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0일 동안 금주했습니다. 970/1000

Lv.1 녹차중독 (211.♡.23.41)

2025년 12월 9일 PM 05:37 · 수정됨(12. 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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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일 동안 금주했습니다.

애초 목표였던 1000일 금주가 한 달여 남았습니다.
1년을 넘기고 나서 크게 음주에 대한 욕구가 일어난 적은 없었습니다. 술에 대한 기억들도 화려하고 흥겨웠던 기억보다 마시고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분명히 즐겁고 행복하게 마셨을 텐데 큰 위로와 즐거움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엔 엄청난 숙취와 배탈 등등 힘들었던 생각만 많이 나네요.

취기가 그립진 않습니다. 나이 탓인지 취하지 않아도 머리가 몽롱한 상태인 때가 많아서 그나마도 부족한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음주가 그리운 건 목 넘김입니다.
그 청량하고 목 넘김은 다른 음료로는 절대로 충족이 안됩니다.
목을 탁 치는 와일드 터키 버번이 그립습니다.

진저비어 라임 티토스 보드카 섞어 계핏가루 살짝 뿌린 모스코 뮬도
언젠간 맛을 알겠지 하고 그냥 마셨던 봄베이 사파이어 마티니도
그 향과 목 넘김은 무설탕 펩시 라임으로는 한없이 부족합니다.

 최근에 코다리 조림을 먹었습니다.
 저희 어머니 스타일은 간장과 고추장 베이스에 얼큰한 간장조림 같은 짭잘한 조립이었는데
이집 코다리는 매콥하고 걸죽한 새빨간 아구찜 같은 조림이었습니다.

 푸짐하게 두마리를 뼈를 바르고 머리랑 살만 따로 넓은 접시에 떡볶이 쭈꾸미랑 같이 올려주시더군요
이 빨간 양념은 완전 소주였습니다.
입술이 조금 얼얼한 맵기였는데 그 걸죽하고 끈적한 소스에 대친 콩나물을 비비면서
이건 완전 소주였습니다.
캠핑한끼 유투버처럼 한잔 넘치게 가득 따라서 쭈아악 들이부으면 극락일것 같았습니다.

 집사람과 푸쿠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거기서만 파는 맥주가 있더라구요.
보통 마트에서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고 술집에서 파는 맥주만 스텐리스 1리터 병에 담겨서 나오더라구요.
마트와 술집에서 파는 술이 많이 다릅니다.

1리터 스텐리스 병에 담긴 차가운 로컬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 부으면서 신나게 마시는 집사람을 보면서 부러웠습니다.
금주하는 남편의 입장 따윈 관심도 없고 매일 2리터씩 꼬박꼬박 마시더군요.

즐겁지 않다면 왜 금주를 하는건데 자문하면서 마셔시면 그만인데 간당간당 했습니다.
딱히 다른 목적도 없이 1000일동안 참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금주라서 뭐 깬다고 이상할건 없는데 말입니다.
여때까지 해온게 있으니까 이제 두어달만 참으면 끝이니까 하는 맘으로 넘겼습니다.
따지고 보면 관성으로 금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몸이 건강한 편은 아니라서 금주했더고 더 건강해지지 않았습니다.
금주기간동안 열심히 수영을 했지만 어깨를 다쳐서 결국 수영도 접었습니다.
기본도 안되어 있는 몸이라서 뭘해도 골격이 틀어져서인지 바른 자세를 유지 못하고 결국 다치더라구요.
아파도 꾸역꾸역 해보려 했는데 한쪽팔로 진도를 못나가니 흥미가 점점 줄었습니다.

술안마시는 시간과 자원으로 다른 더 건설적인 일들을 해보고자 했지만
결국엔 실패 했습니다.
그나마 PT등록하고 조금씩 매일 운동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만 이건 술과 상관없이 진작에 시작했거나 어렸을때부터 평생 했어야 했습니다.

사실 저 말고는 다 운동하시면서 사시더라구요.

유난히 운동신경이 없었고 야외활동도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몸쓰는걸 전혀 안하고 살았습니다.
그나마 헬스 등록하고 생각이 바뀐것중 하나는 전에는 근육 노출하는 배우나 가수들을 여배우 섹시 노출 정도로 좀 가볍게 봤는데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고 절제한 삶의 성과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적당히 땀흘리려는 운동도 이렇게 힘든데 열심히 몸을 다시 단련하는 일을 무시해선 안될것 같더군요.
일단 리스펙 하는 마음은 생겼습니다.
그래도 감히 격투기 선수한테 도전하는 보디빌더들은 이해가 안됩니다.
장르가 다르면 초보자인건 다 마찬가지 일겁니다.

늦게나마 시작된 금주의 장점은 일찍 시작된 당뇨로 희석되는 듯하고요.
음주 만한 즐거움이 금주엔 당연히 없습니다.

그래서 금주하는 사람들은 금주가 대단한 것인양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사실 태어나서 20년 사람따라 더 이르긴 하지만 인간의 기본생태가 금주 입니다.
그거 한다고 대단한 절제나 자기 관리 그런거 없습니다.

음주가 죄악이 아닌것처럼 금주도 대단한 절제나 관리가 아닙니다.
약쟁이 약 끊었다고 절체나 자기관리 잘했다고 칭찬받지 못하는것처럼 말입니다.

솔직히 먹지마 기다려 정도는 훈련된 강아지도 하는거니까요.

그래서 음주가 죄악이라거나 술안먹는거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들은 좀 같잖습니다.

언제나 질문은 "그래서 그걸로 뭘했는데?" 라고 했을때 자랑스럽게 대답할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금주로 뭘했는데 ..
안먹는 돈으로 비싼 위스키 쟁였습니다.
주변에 같이 마시던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하지만 그냥 쟁여놓고 있습니다.

운동 시작했습니다만 그건 원래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거였습니다.

유트브, 넷플릭스 보는 시간은 늘었습니다.

그래서 1,000일동안 했던 금주가 별로 자랑스럽지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1,000일 금주했다고 금주를 해금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일만시간에서 1,000일로 늘렸지만 "그래서 그걸로 뭘했는데?" 에 만족할 만한 대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오토바이 운전면허증을 따고 있습니다.
남은 인생 언젠가라도 바이크 세계일주가 가능한 삶이면 멋질것 같아서요.
실현가능성이 낮기도하고 솔직히 그건 금주랑 상관는 것 같습니다.
혹시 금주 하시는 분들은 금주로 뭘하고 계실까요?

댓글 (19)

  • M

    mutul Lv.1

    25.12.09 · 39.♡.42.53

    금주를 하다 말아서....
    금주했다 먹으니 살이 더 잘 찌네요.
    다시 금주 해야할것 같습니다.
  • 녹차중독 Lv.1 → mutul 작성자

    25.12.09 · 211.♡.23.41

    제 경우는 금주로 체중이 많이 변하진 않았습니다. 잘먹고 운동안하면 늘어나는건 똑같은것 같아요.
  • kmaster

    kmaster Lv.1 → 녹차중독

    25.12.09 · 1.♡.134.157

    식사나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음식이 더 맛있어지고 그러다 보면 과식이나 폭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 같은 경우는 술안마시면 살이 빠지더라고요
    술 없이 밥먹으면 딱 정량만 먹게되고 고기도 질려서 잘먹어야 2~3인분 먹는데 술이랑 같이 먹으면 고기 잡내나 느끼한 맛이 알콜에 씻겨 넘어가니 KG 단위로 먹게 되더군요 ㅠㅠ
    안주 없이는 술 안먹는 1인입니다
  • finalsky

    finalsky Lv.1

    25.12.09 · 211.♡.88.20

    전 금주는 아니고 음주 패턴을 바꿨죠. 취하려고 마시는 술이 아닌 술 자체의 맛을 즐깁니다. 그래서 한잔 이상 안마셔요. 딱 맛만 봅니다.^^
  • 녹차중독 Lv.1 → finalsky 작성자

    25.12.09 · 211.♡.23.41

    진정한 승리자 이십니다. 저는 수차례 시도했었지만 결국 한잔으로 끝내질 못하더라구요
  • 털만두

    털만두 Lv.1

    25.12.09 · 121.♡.32.141

    대략 11년째 안마시고 있는데, 이제 그냥 술에 대한 욕구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ㅎㅎ
  • 녹차중독 Lv.1 → 털만두 작성자

    25.12.09 · 211.♡.23.41

    11년이면 이젠 술과 관련없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11년 금주의 성과는 어떤게 있으셨을까요.
  • 털만두

    털만두 Lv.1 → 녹차중독

    25.12.10 · 121.♡.32.141

    항상 운전을 제가 해야하고 술 주문이 필수인 음식점은 잘 못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그 취한 느낌이나 과음한 다음날 힘들 걱정이 없는게 너무 좋습니다 ㅎㅎㅎㅎ
  • 정신쇠약

    정신쇠약 Lv.1

    25.12.09 · 124.♡.13.205

    전 3년 목표이며 오늘로 딱 2년이 되었습니다. 술마실 시간을 없애서 덕질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
  • 녹차중독 Lv.1 → 정신쇠약 작성자

    25.12.09 · 211.♡.23.41

    저도 날짜를 다 채워가다 보니 날짜만 목표가 되면 이루어도 허무해 지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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