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남편 (112.♡.220.208)
2025년 12월 31일 AM 09:54 · 수정됨(14:00)
오늘 권고사직 관련 글이 많이 올라오네요.
연말이 부디 행복하셨음 좋겠지만 맘 아픈 경험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 또한 맘이 편칠 않네요.
제가 작년에 당했던 권고사직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2024년 3월 초중순쯤 권고사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달인 4월 초에 아들이 태어날 예정이었죠.
백수인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는 제 아들이 어찌나 안타깝고 맘 아팠던지.
아직도 그때의 시간과 상황을 기억해내면 맘이 많이 아픕니다.
와이프도 힘들어했지요. 아이는 태어나서 이것저것 돈 들어갈 데가 많은데 가장이 백수니까요.
고맙게도 티는 많이 안내줬지만 그게 숨긴다고 숨겨지나요. 수입은 뻔하니까요.
누구는 실업급여에 대해 부정적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때 저에겐 그것만이 유일한 동앗줄이었습니다.
그렇게 길고긴 백수의 터널이 시작됐죠. 2024년 내내 구직활동을 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당연히 해야하기도 하지만 빨리 백수를 탈출하고 싶었죠. 당당하고 싶었어요 아들한테.
쉽지 않았습니다. 40대를 넘긴 개발자를 과연 서울도 아닌 곳에서 누가 뽑아줄까...예상하시겠지만 2024년에는 단 한곳도 연락오는 곳이 없더군요.
그렇게 2025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참 12.3 계엄과 같은 일들도 있었지요.
역시나 2025년이 된다 한들 달라지는건 제 나이와 더더욱 연락이 없는 회사들 뿐이었구요 멘탈은 더 나락으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이 더 늘어나기도 했어요. 돌잔치도 했었어야 했고 각종 예방접종 등 그리고 커나가면서 필요한 필수물품들이 계속 늘어나더군요.
실업급여는 끝이났고 어떻게든 취업해보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꼴에 자존심이라고 소규모나 스타트업 같은 업체는 피했습니다. 뭔 자존심이었는지.
어딜 나가기도 싫었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었고 다 싫더군요. 가족모임이 있어도 괜히 부담스럽고 가기 싫었습니다.
그렇게 이력서만 넣다보니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6월달 쯤 와이프에게 선언을 하게 됩니다.
더이상 기다리기만은 안되겠다고, 나가서 몸 쓰는 일이라도 하면서 한푼이라도 더 벌어오겠다고.
그렇게 쿠팡 일용직 신청을 했고 전날 잠이 안오더군요. 내 인생 이렇게 마무리 되는건가 싶기도 했고. 뭔가 알량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요.
당일이 되고 쿠팡 야간조 출근전 이력서를 두통을 더 넣었습니다. 뭐 재고 따지고 그런거 없이 그냥 보이는 회사에 막 넣었죠. 될대로 되라 싶었습니다.
그렇게 일용직 하루를 끝내고 집에와서 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오더라구요, 급하게 연락해서 미안한데 면접 가능하겠냐고.
그렇게 면접과 입사를 하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일은 뭐 그냥 늘 하던 일 그대로고. 수입은 전 보다 조금 더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게 너무 행복합니다. 한번도 느껴본적 없었습니다. 출근이 행복할줄이야. 일을 할 수 있고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이 월급으로 우리 가정을 꾸려나가고 아들 간식거리라도 하나 더 사줄 수 있는게 이렇게 행복할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지금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는데까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신입때도 이런 마음가짐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2025년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일상이지만 제게는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습니다.
별 재미도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에게 행복이 찾아갔음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새해에 뵙겠습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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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박모
25.12.31 · 211.♡.42.18
25년 잘 마무리하시고, 26년에는 더 행복하세요 :) -
너너구리남편
→ 박모 작성자
25.12.31 · 112.♡.220.208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114mm3
25.12.31 · 121.♡.45.191
[https://media.tenor.com/WIIzr-XGVu4AAAAC/blessed-new-year-2024.gif] -
너너구리남편
→ 14mm3 작성자
25.12.31 · 112.♡.220.20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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