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On (116.♡.124.22)
2025년 12월 8일 AM 07:32 · 수정됨(12. 09. 01:21)
늘 하트봇, 댓글봇이었던 제가 처음으로 긴 글을 쓰는 것 같네요.
저의 첫 조카 얘기를 해보려 해요
갓 태어난 아기를 처음 봤을 때, 어두운 방 안에서 핀 조명을 쏘는 듯 빛나는 신비로움을 경험했었어요. (그게 인생에서 두 번째였어요.)
그러다 부모의 불화로 제가 맡게 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양육을 도맡게 되었어요.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싶었지만, 매일매일 커가며 예쁜 짓하고 걷고 웃고 말하는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안고 업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그러다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아 2년 정도 고생했지만, 시간 날 때마다 좋은 것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부모에게 다시 옮겨가게 되었고, 저와의 분리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데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더라고요. 그래도 부모가 키우는 게 아이에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며, 조카도 저도 잘 견뎠던 것 같아요.
중학교 사춘기를 겪는 동안 아이가 거칠어지기도 하고, 말이 없고 늘 무표정인 모습이 걱정스러웠는데 그 시기가 코로나랑 겹치면서 학교 등교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게 오히려 사춘기를 잘 넘기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중3 때 저랑 1박 2일을 함께 지내게 됐는데,특목고에 가서 체계적인 수업을 받아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그 얘기가 저에게 두 번째 미션으로 주어진 것 같았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준비를 시작하려 하는데,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어요.
“내 딸은 거기 갈 성적이 안 된다!”
“기숙사 가서 부모랑 떨어지려는 거다!”
“내 딸은 내가 알아서 키운다!”
오빠 부부의 반대에 울며불며 매달려서 아이에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고, 결국 외고에 합격했어요.
그 후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하면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반응과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3년의 시간을 보내며 여러 부침도 겪었지만, 아이는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며 잘 지냈어요.
그러다 지난 5일 저녁, 외국에 잠시 체류 중인 저에게 보이스톡이 왔어요.
“꼬꼬(조카가 어릴 때부터 저를 이렇게 불러요ㅎㅎ) 나 수능 전교 1등 했어! 국어는 만점이야!”
그 말을 듣는데 온몸에 힘이 다 풀리며 자리에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너무 축하한다고, 한국 들어가서 얼굴 보고 자세히 얘기하자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그리고 근처 마트 가던 길을 되짚어 숙소로 다시 돌아왔어요.
힘든 시간이 많았던 아이가 자기 길을 찾고 지금까지 잘 견디며 살아준 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저 감사만 나오는 하루였습니다.
어느 학교를 가는가, 어떤 과를 가는가는 저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딜 가든 또 잘 헤쳐 나갈 거라 믿으니까요.
그저 저렇게 잘 커준 아이가 자랑스럽고 대견할 따름입니다.
불수능이라 해서 같이 시험 치른 제 지인들에게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처음으로 다모앙에 글을 씁니다.
그냥 ‘잘했다’고 칭찬 한 번 받고 싶은가 봐요.
이제 저도 다 내려놓고, 멀리서 조카를 응원하며 온전히 제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
두서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댓글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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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댕선생
25.12.08 · 211.♡.22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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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eamOn
→ 야댕선생 작성자
25.12.08 · 116.♡.124.22
감사합니당 😍 -
마마이너스아이
25.12.08 · 61.♡.139.51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조카도 코코도 행복하세요~ -
DDreamOn
→ 마이너스아이 작성자
25.12.08 · 116.♡.124.22
감사해요 마이너스아이님도 행복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
농농부
25.12.08 · 119.♡.92.184
대박... -
DDreamOn
→ 농부 작성자
25.12.08 · 116.♡.1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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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독사소
25.12.08 · 125.♡.39.60
축하합니다! -
DDreamOn
→ 독사소 작성자
25.12.08 · 116.♡.124.22
감사합니당 {emo:damoang-emo-000.gif:120} -
닥닥터리드
25.12.08 · 211.♡.14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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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가 촉촉해지는 이야기네요. -
DDreamOn
→ 닥터리드 작성자
25.12.08 · 116.♡.124.22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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