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115.♡.133.48)
2024년 5월 6일 PM 09:14 · 수정됨(22:10)
온라인 민원을 담당하는 정부24 시스템에서 또 다시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군요. 성적·졸업증명서를 떼면 엉뚱한 제3자의 서류가 발급되었고.. 법인용 납세증명서를 떼면 사업자등록번호 대신 법인 대표의 성명· 주민등록번호가 찍혀 나왔다고 하고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는데도 행안부는 시스템 유지보수하는 회사의 개발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뿐, 자신들의 관리 책임에는 눈을 감고 있고요. 이태원 참사에서부터 계속 봐오던 익숙한 모습이지요? 책임 떠넘기기기,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
우리가 산업재해에서 하인리히 법칙을 많이 얘기하잖아요?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유사한 작은 사고와 징후가 선행한다고.. 현정부의 무책임 때문에 5,000만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정부 시스템에 조만간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사고가 반드시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대부분 대형사고는 예고된 재앙이거든요. 오죽했으면 법칙이라고 했겠어요? 1:29:300의 법칙이라고..
대한민국 전자정부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시켜온 레거시 시스템은 불행히도 이미 그 한계를 다 했어요. 정부의 관리 감독 기능도 무너져 있고, 민간의 공공 SI 개발 역량도 떨어져 있고요. 공공 SI 영역은 시장 매커니즘이란 측면에서 볼 때 생태계가 붕괴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작년말부터 빈발하는 행정정보망의 사고가 붕괴의 조짐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요. 현재 진행중인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 중에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시피 하잖아요?
문제는 정부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거버넌스는 파편화 되어 있고, 조직간 칸막이는 심하고, 사업 역시 파편화되고, 민간에 대비해서 공공 서비스의 수준은 매우 뒤쳐지고 (정부24 쓸 때 머리뚜껑 자주 열리잖아요?), 국정원의 정보보안 간섭은 갈수록 강화되고, 그에 따라 혁신은 퇴보하고, 공무원 조직은 자연히 리스크를 회피하게 되고.. 이제는 공무원들이 징계 먹을까봐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에는 가능한 안갈려고 몸을 사린다고 하지요?
강고한 레거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워요. 예산 편성의 안정성만 따지며 유연한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기재부, 조직의 권한과 자리 보전만 우선시 하는 행안부, 시대착오적인 보안 규정으로 일체의 혁신을 가로막는 국정원, 공공영역에서는 겉으로만 빙빙 도는 정통부, 그리고 전혀 사태파악을 못한 채 조율기능을 상실한 대통령실 등등.. 이런 게 위기거든요. 한때 유능하게 작동하던 강고한 레거시 시스템이 그 수명을 다 하였으나,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시스템은 아직 탄생하지 않고 있는.. 그람시의 진단대로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았어요.
이건 기술의 문제, 사업의 문제가 아니지요.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해요. 거버넌스를 바꾸고, 공무원 인사•평가를 바꾸고, 사업 추진방식을 바꾸고, 데이터 정책을 바꾸고, 디지털 혁신 전략을 바꾸어야 비로소 실마리가 찾아질 거라 생각해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진짜 혁신이지요. 아인쉬타인이 그랬나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일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과 같다고..

댓글 (2)
- 푸
푸른미르
24.05.06 · 121.♡.229.250
장관부터 무능하다고 인정 받은 상황이니 말 다했죠 - 담
담연
24.05.06 · 146.♡.105.128
이거 큰 문제네요, 집단소송 원고들 모아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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