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홍 (182.♡.64.10)
2025년 12월 23일 PM 01:49 · 수정됨(12. 27. 17:05)
실직 후 쉬고 있어서인지 요즘 종종 글을 쓰게 되네요.
어제는 마음이 복잡하고 머리 속도 혼란하여 저녁 겸 반주를 한 잔하고 편히 쉬고 싶은 마음에 대홍수를 보았습니다.
제목이 스펙타클한 재난영화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초반부터 뭔가 기대를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물이 차오르는데 사이렌 소리도 없고 이미 2층은 다 잠긴 후에야 매우 차분한, 별 일 아니라는 감정의 아파트 안내 방송 정도만이 나옵니다. 아무리 정부가 정보를 막았다고 해도 관리사무소에서라도 방송을 하고 전화통에 불이 나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잔잔합니다.
주인공이 번개처럼 옥상으로 달려가거나 손에 잡히는 것만 마구 집어서 뛰쳐나가야 할 것 같은데 제 눈에는 너무 느긋해 보입니다.
이 와중에 계속 칭얼대는 빌런도 있군요.
그렇게 계단을 오릅니다. 상황대비 사람들은 매우 질서 정연해보입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비상구 계단은 생각지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게 재난 영화인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보통 끝까지 보기 때문에 계속 봅니다.
감독은 뭔가를 계속해서 삽입합니다. 재난의 흐름은 중간중간 끊어져 뭔가 루즈한 흐름이 됩니다.
드디어 옥상에 도착합니다.
아이의 뇌를 꺼냅니다.
아, 그래서 물이 차오르는 걸 보았을 때 뛰쳐나가기 보단 자신이 연구한 결과물에 대한 고민을 했구나, 아이와 이모션 사이의 고민. 이해가 되었고 이제 재난영화의 정석인 스펙타클한 장면들이 나오려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곧바로 우주선이 발사되고 주인공은 파편에 맞습니다.
주인공은 치료보단 어머니의 이모션을 만들기 위해 방금 전 상황 속 가상세계로 업로드 됩니다.
아마도 업로드 된 자신의 뇌의 정보를 재구성하는 거겠죠.
그리고 저는 실망했죠. 아... 이 영화 내가 기대한 재난영화가 아니구나.
수만 번의 재구성 끝에 주인공은 이모션을 완성해 나갑니다.
감독이 생각한, 아니 AI 가 합격점을 준 이모션은 아이만을 바라보는게 아닌 인류애가 있는 어머니이구나.
그리고 신인류의 재생은 성공할 듯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아마 대홍수에 실망하신 많은 분들은 저처럼 스펙타클한 재난영화를 보고 싶었던 기대에 너무 많이 어긋남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2012 같은 영화를 기대하면서 보았거든요. 아니면 해운대 라던가.
왜 재난영화가 메인 주제가 아닌 걸 재난영화인 줄 알고 봐서 실망하냐 고 하실 분이 있을 실 거 같아서
추가로 말씀드리면
저는 머리가 시끄러울 땐 소설책을 보거나 영화를 한 편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럴 땐 아무 정보 없이 고르는 걸 좋아합니다.
도서관에 가서 그냥 마음에 끌리는 주제와 표지의 책을 고르고 영화관에 가서 아무 정보 없이 포스터만 보고 영화를 고릅니다.
그런데 대홍수는 딱 스펙타클한 재난영화 일 것 처럼 보였거든요.
아무 정보 없이 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목, 포스터, 표지 등을 보고 기대하는 장르를 고르지 않나요?
장르를 가려서 보지는 않지만 그 순간에 보고 싶은 장르는 있지 않나요? 저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재난영화 급으로는 보여지지 않는 잔잔함, 그리고 영화내내 조여지지 않는 긴장감에 실망했습니다.
소스코드와 비교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소스코드는 긴장감이 넘쳤거든요.
대홍수가 긴장감이 넘쳤는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개인적인 감상평이었습니다.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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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olyxena
25.12.23 · 58.♡.2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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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홍홍
→ Polyxena 작성자
25.12.23 · 182.♡.64.10
네. 이 영화가 상업영화이지 독립영화는 아닌데 도대체 텐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딥러닝에 업로드 한다는 건 주인공이 파편에 맞았을 때 그렇게 해도 되겠냐고 해서 그 때 알았습니다. 아마 대사 한 줄로 넘어가버려서 사람들이 티셔츠 번호 보고 뭐라고 하는 것 같아요. 감독이 좀 불친절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티셔츠 번호는 그렇게 많은 시도가 있어야 어머니의 이모션이 창조된다 그런 의미로 보였습니다. -
Ffinalsky
25.12.23 · 211.♡.89.69
누가 올려주셨던데... 포스터에 이미 힌트가 있더라구요. ^^ -
홍홍홍
→ finalsky 작성자
25.12.23 · 182.♡.64.10
아.. 포스터는 못봤어요.. 그렇다면 제 잘못이 큰걸로... ㅎㅎ -
송송금왕뱅킹
25.12.23 · 61.♡.99.142
초반에는 재난 영화인가 하다가 중간부터 아 소스코드네 느낌이죠
이거 보고 소스코드 다시 봤는데요 간만에 다시 보니 소스코가 잼있더라구요 -
홍홍홍
→ 송금왕뱅킹 작성자
25.12.23 · 182.♡.64.10
소스코드는 너무 재미있었죠. 3번은 본 것 같습니다. -
일일리어스
→ 송금왕뱅킹
25.12.23 · 211.♡.22.139
소스코드 같은 일반적인 타임루프물하고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것 같아요.
일반적인 타임루프물은 '암기'를 통한 고인물 컨셉인거고.
대홍수의 김다미 부분을 보면
본인이 반복되는것을 바로 캐치를 못하는것 같죠.
독립시행 같지만 기억이 살짝 남아있는정도. -
송송금왕뱅킹
→ 일리어스
25.12.23 · 223.♡.94.100
초반에는 인식 못하지만 중반부터는 인식 하고 총들고 싸우기까지 하잖아요 -
CClarity
25.12.23 · 211.♡.150.125
본적은 없지만 이것이 클레멘타인급이구나 느꼈어요.
2시간이 아까운 영화는 처음입니다. -
홍홍홍
→ Clarity 작성자
25.12.23 · 182.♡.64.10
재난영화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영화로 보여졌다면, 그런 걸 기대하고 보았다면 좀 더 좋았지 않을까 싶어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지적한 것처럼
초반부터 옥상으로 올 때까지를 재난 영화처럼 연출했다면, 긴박감과 아이의 어설픔은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런 부분을 잘 녹여내었다면 덜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 딥러닝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그런 부분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물론 제목에서 오는 착오도 치명적이긴 하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 보고.... 잘 못 본 것 같아 2번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