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피아 (182.♡.57.39)
2025년 12월 20일 PM 03:44 · 수정됨(12. 21. 11:43)
2010년 7월 어느날 우리집에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정말 이상하게 생긴 고양이가 왔습니다.
체구가 작아 원래 "예"를 시작으로 이름 짓는 집인데, 작은 고양이 그래서 "꼬냥" 이라 이름을 주었습니다.
당시 미국에 잠깐 가셨던 어머니는 사진을 보고선 참 못생긴 고양이다 라고....
그래도 나이 먹고 조금 크면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가져가더군요. 참 붙임성이 좋고 개냥이 같은 성격으로 울 집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꼽는 제일 예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이 녀석은 전통적인 고양이 답게 새롭게 잘 수 있는 곳을 잘 찾아내고, 집사가 행복해하도록 새로운 침대나 은신처를 사주면 제일 먼저 선뜻 개시해 주곤 했습니다.


물론 고양이답게 박스나 그런 곳만 찾는게 아니라 신기한 곳은 다 들어가는 녀석이었습니다.



맨바닥은 절대로 거부하는 녀석이었지요.

내 컵도 자기 것....왜 꼭 나랑 같이 쓰려고 했는지....

고양이별로 가기 전에 사줬던 집, 텐트 다 한번씩 들어가 보고, 평소에 잘 머물렀던 곳들을 힘겨운 발걸음으로 차례차례 돌아가면서 잠시 쉬더군요.
전 날 조금 힘이 남아 있을 때는, 집안 곳곳을 다녔습니다. 마치 여기가 내가 살았던 곳들이구나, 다 눈에 담아가야지 하는 것처럼요.
평소에 제 침대에서 자긴 하지만, 이불속은 안들어오던 녀석이 어제는 잘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힘겹게 이끌고 제 이불 속을 파고들더군요. 그 순간 마지막 인사를 하는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15살이라 걱정이 되는 나이기는 했지만 몇 달 사이 체중이 많이 줄어 걱정하던 차에, 며칠 전부터 갑자기 곡기를 끊더군요. 어머니랑 저랑 상의 한 결과, 병원에서 힘들게 보내지 말고, 집에서 보내자 하고 집에서 지켜봤습니다.
먹지도 않고 힘들어 하는 모습, 안쓰러워 병원에 데려갈까 하는 생각. 조금 힘들어도 더 같이 지내는게 낫지 않을까부터. 많은 생각과 감정소비.
벌써 여러번 반려묘를 떠나보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갱년기라 그런지 전보다 더 견디기 힘들더군요.
정말 며칠 멘탈 붕괴상태였습니다. 아무일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그런 집사가 안쓰러웠는지 빠르게 오늘 새벽에 고양이별로 가더군요. 다행히 그렇게도 아껴주던 어머니 품에 안겨서 마지막 숨을 거뒀습니다.
막상 고양이별로 돌아간 꼬냥이를 보니, 멘탈이 차차 돌아왔습니다.
다만, 아직도 불쑥불쑥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이 힘들기도 합니다.
제가 처자식이 없어서 감정이입이 더 심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짐승인데 지나친거 아니냐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정말 제겐 어찌보면 자식 같은 존재들이었거든요.
그래도, 이제는 아프지도 않고 서럽지도 않을 곳으로 떠났기에 좋은 마음으로 보내주려합니다.
거기서 먼저 간 형들도 만날 거고, 그리도 귀여워 하셨던 저희 아버지도 만날테니까요.
4마리가 정신없이 뛰놀던 집이 이제는 한녀석만 남았네요. 키우면서 행복한 마음도 참 크지만, 보낼 때 아픔이 겪을 수록 점점 커져만 가서, 아직까지는 새 아이를 들일 자신은 없습니다.
돌아보면 왜 그 때 그렇게 대했을까 늘 후회만 남는 시간들. 가족들, 반려동물 모두 곁에 있을 때 잘하자고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아직도 멘탈이 다 잡히지는 않아서 조금은 두서없이 써봅니다.
댓글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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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etalkid
25.12.20 · 125.♡.23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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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블루피아
→ metalkid 작성자
25.12.20 · 182.♡.57.39
고맙습니다. 떠나보내는건 익숙해지지를 않네요. -
Ddiynbetterlife
25.12.20 · 118.♡.2.219
[https://media.tenor.com/gkh7CNaGlKcAAAAC/milk-and-mocha-there-there.gif] -
블블루피아
→ diynbetterlife 작성자
25.12.20 · 182.♡.57.39
고맙습니다. - 딸
딸기맛농약
25.12.20 · 1.♡.65.66
토닥토닥....
이별은 연습해도 매번 힘든법이지요... -
블블루피아
→ 딸기맛농약 작성자
25.12.20 · 182.♡.57.39
같은 정도만 되도 좋겠는데 자꾸만 커져가니 힘드네요. -
EElbowspin
25.12.20 · 211.♡.154.183
힘내십셔...
반려견 두마리 보내고 극복하기까지 3년 걸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진 않지만 서랍에 넣었다 뺏다 정도는 가능해 지더군요.
좋은 곳 갔을겁니다. -
블블루피아
→ Elbowspin 작성자
25.12.20 · 182.♡.57.39
고맙습니다. 먼저간 두녀석은 이제 4년 지났는데 조금 무뎌지긴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
EElbowspin
→ 블루피아
25.12.20 · 211.♡.154.183
반년전 유기견 보호소에서 믹스 한마리 입양 해 왔습니다. 반려동물의 빈자리는 반려동물로만 해결 되더라구요...
최선을 다해 키우셨을테니 죄책감 같은건 갖지 마세요.
추운대 감기 조심하시구요. -
키키단
25.12.20 · 222.♡.80.154
이별은 늘 가슴 아프죠.
고양이 별까지 먼 길 잘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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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