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 (119.♡.201.217)
2025년 12월 3일 PM 01:46
EPISODE 1 – 잊힌 이름들
뉴욕은 오늘도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은 바쁘게 걸었고, 택시는 여전히 경적을 울렸고, 하늘은… 뭐, 원래처럼 구질구질했다.
도시가 특별했던 시절은 끝났다.
아니, 특별하다고 착각했던 사람들이 사라졌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건 피터도 마찬가지였다.
“피자 배달은 그 골목 아니라고요!”
누군가 소리치고, 피터는 고개를 돌려 손을 들어 보였다.
진짜 피자 배달부였다면 사과라도 했겠지만,
지금 그는 거미복 안에 있었다.
빈 슈트 안은 생각보다 추웠다.
혼자 있을 땐, 옛날 것들이 더 잘 떠오른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웃음소리.
예를 들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목소리.
거미줄을 발사하며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다가,
그는 카페 창가에 앉아 있는 그녀를 봤다.
MJ.
웃고 있었고, 커피잔을 들고 있었고, 옆자리에는 새로운 누군가가 있었다.
그녀는 피터를 보지 못했다.
피터는 그녀를 다시 외워버렸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그리움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같은 시각.
도심 끝, 오래된 공립 고등학교 앞.
로라 킨니는 가방끈을 매만지며 서 있었다.
하얀 운동화 끈은 단정했고, 손톱은 짧게 정리돼 있었다.
예전에는 단검을 숨겼던 손이었다.
이젠 연필을 잡아야 하는 손이었다.
아이들은 무리 지어 웃고 있었고,
선생님은 출석부를 꺼내고 있었고,
로라는 그 모든 사이에서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살아보기.
실패하면 떠나면 된다.
성공하면…
그래도 떠나야겠지.
오후.
피터는 작은 강도를 막았다.
도둑은 캔커피 하나 들고 달아났고,
피터는 그걸 맨몸으로 막았다.
쓰러진 도둑 옆에 앉아, 같이 캔커피를 마셨다.
“이거, 블랙인가요?”
“응. 설탕도 없어.”
“같이 도망치고 싶네요.”
“…그 말, 좀 멋있었다.”
도둑은 울었고, 피터는 웃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사라졌다.
방과 후, 학교 복도.
로라는 교실 복도에 앉아 있었다.
모두가 떠난 뒤, 의자에 새겨진 볼펜 낙서를 읽고 있었다.
‘FREAKS OUT!’
그 옆에 조그맣게 적힌 ‘Go die’
그 옆엔 또 다른 글씨.
‘You too?’
'Me too.'
그때, 옆자리에 누가 앉았다.
말이 없었고, 손에 연필 두 자루를 들고 있었다.
하나는 부러져 있었고, 하나는 새 것이었다.
소년은 말 없이 새 연필을 건넸다.
“잃어버린 줄 알고… 두 개 챙겼어요.
이제 하나는 드릴 수 있네요.”
로라는 아무 말 없이 받았다.
그 손엔 칼이 없었다.
대신, 사람 냄새가 났다.
그날 밤, 피터는 다시 옥상에 섰다.
도시의 불빛은 늘 그랬듯 무심했고,
그는 그 위에 앉아,
세상 어디에도 없어진 이름을 되뇌었다.
자신의 이름도.
그녀의 이름도.
그리고, 아직 불러보지 못한—
누군가의 이름도.
EPISODE 2 – 처음인 척 다가오는 기억
뉴욕, 오후. 흐린 날.
가끔 햇살이 건물 틈 사이로 떨어졌다.
하지만 도시는 그걸 잘 쓰지 않았다.
어두운 유리, 반쯤 열린 창문, 고개 숙인 사람들.
빛은 늘 어디론가 도망쳤다.
피터도 비슷했다.
[카페 앞]
MJ가 있었다.
여전히 웃는 법을 알고 있었고,
여전히 피터를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듯 행동했다.
피터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낯이 익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게 더 아팠다.
“우린…
처음 본 거겠죠?”
그녀는 그렇게 웃었고,
피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처음 본 거야. 처음인 척하는 거지.’
[학교 복도]
로라는 여전히 조용했다.
그건 원래 그런 성격이기도 했고,
말을 덜 하면 실수를 덜 한다는 경험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그 반 맞지? 전학 온 애.”
농구공을 굴리던 아이.
웃고 있었고, 몸에 힘이 없었다.
그 여유가 기분 나쁠 만큼 부드러웠다.
로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존잘남은 씩 웃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블랙캣 – 야경 속 등장]
피터는 골목을 지나고 있었고,
누군가가 그의 등 뒤에 나타났다.
소리 없이.
냄새 없이.
심장만 요동쳤다.
“거미가 방심하면,
고양이는 물어버리지.”
블랙캣.
검은 가죽, 뻔한 농담, 익숙한 위험.
피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엔 밀수가 아니면,
미안하지만 진심으로 붙어야겠는데.”
“그럼 나…
진심으로 도망쳐야겠네?”
전투는 없었다.
춤처럼 손을 치고, 몸을 미끄러뜨리고,
벽을 타다 서로 밀어내고, 다시 잡았다.
피터의 말:
“그 손 잡으면, 나 진짜 넘어가.”
블랙캣의 말:
“그래서 안 놔주는 거잖아.”
그날 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아무도 같이 있지 않았다.
[교실 – 연필]
로라는 교실 구석에서 연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걸 집으려다—
이미 누군가가 건네고 있었다.
마일로.
안경을 쓴 소년, 조용한 말투.
공손한 손끝.
“이거, 방금… 염동력 써서.
그래서 조금 흔들렸어요.”
로라는 무표정하게 연필을 받았다.
잠시 멈칫.
그리고,
“…고마워.”
마일로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웃었다.
“네, 괜찮아요. 저도 말한 거, 조금 놀랐어요.”
그 말에 로라는,
아주 조금—
입꼬리를 움직였다.
[옥상 – 피터]
피터는 옥상 위에서 내려다봤다.
불빛은 많았고, 사람도 많았다.
근데—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게 피터 파커였다.
[교실 – 로라]
로라는 창밖을 봤다.
아이들은 여전히 시끄러웠고,
교사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하지만 방금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눈을 맞췄다.
연필을 줬다.
그건 무슨 뜻일까?
아마, 처음인 척해도 되는 시작이겠지.
EPISODE 3 – 칼이 나오기 전
[체육 시간. 늦은 점심 뒤 흐릿한 햇살]
공이 던져졌다.
약간은 과했고,
약간은 의도적이었다.
로라는 그게 문제라는 걸 알았지만,
그 순간엔 그런 걸 계산할 여유가 없었다.
본능은,
늘 생각보다 앞선다.
“칙.”
손등이 열렸다.
세 줄의 금속이,
조용히, 그러나 너무 명확하게
공을 반으로 찢었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공기 전체가,
살짝 베였다.
[정적]
아이들 시선이 그녀를 관통했다.
누군가는 입을 열려다 닫았고,
누군가는 이미 거리를 벌렸다.
“저거… 진짜 칼이야?”
“X-애들 아냐?”
“저 애, 뭐야.”
로라는 눈을 내리깔았고,
칼은 이미 손등 안으로 사라져 있었다.
그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누군가 다가왔다]
마일로였다.
조용한 아이.
안경 너머로 놀란 표정은 있었지만,
뒷걸음질은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바닥의 공 조각을 주웠다.
말없이, 손에 쥔 채
“괜찮냐”고 묻지 않는 얼굴로.
“이건… 내가 치울게요.”
그 말에 로라는 처음으로,
자신이 뭔가를 부쉈다는 걸 인식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게 처음으로 무서운 일처럼 느껴졌다.
[체육관 뒷문]
리아가 옆을 지나가며
작게, 거의 들리지 않게 말했다.
“네 잘못 아냐.”
그 말이 어디까지 진심이었는진 몰랐다.
하지만 그 말에,
로라는 아주 조금,
숨을 쉬는 법을 다시 기억했다.
[옥상 – 피터]
도시 위로, 바람이 조금 불었다.
그 바람은 소리를 지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차들 소리, 사람들 목소리,
그리고 피터 파커가 조용히 삼키는 말들까지.
그는 오늘도 누군가를 구했다.
도둑질하다 붙잡힌 아이는
‘배가 고팠다’고만 말했다.
피터는 말없이 우유를 건넸다.
“단 거 먹으면 조금 나아져요.
…가끔은.”
아이는 울진 않았고,
피터는 웃지도 않았다.
[교실 뒤 – 복도]
로라의 책상 위엔 쪽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네 칼 멋있었어’
글씨는 삐뚤었고, 종이는 교과서 찢은 거였다.
그 옆엔
사탕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반쯤 녹은 상태였다.
[점심 시간 – 급식실]
잭이 로라 앞에 앉으며 말했다.
“나 이빨 두 개 또 빠졌어.
근데 재생돼.
의외로 편해.”
로라는 말이 없었다.
“나한텐 그냥 평범한 건데,
다른 애들은 좀 무서워하더라.
그거 웃기지 않아?”
그는 혼잣말처럼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도 괜찮아.
너도 그럴 걸?
무섭다는 말, 듣는 데 익숙해지는 거.”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괜찮잖아.”
로라는 고개를 들었고,
잭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한지도 모르는 듯
앞니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옥상 – 피터 독백]
*오늘도 아무도 날 부르지 않았다.
그건 내가 사라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너무 오래 남아 있었기 때문일까.*
EPISODE 4 – 우리끼리라도 괜찮잖아
[복도. 오전 자습 후 쉬는 시간]
리아는 항상 복도를 비스듬히 걷는다.
누군가랑 마주치는 걸 피하려는 듯,
조금은 늦고 조금은 빠르게.
팔은 항상 긴소매 속에 감춰져 있다.
로라는 책을 들고 나오다,
리아가 잠깐 멈춰 선 걸 봤다.
교실 문 옆, 금이 간 철제 책걸상 틀에—
“칙.”
소매가 살짝 걸렸다.
[천천히 벌어지는 순간]
천 조각이 갈라지듯,
리아의 오른팔 소매가 찢어졌다.
그 아래엔—
살이 아니었다.
빛이 통과하는 팔.
피부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고,
혈관도 근육도 흐릿하게 비쳐 보였다.
마치 유리창 뒤의 장기 같았다.
주변 아이들 몇이 고개를 돌렸지만,
그 누구도 가까이 가진 않았다.
[로라, 다가감]
로라는 발걸음을 멈췄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조용히 리아 옆에 섰다.
리아는 깜짝 놀라듯 소매를 감싸며 뒤로 물러섰다.
숨소리가 짧았다.
“미안… 보지 마.”
“괜찮아.”
로라는 그렇게 말했다.
담담하게.
눈을 피하지 않고.
“그거,
멋진데.”
리아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눈동자만은,
그 말을 계속 붙잡고 있는 듯했다.
[같은 날, 점심시간 – 급식 테이블]
로라는 평소처럼 자리를 찾고 있었고,
그날은 자신도 모르게
어제 앉았던 자리 근처로 향했다.
거기엔 잭이 먼저 앉아 있었다.
마일로는 말없이 의자 하나를 당기고 있었다.
그다음—
리아가 와서 조심스럽게 앉았다.
팔은 여전히 긴소매로 감춰져 있었지만,
눈은 로라를 향해 한 번 움직였다.
[짧은 대화 – 로라와 리아]
“무섭지 않았어?”
리아가 조용히 물었다.
“아니.
난, 원래 그런 거에 익숙해.”
잠시 침묵이 흐르고,
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좀 비슷한 걸까?”
로라는 답하지 않았지만,
수저를 내려놓은 손이
살짝, 리아 쪽을 향해 움직였다.
[복도 – 피터 단독 컷]
피터는 학교 옆 골목을 지나며,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는 걸 본다.
그 속에 로라는 없었다.
하지만 피터는 문득
어디선가 누군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은 다 숨긴 뭔가가 있다.
난 그걸 너무 많이 봤고,
그래서…
더 조심해야 된다는 것도 안다.
EPISODE 5 – 누가 널 기억해줄까
[오후, 번화가 카페 앞 – MJ]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바닥은 젖어 있었다.
피터는 가게 유리창을 넘어 그녀를 보았다.
MJ.
커피잔을 손에 든 채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고,
목이 기울어지고,
피터가 기억하는 모든 장면들이
그녀 안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어디서 본 적 있어요.
느낌이… 익숙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피터는 웃었다.
익숙한 듯.
어색한 듯.
“저도요.
아마도…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인가 봐요.”
[밤 – 고층 옥상, 도심 밀수 작전 중 – 블랙캣]
그녀는 밤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몸짓은 부드럽고, 발소리는 없고,
말투는 농담 같지만,
시선은 날카로웠다.
블랙캣.
“너 아직도 정의감 같은 거 붙잡고 다녀?”
“너는 아직도 남의 물건 들고 다녀?”
둘은 말싸움을 하지 않았다.
움직임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피터가 손을 뻗으면
블랙캣은 등을 돌렸다.
블랙캣이 다가오면
피터는 옆으로 물러섰다.
거의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
그게 둘 사이의 합이었다.
[그 순간 – 옥상 끝, 서로 가까워졌을 때]
블랙캣:
“내가 키스하면… 또 도망칠 거야?”
피터:
“지금은…
도망가면 내가 날 잃을 것 같아서.”
그 말에 블랙캣은 웃었다.
피터는 웃지 않았다.
[다음 날 – 학교 외벽, 담배 피는 사람 – 도미노]
로라는 화장실로 향하던 중
학교 외벽 구석에 누군가가 기대 선 걸 보았다.
도미노.
검은 재킷,
짙은 눈 화장,
손엔 껌.
“너 아직도 칼 쓰는 거 연습해?”
“아니.”
“그럼 감정 조절은?”
로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미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껌을 더 오래 씹었다.
“넌 무기처럼 살아왔으니까.
지금은… 사람처럼 버티는 중인 거지.”
로라는 발걸음을 멈췄고,
도미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지켜보는 건 일일 뿐이야.
감정은, 가끔 끼어들지만.”
[저녁 – 피터 옥상 독백]
기억은 웃긴다.
누가 기억하느냐보다,
누가 잊고 사느냐가 더 중요하더라.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이름이 날 지우는 것도 아니었다.
EPISODE 6 – 우리한텐 이름이 없어
[학교 복도, 아침]
누군가의 낙서였다.
검은 매직으로,
지우개 자국도 없이.
‘FREAK’
‘DANGEROUS’
‘칼든 애 조심’
그 밑에는 누군가가 썼다가
곧 지워진 흔적이 있었다.
‘She saved us.’
로라는 아무 말 없이
그 낙서를 바라보다,
그저 걸어갔다.
[급식실 – 테이블 위 대화 없이 흘러가는 시간]
마일로는 밥을 다 먹었고,
잭은 초코우유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리아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가끔 로라 쪽을 힐끗 보았다.
“오늘 좀… 시끄럽지?”
잭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다들 조용한데?”
마일로가 되물었다.
“조용한 게… 더 시끄러울 때 있잖아.”
잭은 웃으며 우유를 흔들었다.
그 소리도, 조용했다.
[학교 옥상 – 도미노와 로라]
도미노는 오늘도 껌을 씹고 있었다.
로라는 옥상 끝에 앉아 있었고,
말을 꺼낸 쪽은 도미노였다.
“이상하지 않아?”
“뭐가.”
“다들 이름으로 불리는데,
우린 이름보단 능력으로 불리는 거.”
로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은
자기가 먼저 해봤던 생각이니까.
“넌 네 이름 좋아해?”
도미노가 물었다.
로라는 아주 작게 말했다.
“사람이 불러줄 때만 좋아.”
[도시 저편 – 피터 파커, 사람들 속에서]
피터는 시장 거리 한복판에 있었다.
누구도 그를 보지 않았다.
가면을 쓰지 않은 히어로는,
그저 피곤해 보이는 청년일 뿐이었다.
그걸 그는 안다.
그리고,
가끔은 그게 편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웬 – 옆건물, 실험실 유리창 너머]
한 줄기 빛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실험복을 입은 그웬은
그 빛에 반사된 누군가를 봤다.
고층 빌딩 사이를 가로지르는,
붉은 선.
피터였다.
멀리 있었고,
말도 없었지만,
그녀는 그걸 오래 바라봤다.
“저 사람,
왜 그렇게 혼자일까.”
그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엔 그렇게 적혀 있었다.
[피터 – 옥상 독백]
*우리는 다들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
근데 가끔은,
불러주지 않는 쪽이 편하더라.
잊히는 게 덜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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