이 유튜브도 찾고 다모앙 소식도 보고 하다보니 아내는 벌써 몇몇분들과 통화를 하고 국회 앞으로 가겠다고 하더군요. 짐을 챙겨들고 정신없이 국회 앞으로 가서 겪었던 그 때 이야기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다모앙 어딘가에 올렸습니다. 

그날 제가 지냈던 하루의 일상을 이리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천장 무너질까 조마조마했던 기분과 시공을 돕기 위해 두 팔 벌려 들고 있었던 통증과 허리의 아픔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오리고기와 소주로 나누었던 기분좋은 저녁의 한가로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리고 계엄을 선포하던 번들거리는 윤가놈의 얼굴을 보며 황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르고 국회로 가야겠다고 향하던 때의 공포와 두려움, 막막함....헬기 소리가 들리던 국회 5문 앞에서 계엄 해지가 가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하던 그 때의 기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신새벽까지 그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발언하고 노래하고 공포와 불안을 함께 나누던 그 기억이 차가운 겨울새벽의 공기와 함께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우리의 기억이 이리도 생생한데 경고성 계엄이니, 아무도 안죽었다느니, 평화적인 계엄이니 하는 개소리를 하는 자들, 자기는 시킨 적없는데 일개 똥별이 마음대로 시민과 의원을 체포하려했다는 내란수괴, 이를 옹호하고 동조하고 지원하는 내란당과 개검사들, 개판사들과 짭새들, 그리고 정치, 경제, 문화, 금융 전반에 걸쳐 포진하고 있는 반민족반민주 집단을 보면 열불이 터져 당장에라도 뭉둥이 들고 나서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아직도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벌을 줄 수 없다는 개판사들의 개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시민들의 기억이 난무하는 헛소리, 개소리로 잡탕을 만들어 서서히 사라져가기를 기다리는구나 생각하게 합니다. 시간을 끌면서 이 소리 저 소리 확인할 수 없는 루머와 몰상식한 소리들을 떠들다 보면 그냥 희석되어 버리고 휘발되어 버리기를 기다리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자꾸 기억하려 합니다. 그 날 저의 하루와 그날 가졌던 공포심을요. 또  누군가의 기억에서 흘러나오는 그날의 기억들을 글로, 영상으로 자꾸 남기고 보고 듣고 기억하려 합니다. 저들이 섞어놓은 흙탕의 기억이 아니라 내가 경험했고 누군가 경험했던 그날의 일을 똑똑히 가지고 있으려 합니다.                            

나는 그날 하루를 기억합니다.

시청역에서 안국역에서 서초역에서 외쳐왔던 거리의 일 년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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