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눈 (211.♡.219.2)
2025년 12월 23일 PM 04:04 · 수정됨(23:00)
https://www.instagram.com/p/DSmGoupk9i0/?img_index=3

영화 커뮤니티는 <대홍수> 평으로 시끌벅적하다. 내가 신뢰하는 주변인들 평을 보자면 대단한 수작은 아니어도 평작 수준. 감탄할 건 아니지만 재밌게 볼만한 수준이라는 거다. 몇 년 전부터 느끼는데 관객들 평이 점점 짜다. 그리고 평의 염도에 비례해 표현이 과격해진다.
“망작이다, 졸작이다, 후졌다, 거지 같다, 쓰레기다”
영화 관계자들에게 엄청 아픈 말이긴 해도 여기까진 그러려니. 악평이야 익숙하니까. 그리고 평은 관객의 권리니까. 그런데 대개 저런 평 뒤에 가장 싫은 사족이 붙는다.
“죽어도 보지 마라, 돈 버린다, 이딴 영화사는 망해야 한다, 이딴 영화를 수입한 영화사는 그냥 망해라, 감독은 차기작이 없길 바란다”
싫으면 싫은 거지 이럴 필요가 있나. 자기 표현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지 남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
위 이미지는 황씨핑 유튜브 시즌1 후기 중 <트론>을 이야기할 때 했던 말이다. <트론>이 세기의 걸작이란 말이 아니다. 그 정도면 재밌다고 말해도 괜찮을 수준이라는 거다. 그냥저냥 볼만한 엔터테이닝한 영화다.
요즘 영화는 대체로 후지다고들 하지만 만듦새를 보자면 졸작, 평작, 수작의 비율은 아마 과거에 비해 지금이 나을 거다. 우리는 과거의 수작들만을 기억하니까 요즘 세상에만 망작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지. 그때도 졸작, 평작이 그리 많았는데 요즘처럼 악담과 저주 같은 평이 많진 않았다. 요즘엔 생각을 전시할 공간이 많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게다가 관객의 눈높이는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는데 프로덕션은 그 눈높이를 따라가기가 벅차다. 과거보다 수준이 올라갔다 해도 티가 안 나는 수준이다. 관객의 눈높이는 이미 아득한데 말이다. 그러니 관객은 볼 영화가 없다. 현실적으로 모든 영화가 수작일 순 없는데 영화 평이 지천에 널린 요즘은 애초에 수작만을 골라보려 하니까. 영화 100편 중 졸작을 포함해 평작이 6~80편은 될 텐데 수작만을 고르는 세상이니 볼 영화가 없다. 이제 평작은 설 땅이 없다.
영화 티켓 값이 올라서 평이 더 깐깐하고 박하다는 의견도 일견 일리 있지만 티켓 값 상승분에 비해 평이 과하게 매정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값은 30%가 올랐는데 눈높이는 200%가 오른 기분. 타인의 평에 영향을 크게 받는 요즘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라도 나는 영화 커뮤니티는 가능하면 커뮤니티 관계자들의 평을 올리지 않거나 개봉 2주차쯤에 올리는 게 좋다고 본다. 영화계나 관객에게 딱히 보탬이 되지 않는다. 호평이든 악평이든 요즘 관객은 영향력을 가진 이들에게 생각보다 영향을 정말 크게 받는다.
<대홍수> 평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싫으면 싫은 거지, 영화를 보지 말라 종용하고 망하라고 저주하고,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일 일인가 싶다. 표현이 과해지는 시대라 그런걸까. 사실 영화평만 과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표현이 과해진다. 예전 같으면 그냥 ‘재수 없는 새끼’일 걸 이젠 ‘개역겨운 새끼’, ‘애미 없는 새끼’따위가 된다.
다 쓰려니 길다. 암튼 호평이든 혹평이든 눈쌀을 찌푸리지 않는 선의 평을 보고 싶다. 저주가 아니라 그 글을 쓴 사람의 취향을 듣고 싶다.
마침 관련한 원고를 쓰고 있어서 긴 호흡으로 쓰는 중. 쓰려니 길고 길다.
평들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한번 봐볼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ㅎ
댓글 (45)
- 대
대퇴부가성감대
25.12.23 · 49.♡.147.235
하도 이렇게 말들이 많으니, 보고 싶어 집니다 ㅎㅎ -
고고구마맛감자
25.12.23 · 211.♡.68.129
그럭저럭 볼만은 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역량이 더 좋았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큰 작품인게 분명하죠...ㅎ -
Kkissing
25.12.23 · 121.♡.79.213
우리나라에서 욕 먹었던 작품이 외국에서는 평타 수준은 치는거 보면 우리나라 관객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런거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흥행작도 냈던 감독의 작품이니 기대가 높기도 할테니까요. 더테러라이브 극장에서 재미있게 봤던 입장이라 지금 분위기보면 저도 좋은 평을 안줄거같긴 합니다. -
심심이
25.12.23 · 218.♡.158.97
저도 동의 합니다.
그리고 대홍수는 다모앙만 봐도 재밌게 본 분들도 계신데
개인 취향에 안 맞을수도 있는건데 극단적으로 까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음...... 진짜 망작을 못 보신건 아닐텐데요? 성냥팔이라던가... -
볼볼통통오동통통
→ 심이
25.12.23 · 211.♡.200.210
성냥팔이와 클레멘타인을 봤다면 어지간한 영화는 관대하게 볼 수 있습니다 ㅋㅋㅋ -
너너구리남편
25.12.23 · 112.♡.220.208
진짜 저도 막 보고 싶어졌습니다. -
일일리어스
25.12.23 · 211.♡.22.139
<대홍수> 평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싫으면 싫은 거지, 영화를 보지 말라 종용하고 망하라고 저주하고, 이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일 일 인가 싶다.
그쵸. 사람마다 느낌도 다르고. 싫으면 싫은건데.
다모앙에도 영화 보지 마라, 이런 영화사는 망해야한다.
영화 괜찮게 봤다는 평에는 혼자죽기 싫다는거냐. 등등
딱히 영화가 아니여도
제가 좋아하는 농구를 봐도 그렇습니다.
슛을 못넣으면 쓰레기니 뭐니 연봉이 아깝다. 그 연봉 받고 그게 뭐냐
경기 내내 비꼼과 조롱, 욕설이 난무하죠.
아 이거 야구이야기였나... -
Hheltant79
→ 일리어스
25.12.23 · 61.♡.152.133
뭔가 10년 전 나는 가수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심리와 정반대인 거 같아요.
나가수 방청객은 이미 감동받고 울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 정도인가 생각하는 노래에도 반응이 좋았다면,
지금 영화판은 까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앉혀놓고 막을 올리는 느낌이에요. -
PPLA671
25.12.23 · 211.♡.143.11
요즘 영화에 관심이 없었고 해당 영화를 볼 것 같진 않은데, 덕분에 생각할 거리를 주는 문장을 줍고 갑니다:
>자기 표현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지 남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재수 없는 새끼’일 걸 이젠 ‘개역겨운 새끼’, ‘애미 없는 새끼’따위가 된다. - M
mussoks1
25.12.23 · 211.♡.64.83
맞아요 저거
대단히 수작은 아니비만 평작은 충분하다라는 표현이 딱 맞네요 ㅎ
영화도 다른사람 평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시간적 경제적 가성비문화가 깊게 들어와있어요...
느긋하게 앉아서 2시간 정도를 실패하거나 성공할 여러번의 여유가 없다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