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선배의 부고를 쓸 날이 오고 말았다

Lv.1 새벽그림 (122.♡.3.202)

2026년 1월 5일 PM 12:11 · 수정됨(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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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daum.net/v/20260105100034580

‘국민배우’ 안성기가 5일 영화천국으로 올라갔다. 안성기는, 한국 영화인들에게 진정한 선배였다. 영화인들뿐 아니라 주위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선배의 삶을 살았다. 20여년 전, 기자로 처음 안성기를 만났다.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새파란 어린 기자에게 안성기는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선배라고 불러주면 고맙지”라며 웃었다. 그렇게 그는 ‘안 선배’가 됐다.


언젠가 그의 부고를 쓸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이 오지 않길 바랐는데, 결국 그날이 오고 말았다. 촬영장에 막내보다 일찍 오고, 건너는 사람 하나 없어도 매번 빨간 불 앞에 서고, 곁의 사람들 경조사 다 챙기고, 혹한이든 폭염이든 후배들 앞에서 힘든 티 하나 안내며 버티고, 한국영화계 여러 현안에 두루 앞장 서면서도 정치나 다툼과는 거리가 멀었던, 선비 같은 삶을 살았던 한국영화계의 위대한 배우 안성기가 유명을 달리했다. 


그렇다. 안성기는 위대하다. 필모그래피가 한 산업의 역사인 배우는 드물다. ‘국민배우’란 타이틀이 그 만큼 어울리는 배우는 없다. 


...


안성기는 너무 성실했다. 때론 그의 성실이, 그의 육체를 힘들게 했다. 일흔이 코 앞이던 나이에, 코로나19 시절에, 무더운 여름에, 20kg이 넘는 갑옷을 입고 ‘한산: 용의 출현’을 찍었다. “너무 힘들다”고 속 깊게 나누는 사람들에겐 털어놨지만 정작 촬영장에선 내색 한 번 제대로 안했다. 그리고 그 해 10월 운동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퇴원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연락을 주고받았다. 안성기는 “여름 내내 ‘한산’ 촬영한데다가 입원한 날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심하게 해서 몸에 무리가 갔나보다”면서 “걱정 많이 해주고 계신 많은 팬들께 앞으로 좋은 영화로 보답해야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당신이 출연한 작은 영화 ‘종이꽃’ 좋은 기사를 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랬다. 안성기는 늘 그랬다. 한국영화 현안에서도 늘 그랬다. 스크린쿼터 투쟁 때도, 부산영화제 위기 때도, 그는 늘 한결 같았다. 성실하게 챙기고, 갈등을 중재하고, 사람들을 다독였다. 좀처럼 큰 소리를 내는 법도 없었다. 영화기자협회 시상식 뒤풀이에서 전도연이 기자 때문에 울었다고 그에게 일렀을 때도, 안성기는 아무말 없이 눈빛으로만 꾸짖었을 뿐이었다. 


2006년 초겨울이었다. 안성기가 박중훈과 함께 영화기자들에게 저녁을 샀다. ‘라디오 스타’로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뒤, 이 영화가 잘 된 건 기자들이 열심히 챙겨준 덕이라며 밥을 사자고 안성기가 박중훈에게 제안을 했더랬다. 아직 한국영화계를 충무로라고 부르던 시절이었다. 충무로의 한 식당에 기자들이 모였다. 안성기가 기자 한 명 한 명에게 술을 따라줬고, 박중훈은 기타를 갖고 와서 맥주 박스를 두 개 쌓아 만든 자리에 앉아 ‘라디오 스타’ OST ‘비와 당신’을 불렀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풍경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는 많아도, 연기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배우는 드물다. 일흔이 넘어서도 겸손한 배우는 더 드물다. 


한 번은 안성기에게 물었다. 그렇게 지킬 거 다 지키고 살면 힘들지 않냐고. 그는 “그냥 매번 그렇게 하니깐 그러려니 한다”고 했다. 안성기는 평범하고 뻔한 말이 진리라는 걸, 삶으로 보여준 위대한 배우다. 

...

그는 그곳에서도 성실할 테다. 안 선배 편히 쉬셔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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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쏟아지는 기사들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그의 품행만큼이나 한결같네요.

얼마나 평생 성실하게 살았으면...

의례적인 기사가 아니고 정말 기자의 진심이 경험에서 뚝뚝 묻어나오는 기사고

진심이 아니면 나오기 힘든 표현들이네요.

댓글 (17)

  • Badman

    Badman Lv.1

    01.05 · 118.♡.210.238

    제 예전 친구가 가수매니저를 했었습니다.
    누군지는 얘기하기 그렇지만...'나가수'에도 나온적있는 유명가수입니다.

    매니저 하면서 수많은 연예인들을 만났고, 연예기사에도 실린적없는 온갖 모습들을 다 봤고 덕분에 저도 얘기 많이 들었는데요.

    매니저 하면서 정말로 '인품'이 좋았던 사람이 누군지 물어보니...윤도현, 장동건 그리고 안성기를 꼽더라구요.
  • 폭풍의눈

    폭풍의눈 Lv.1

    01.05 · 114.♡.200.108

    안성기 님은 화면으로 봐도 선함이랄까 그런게
    묻어 나오는 분이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demian

    demian Lv.1

    01.05 · 211.♡.156.61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명 배우가 가셨네요
  • 에스까르고

    에스까르고 Lv.1

    01.05 · 183.♡.123.226

    오늘 아침 소식을 듣고 제가 떠올렸던 것은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안심해도 좋아' 라고 말해줬던 사람이었죠.
    어쩌면 제게는 배우라기보다 그저 '아는 사람'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가 '출연하는' 영화를 찾아보지는 않았을지언정 영화에 그가 '나오면' 반가워했던 것이겠지요.

    하늘에서도 훌륭한 영화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 Neverforget0416

    Neverforget0416 Lv.1

    01.05 · 106.♡.2.20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일곱열쇠

    일곱열쇠 Lv.1

    01.05 · 210.♡.238.13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Carpediem™

    Carpediem™ Lv.1

    01.05 · 223.♡.54.167

    복귀를 기다렸지만,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네요.
    인상만큼이나 품행도 단정하셨던 배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보스톤

    보스톤 Lv.1

    01.05 · 219.♡.164.5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씩씩한초록

    씩씩한초록 Lv.1

    01.05 · 106.♡.128.25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누리리

    누리리 Lv.1

    01.05 · 118.♡.5.13

    대배우가 가셨다니...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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