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지 못할 우리들의 죽음
등대지기

Lv.1 등대지기 (118.♡.128.252)

2025년 12월 17일 AM 12:42 · 수정됨(08:31)

조회 2,052 공감 0

저는 살면서 죽음을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시고, 할머니께서는 스스로 돌아가셨기에, 과정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죽음이란 TV드라마에 나오듯, 집 or 병원에서 가족의 눈물과 함께, 고인이 마지막 유언을 남기며 눈을 감고, 집이라면 잠시후 숨이 멎는 모습을 보고, 병원이라면 모니터가 삐하는 소리를 내면, 아버지하고 가족중 누군가 소리쳐 흐느끼고, 숙연한 분위기에서 누군가 훌쩍이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 인간의 당연한 마지막 과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럴수도 있죠...

근데, 거기에 생각지도 않은 사전과정들이 있다는것을 지금 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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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아버지는 지금 그야말로 오늘 내일 하십니다. 돌아가셨다가 ... 살아나셨다가를 반복하시고,  지금은 몸은 야윌대로 야윈 무기폐 기관삽관 환자 이십니다. 요양병원에 계십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아버지의 죽음 혹은 그 과정의 고통에 관여된 사람들은 .. 3부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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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가를 위해 인지 4등급자를 와상노인으로 몰아넣은 나쁜 요양원과 그 속에서 노인을 돌보지 않고, 1개윌간 지속된 온갖염증과 고열을  타이레놀과 수액으로 대처한 간호사. 어떻게 대했는지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꼼작못하는 노인으로 만들어 버린 요양보호사.

이런 요양원 집단을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삶의 마지막에 높은 확률로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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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요양원에서 응급으로 실려온 아버지는 2주간의 염증치료후 어느정도 회복되었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퇴원하는 당일 경련 발작을 동반한 뇌전증이 발병하였습니다. 그 치료를 위해 기존 염증치료제를 바꾸고, 기존드시던 뇌전치료제도 양을 늘렸습니디만, 갈수록 경련발작 시간의 간격은 짧아지고, 지속시간은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경련이 가장 심했던 그 고통의 순간 지금껏 숨어있던 간지나는 의사가 들어와 차분하고, 지적이고, 감동적으로 ... 그동안의 병적증상의 의문점을 해결 해주면서, 연명치료및 중환자실로의 이동을 권하셨습니다.거부하자, 잠시후 인턴 2명이 들어와 그렇다면 죽음과 퇴원만이 있을뿐이라 통보를 하였고, 다시 한번 연명치료를 권하였죠. 

지금은 그것이 일종의 시스템인걸 알지만, 평소 의학드라마도 멀리하던, 무지한 저는 살면서 겪은 매우 고통스런 멘탈붕괴의 순간이었읍니다. 아울러, 저의 아버지도 경련 발작으로 고통을 받는 1주간의 시간중 그 크라이막스를 옆에서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미 어머니로 받은 지난 1년간의 세뇌의 힘으로 연명을 다시 한번 거부 하였고, 그때는 저도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2번의 몸부림이 있은후에야, 드디어 막이 내리면서, 반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병원에서 안된다던 기관삽관이 이루어졌고, 무슨 의료조치를 했는지 지난 1주일간 지속되던 ..도저히 고칠수 없을것 처럼보이던 경련발작이 아버지에게서 사라졌습니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변했습니다. 의사들은 죽음 선고와 함께 지상에서의 천국도 함께 주었습니다. 그들은 신입니다. 영업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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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요양병원은 최신 시설로 밝고 안정된곳으로 신경써서  골랐습니다. 알아본 3군데중 1곳은 거부, 2군데는 조건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시스템상 지금의 의료조치인 산소호흡이 가능한 곳은 6인실로 간병인이 필수인곳입니다. 이조건도 같더군요.

간병인은 조선족 아줌마인데, 혼자서 6인을 돌보고, 잠도 부족하니, 저의 눈에 볼때 많은 한계가 보였습니다.  나름 과다한 정도의 음료 간식을 사드리며, 성의를 표하고, 조심스런 언사로 비유를 최대한 맞추었지만, 할수 있는 최소한으로 임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환자가 춥다해도,  다른분들은 안춥다며 이불을 더 안줍니다. 체위변경을 거듭요청해도 기저귀  가는 행위로 대체 합니다. 환자의 대변에 따른 기저귀 케어시 물티슈로만 닦아서 피부가 벌겋게 벗겨져 있더군요. 대변도 다 안 닦습니다.

제가 불만을 표시하는것이 아니라, 제가 맞이할 죽음의 과정에서도 필경 별반 다르지 않은 간병인을 만날것임을 말하고자 하는것입니다


말도 못하고, 콧줄영양에 의지하며, 겨우 눈깜박임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가래기침으로 고통스런 마지막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는 지금 이순간에도 저 먼 이국땅에서 날아온 어느 심통맞은 중국 조선족 아줌마의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른 호의의 눈치를 보고, 그 누구도 모르는 심연의 고독과 고통을 덜기위해 심지어 거짓으로 임하며, 가끔 오는 그 아들과 아내에게 자신이 오늘 저 간병인 때문에 힘들었음을 알리는 것이 최대한의 목표인양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행여 간병인이 눈치채며 다가오면, 안색 마저  바꾸어야 하는 비루한 마지막 연기를 해야합니다.


2025. 12. 16일 요양병원에서 아버지를 보고 나오며, 이 존엄하지 못한 죽음의 과정이, 결코 특별하지 않은 대한민국 우리들의 일이라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써봅니다. 

요양원, 병원, 조선족 간병인./

우리는 결코 존엄하게 죽지 못하는 3군데의 암초를 만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겪어보신 분들은 다 아시는... 저는 절대 이전에 몰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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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재활의학 의사인 비류잉의 저서 '단식 존엄사'를 읽고 있습니다. 힘이 됩니다.





댓글 (9)

  • metalkid

    metalkid Lv.1

    25.12.17 · 125.♡.232.199

    댓글 달기 조차 조심스러운 글 잘 읽었습니다. 아버지의, 가족분들. 더 나아가 모든 요양원에 계시는 고통과 마주한 그 분들의 안녕과 평화를 빕니다.
  • 지나가던행인이

    지나가던행인이 Lv.1

    25.12.17 · 118.♡.81.176

    저희도 이렇게 가겠지요... 커뮤니티에서 젊게 살다가 죽음을 목도한 모든 분에게 위안이 되시길...
  • 들꽃푸른들

    들꽃푸른들 Lv.1

    25.12.17 · 59.♡.254.31

    단식 존엄사, 저도 읽었습니다. 힘드시겠지만 버텨내시길 기도합니다.
  • 농약벌컥벌컥

    농약벌컥벌컥 Lv.1

    25.12.17 · 211.♡.184.190

    오년전 아버지께서 요양원에서 돌아가셨었는데 그 전 과정이 위에 말한 내용과 거의 판박입니다. 등급에 맞춰 사설요양병원과 시설나쁘지않고 자리가있는 요양원을 찾다찾다 겨우들어간 요양원 들어가서 거의 하루가멀다하게 상태가 안좋아지셨죠. 아버지께서 무언가를 원하는만큼 들어줄리없어서 항의하다-손발침대에묶이고 진정제투여- 다시 정신돌아올즈음 본인이 묶여있으니 다시항의하다 - 진정제투여 - 몽롱한생활(잠만자는) 무한반복 그러다보니 식사도 제대로못하고 수액에의존하니 살은점점빠지셨죠.욕창은덤 면회갈때 바리바리싸가는 빵이며 간식을 간병인께 따로 돈 더 챙겨주며 원하실때주라고부탁해도 거의 안준다는걸 나중에야알았고 찾아뵐때마다 하루만 집으로 돌아가고싶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그걸 결국 못들어드렸습니다. 입소한지 4개월만에 돌아가셨죠 키가 180이 넘고 한평생 몸무게가 80전후 건장한체격이셨는데 돌아가실때 몸무게가 50이 안되었던걸로기억하네요
  • metalkid

    metalkid Lv.1 → 농약벌컥벌컥

    25.12.17 · 125.♡.232.199

    ㅠㅠ
  • pOOq

    pOOq Lv.1

    25.12.17 · 111.♡.103.64

    저는 때마침 형편이 되어서 형제와 함께 교대로 장기간병을 했지만 그래도 문득 후회와 죄책감이 들때가 있습니다. 집에서 모실수만 있었다면 좀 더 잘해 드릴수도 있지 않았을까... 의사가 권했던 수술을 거부했더라면 조금더 오래 계시지는 않았을까....

    그러면서 다짐하게 되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나는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고 싶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주위를 수고롭지 않게 하고 우주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볼때도 있습니다.

    태어났으니 죽음은 필연인데 마지막 과정이 참 어렵네요. 분쟁과 전쟁이 없는 시기의 풍족한 나라에 태어나서 누리는 호사일 것일까요.
  • 예지

    예지 Lv.1

    25.12.17 · 49.♡.83.205

    외할머니가 비슷하게 급속도로 안 좋아지더니 돌아가셨습니다. 연로하셔 큰외삼촌 댁에 가셨는데 어느날 갑자기 요양원에 모셨다는겁니다? 다른 가족들은 외할머니 요양원 보낸 것도 나중에 알게되었구요. 외할머니가 가지고 계신 땅은 그새 혼자 다 팔아먹었더라구요. 요양원에 가시고 정말 급속도로 나빠지시는걸 봐서 전 절대 부모님 요양원 안 보내고 같이 살건데 치매만 안 오면 좋겠습니다. 치매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질병이라...
  • 운하영웅전설A Lv.1

    25.12.17 · 222.♡.179.249

    결혼, 장례, 요양 정말 인간으로서 중요한 것들을 가지고 돈벌이만 하는 이 상황이 자본주의라는거겠죠...
  • 텅빈대나무

    텅빈대나무 Lv.1

    25.12.17 · 115.♡.168.113

    주위에 관심 가지고 한번 보세요. 요양병원, 요양원이 이렇게 많았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돈이 되는 사업인거죠.
    그리고 이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글 쓴 분 내용대로 돌아가기 때문이지요.
    이제 우리나라는 노령 자연사는 선택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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