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가 될때가지 어른이 아니다 2
여름숲1

Lv.1 여름숲1 (58.♡.71.151)

2025년 12월 18일 PM 04:16 · 수정됨(22:56)

조회 1,823 공감 0

근 열흘 우울감이 지배하는 시간입니다.

그냥 잠깐 그때뿐이려니 했는데 꽤 길게 가는 것이 어허 이거 참.. 싶은데 이걸 뭐 그럴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지난 달 엄마가 돌아가셨던 병원 완화의료센터(호스피스)에서 사별가족 모임안내문자에 그닥 내키지 않아 회신 않다가 참석 독려 전화에 망설이다 응했습니다. 스케줄 중 리스만들기가 있기에 그래 리스나 하나 겟!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맘으로 가보자 했죠.

간다고 했으니 가야겠는데 시간이 임박해올수록 마음이 영~~ 안좋더니 막상 당일이 되니 천근만근 발걸음을 질질끌며 가보니 다들 슬픔이 가득 담긴 가족들이 모여있고 저는 그 슬픔을 드러내기 싫어 큰 마스크 안에 표정을 감추고 있었더랬죠.

아니 왜 저분들은 시작도 하기전에 울고있기부터 할까

우리 테이블에 이 젊은 남자와 어린 아이는 대체... ??? 하는데 그 남자분이 먼저 저한테 자기는 아내가 몇 달전에 떠났다며 당신은 어느분이 돌아가셨냐고 묻는데 그때부터 저도 대답하기가 힘들어지며 눈물이 차오릅니다.

나 왜이러나.. 이렇지 않았는데 씩씩하게 잘 살아내고 있는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였어요. 엄마 가시고 두달만에 크게 다치는 바람에 내 몸 회복에 집중하느라 슬픔을 곱씹어 해소해낼 겨를이 없었고, 입원중에도 그리고 퇴원 후에도 이사와 정리로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왔는데 그냥 꾹꾹 눌러졌던 상실의 통증이 동병상련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날카롭게 찾아오더군요.

하필이면 마지막 순서 발언이라 앞선 분들의 얘기를 들으며 고조된 감정이 북받쳐 올라 그냥 울음이 터져나와버리는 바람에 어떻게 얘기를 끝냈는지..

자조모임이 어떤 힘이 될까 반신반의 했지만 치유까지는 몰라도 깊이 침잠해있던 상실의 감정을 끌어올려 준 효과가 있는거 같습니다.

발병하시고 두번의 수술과 수없이 많은 항암치료과정을 거의 동행했고 작년여름부턴 회사를 그만두고 계속 옆에서 있었기에 '난 원도 한도 없이 다했어.' 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멀쩡한줄 알았는데

무슨 멀쩡한척 살고 있었던 나를 다시금 바라보고 음... 아직은 슬퍼할 때구나 싶습니다.


댓글 (23)

  • 훈제계란

    훈제계란 Lv.1

    25.12.18 · 125.♡.154.181

    우셔도 돼요...
  • 여름숲

    여름숲 Lv.1 → 훈제계란 작성자

    25.12.18 · 223.♡.87.212

    네 뒤늦게 울어봅니다
  • 채게바라

    채게바라 Lv.1

    25.12.18 · 36.♡.18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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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숲

    여름숲 Lv.1 → 채게바라 작성자

    25.12.18 · 223.♡.8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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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공

    곽공 Lv.1

    25.12.18 · 220.♡.159.119

    제가 20년 만에 아버지 나이보다 더 살기 시작했는데요..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 여름숲

    여름숲 Lv.1 → 곽공 작성자

    25.12.18 · 223.♡.87.212

    저도 아빠돌아가신지는 꽤 되서
    그때믜 아빠에 빙의해 생각해보곤 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 매일두유

    매일두유 Lv.1

    25.12.18 · 59.♡.17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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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숲

    여름숲 Lv.1 → 매일두유 작성자

    25.12.18 · 223.♡.8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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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psgently

    weepsgently Lv.1

    25.12.18 · 118.♡.60.210

    일곱달 정도가 지났군요. 아직 엄마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3년여 화학항암,표적항람,면역항암까지 받으시고 마지막에 운 좋다고 생각했던 임상항암에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걸 마지막으로 떠나셨어요.

    마지막 5개월을 오롯이 엄마와 보냈던 시간들이 돌아보니 참 감사하더군요. 짧지 않은 치병기간에 저 역시 지쳐가고 더는 못하겠어 란 소리가 나오기 직전에 떠나셨어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슬픔이지요. 님의 글이 왠지 위로가 되어서 이렇게 댓글 남겨요.
  • 여름숲

    여름숲 Lv.1 → weepsgently 작성자

    25.12.18 · 223.♡.87.212

    저랑 비슷하시네요.
    회학, 면역, 표적, 방사선
    해볼수 있는건 다했죠.
    지나고 나서 얘기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었나 싶지만 당시는 최선이었죠.
    언제나 그때의 최선을 찾아 헤매던 시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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